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朱雀 2012. 7.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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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얼마 전 한 대학생과 나누던 이야기 탓이다. <다크나이트>에서 두 척의 배에 각각 죄수와 선량한 시민이 타고 있고, 각자 서로의 배를 폭파할 수 있는 스위치를 준 것에 대해 철학적 문제라고 이야기를 해주자, 그 대학생은 너무나 놀라워했다.

 

 

그게 그런 의미였어요?’라고 되물어서 이번엔 필자가 놀랄 차례가 되었다. 너무나 노골적으로 철학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기에 당연히 그 정도는 누구나 알아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는 전작 <다크나이트> 못지 않게 오늘날 우리의 문제를 꼬집고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3부작으로서 하나의 이야기를 결말 짓는 것 못지 않게 철학적인 문제제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량 함유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




 

우선 8년간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브루스 웨인을 살펴보자! 브루스 웨인은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자신이 고담의 백기사로 내세우고자 했던 검사 하비 덴트가 레이첼의 죽음 이후 폭주해서 범죄자 투페이스가 되버리자, 그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그가 지은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런 배트맨의 희생 탓인지 고담시는 그 동안 아무런 범죄 없이 태평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운 시간은 오히려 배트맨 아니 브루스 웨인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모든 죄를 뒤집어 썼기 때문에 그는 평상시처럼(?) 밤중에 나가 좀도둑이 행인을 위협하거나 은행강도를 잡는 소소한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것이 그가 은둔하게 된 이유일까?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의 또 다른 자아로서 범죄자를 응징하는 것에 존재의의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조커같은 범죄자들이 사라진 고담시에 배트맨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그렇다면 브루스 웨인은 웨인 그룹의 회장으로서 일상적인 삶에 전념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은둔자가 되버렸다. 배트맨이 고담시에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자 현실의 그도 정상적인 삶을 외면해버린 것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애초에 브루스 웨인은 부모님이 강도에게 죽은 그 순간부터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인간이었다.

 

 

웨인 그룹의 회장으로서 그의 삶은 어쩌면 배트맨으로 살기 위한 생계수단(?)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배트맨의 삶이 사라지자 그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아주 잃어버린 것이리라.

 

 

 

베인은 왜 배트맨을 죽이지 않았을까?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나온 베인은 역대 배트맨시리즈에 나온 악당 중에서 가장 가공할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지략에 있어서 브루스 웨인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능력에 있어서도 배트맨보다 한 수 위다.

 

 

무기력한 배트맨은 관객에게 충격과 더불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베인의 함정에 빠져 일대일로 겨루던 배트맨이 패해서 바닥에 쓰러지고, 결국 그에 의해 허리가 부러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컬쳐쇼크를 줄 지경이다!

 

 

그런데 왜 베인은 배트맨을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았을까? ‘복수라는 개념에서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가장 잔인하게 복수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영화에선 상대방의 배우나 가족을 죽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트맨에겐 가족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집사 알프레드는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물론 알프레드가 살아있기 때문에 그를 찾아서 데려올 수 있으나, 그 정도로는 뭔가 부족하다.

 

 

배트맨에게 고담시는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그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배트맨> 관련 코믹스를 보면 배트맨이 고담시를 단순히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왕국처럼 여기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어떤 의미에서 배트맨은 고담시의 왕이자 영주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베인에게 최고의 복수는 그가 말한 것처럼 배트맨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인 고담시를 철저하게 짓밟아버리고, 종국엔 파멸시켜 버리는 것이야말로 잔인한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감옥과 배트맨의 부활!

 

 

 

우리가 영웅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영웅과 우리가 인간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우린 지진과 해일과 가뭄 같은 천재지변에 대해 무서워하고, 그 앞에서 무력감에 시달린다.

 

 

브루스 웨인은 베인에게 허리를 꺾인 후에 무기력하게 끌려가서 베인이 살았던,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감옥에 갇힌다. 이 감옥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이다. 게다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그러나 아무도 그곳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베인이 탈출하기 전까진. ‘누구도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아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오히려 불굴의 의지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말 가능성이 보이는 데, 할 수 없을 때는 오히려 절망의 구렁텅이에 허우적 거리기 마련이다.

