리뷰/영화이야기

한국형 재난영화의 효시로 기억될 ‘연가시’

朱雀 2012. 7. 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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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 변종 연가시 감염주의보! 영화 <연가시>는 한국영화로선 드물게 재난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여름철이면 가는 계곡이나 물가에서 변종 연가시의 유충이나 알이 입이나 항문을 통해 들어와서 잠복해 있다가, 3~4개월후 성충이 되면 인간의 뇌를 조정해서 물가로 뛰어들게 한 다음 몸에서 빠져나온다는 설정은 정말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스포일러를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내용을 알고봐도 크게 상관이 없지만, 혹시라도 차후 감상할 예정인 분들은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연가시>는 재난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처음에는 한 두명이 죽다가 이내 몇백명이 죽어나가는 모습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게다가 밤만 되면 연가시에 조종당하는 사람들이 집과 수용소에서 뛰쳐나와 물가로 정신없이 뛰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스럽다!

 

게다가 변종연가시를 죽일 수 있는 조아제약의 윈다졸이 시중 약국에서 팔린다는 소리가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이 약을 사기 위해 아비규환을 벌이는 모습은 조류독감이 퍼졌을 때, 예방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높은 가격에 판매되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100만명이 변종연가시에 걸린 상황에서 자사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조아제약 사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오늘날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드러내며 경악하게 만든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애초에 변종연가시를 연구해서 만들어낸 이들이 조아제약측이란 사실은 우리를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든다! 조류독감과 신종플루 등에서 드러났지만 오늘날 지구촌은 예전에는 돼지나 조류에게만 걸리던 질병들이 종을 넘어서 퍼지는 무시무시한 상황에 도달했다.

 

여기엔 자연파괴를 일삼는 인류의 원죄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게다가 <연가시>에서 드러나듯이 이익추구를 위해 유전자조작등의 기술로 연구하는 인간의 탐욕이 결합할 가능성은 충분히 농후하다.

 

신종 질병이 나올 때마다 도는 소문이지만, 필자 역시 신종플루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했을 때 특정국가나 제약회사에서 일부러 돈을 벌 목적으로 퍼트렸다는 음모론을 여러차례 들었다.



 

또한 특허권을 가진 제약회사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자사의 이익을 위해 비싼 약값을 떨어뜨리지 않는 모습은 현실에서 너무 익숙한 것이라, 오히려 영화가 이제 현실을 반영했다고 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연가시>에서 국가와 정부는 무력하기 그지 없다. 개인들이 살아나기 위해선 각계격파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방송을 통해서는 곧 약이 나온다. 안심해라고 하지만, 정부는 일개 제약회사의 장난에 놀아나서 결국 몇백억짜리 조아제약을 몇조 단위로 통째로 사려고 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정부는 해결책이 없는 감염자들을 수용소에 가둬놓고 오히려 가족과 생이별을 시키고 더욱 절망으로 밀어넣는다. 처음에는 격리치료를 말하고는 가족과 이별시키고, 다음엔 SNS를 통해 수용소 상황이 밖으로 새어나가자 핸드폰까지 빼앗은 모습은 조아제약 못지 않게 괴물이 된 오늘날 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맨얼굴로 드러낸다.



 

이렇듯 <연가시>에서 무서운 것은 연가시 그 자체가 아니라, 연가시를 만들어내고 약을 팔아 천문학적인 이윤을 얻으려는 제약회사, 이에 놀아나고 국민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무능한 정부의 모습은, 대책이 없어서 개인이 암시장에서 약품을 구해야 하고, 밤만 되면 좀비처럼 물속으로 들어가는 감염자들의 모습이 우릴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재앙이며, 결과이기 때문이다. <연가시>에서 결국 모든 사태를 해결하는 인물은 박사였다가 지금은 조아제약의 영업사원인 재혁(김명민)과 그의 동생인 형사 재필(김동완)뿐이다.


 

거기에 한명 정도 더한다면 질병통제실에서 일하는 연주(이하늬)정도다! 재혁은 자신을 제외한 가족이 모두 연가시에 감염되자 약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모습을 통해 애처로운 가장의 몸부림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낸다. 그리고 해결책을 마지막에 제시하는 인물 역시 그이다!

 

그러나 그가 영웅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그의 목적이 오로지 가족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은 오히려 더욱 리얼하게 다가온다.

 

질병통제국의 연주는 정부에 강한 정책에 발반하지만 미관말직인 그녀의 목소리는 소수의 의견으로 무시되며, 형사 재필은 주식투자로 인해 형의 재산까지 몽땅 날려버렸다가 이를 회복하기 위해 주식을 알아보는 도중 우연히 조아제약 관련 정보를 입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결국 연주를 제외하면 모두들 대의명분없이 오로지 개인적인 욕망을 쫓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모습은 할리우드 재난영화에서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과정과 멀다. 게다가 할리우드 영화에선 어떻게든 주인공을 영웅화하는 것과 달리, <연가시>는 끝까지 개인적 욕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주인공을 부각시킴으로서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길을 선택한다. 물론 여기엔 명본좌 김명민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김명민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가장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연기시>의 사실성을 획득해낸다! 영화 <연가시>는 획득한 것이 많다! 연가시를 소재로 유전자조작등을 통해 희귀질병을 만들어내고, 이를 제약회사의 탐욕으로 풀어낸 과정은 충분히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무능한 정부와 밤만 되면 좀비화되는 인간들의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라 충분히 공포스럽다! <연가시>는 그런 면에서 단순한 공포영화나 재난영화가 아니라 차라리 오늘날 현실을 그려낸 사회고발성 영화나 르포르타주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몇 가지 아쉬움은 남지만, 새로운 시도는 꽤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여겨진다. 이제 남은 모든 것은 관객이 평가할 차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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