 

 

베인에게 허리를 꺾인 브루스 웨인은 그가 고담시를 망치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엄청난 수련을 거듭한다. 그러나 그는 두 번에 걸친 시도에서 모두 감옥에서 빠져 나오는 데 실패한다.

 

 

베인은 어떻게 그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베인은 물론 브루스 웨인보다 힘세고 강인하다. 그러나 정작 베인이 감옥을 탈출했을 때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어린 소년이 가능한 일을 왜 어둠의 사도로서 엄청난 훈련을 마친 브루스 웨인은 할 수 없는가?

 

 

영화는 뜻밖의 답변을 내놓는다. 바로 베인은 밧줄을 묶지 않고 감옥의 벽을 기어올라갔다! 브루스 웨인을 비롯한 모든 죄수들이 탈옥에 실패한 것은 만약을 대비해서 묶어놓은 밧줄이 오히려 그들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었다!

 

 

물론 밧줄을 묶지 않는다면, 단 한번의 실패로 감옥에서 떨어져 죽을 수 있다. 그러나 감옥의 의사가 지적한 것처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힘을 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배트맨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베인이 배트맨을 쉽게 죽이지 않는 것은 그의 고단한 삶에 죽음을 자신이 주는 것은 오히려 축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린 흔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 자가 강하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우리가 공포를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가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흉악한 범죄자와 맞서야 하는 경찰과 화염속에서 시민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은 두려움과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그런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서 가족을 보겠다라는 일념으로 오히려 더욱 용감해진다. 그들은 범죄자에 잡힌 선량한 시민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브루스 웨인은 세 번째 시도에서 감옥을 탈출한다! 이는 그가 부활했음을 뜻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좀 더 나아가보자면, 그는 죽음에서 부활한 것이다.

 

 

허리가 꺾인 영웅은 어린아이만도 못하다. 흔히 말하는 '남자 구실'을 못하는 상태를 넘어서서,  그는 무기력하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만 봐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개월 동안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재활을 하고,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감옥에서 뚫고 나온다. 그런 그의 여정은 세상의 모든 악이 들어있던 판도라의 상장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희망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영웅의 부활 그 자체이다!

 

 

우리가 영웅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내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그런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들 역시 실수하고 절망하며 때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도저히 기사회생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그런 상황에서 폐인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서 일어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을 보라! 그들은 한결같이 죽음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고, 이에 감동한 신들이 그들에게 능력이나 신물을 선사하는 도움으로 그가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폴리 부청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든 경찰청장은 영웅이다. 그는 배트맨이 사라진 고담시에서 혼자서 고군분투하면서 악과의 끝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그는 사랑하는 가족마저 떠나버린 상황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고독한 영웅의 모습 그 자체다!

 

 

반면에 그의 밑에 있는 폴리 부청장은 어떤가? 그는 처음에는 한 시의원이 내년이면 (고든이) 해임된다는 소식을 듣자, 그의 자리를 노리는 야망을 드러낸다.

 

 

그는 배트맨이 8년 만에 출연하자 경찰을 총동원해서 그를 잡아서 영웅이 되고자 혈안이 된다. 그러다가 고든이 병원에 입원하고, 지하에 베인의 기지를 발견하게 되자, 공명심에 들뜬 자신을 자책하고 누구보다 베인을 잡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경주한다.

 

 

함정에 빠져 3천명의 경찰이 지하에 갇히게 되자, 고든과 함께 지하에서 베인에 맞서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다. 허나 정작 중요한 상황에선 실의에 빠져 결전에서 빠지려는 비겁한 행동까진 보여준다.

 

 

배트맨의 귀환을 알자 그는 다시 한번 개심해서, 3천명의 경찰을 이끌고 베인의 부하들과 결전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렬히 산화한다. 그의 그런 모습은 관객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부청장쯤 되는 인물이 저렇게 움직여도 되는 건가?’하고 말이다. 폴리 부청장은 영웅도 악당도 아니다. 그의 모습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

 

 

우린 모두들 출세와 부귀영화를 꿈꾼다. 잘 먹고 잘 살기 싫어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린 정의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폴리 부청장은 바람 앞에 갈대처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잘못된 판단도 내리는 소시민을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우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영웅도 악당도 될 수 있다! 물론 그 결과는 본인이 져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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