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슈퍼스타 K 4’ 6화를 보고 많은 실망을 했다. 그러나 악마의 편집 등의 ‘슈스케’의 단점을 지적하기에는 뭔가 (내 자신의) 내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7화를 보면서 이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지친 것’이다.
애초에 <슈퍼스타 K>가 대중을 사로잡은 것은 ‘대리만족’이었다! 오늘날 가요계는 철저하게 아이돌 위주로 재편되었다. 이들 아이돌을 배출하는 기획사는 거의 SM-YG-JYP에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음악적 재능을 갖추고 있고, 열정이 있어도 3대 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가수가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이런 가요계의 상황은 10%만이 대기업과 공무원이 되고, 나머지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우리가 허각에 열광하고, 울랄라세션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은 그들이 각각 긴 무명의 세월을 뛰어넘고 성공한 탓도 있지만,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탓이 컸다!
대한민국은 승자독식의 사회다! 1등한 사람만이 모든 것을 갖는다. 또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전국민을 TV앞으로 집결시킨 것은 <슈퍼스타 K>에서 열정과 재능은 있지만,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 기회를 잡고 한발자국씩 성장하면서 성공에 다가가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보았고, 거기서 자신은 그럴 수 없지만 비슷한 처지였던 허각과 울랄라세션이 우승을 하는 것에서 (마치 자신이나 지인이 성공한 것처럼) 쾌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슈퍼스타 K>를 통해서 기회가 생겨났고, 서인국-허각-울랄라세션-버스커버스커 등이 가수로서 활약을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슈퍼스타 K>는 그 자체로 치열한 경쟁이자 승자독식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번 <슈퍼스타 K 4>엔 약 208만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슈퍼스타 K>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이기 때문에, 우승자는 오직 한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승자를 제외한 207만 9,999명은 모두 패배자가 된다.
그게 <슈퍼스타 K>의 또 다른 씁쓸한 면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슈퍼스타 K 4>에서 우승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기존 가수들과 다시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현재 <슈퍼스타 K>출신 가운데 가수로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낸 이는 허각과 버스커버스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서인국은 현재 가수보단 연기자로 각광받고 있으니 제외하고-
<슈퍼스타 K>는 분명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이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에서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성공했다. 그러나 <슈퍼스타 K>는 엠넷의 프로그램으로서 또한 한계를 가진다. 아무리 재능을 가진 이라도, <슈퍼스타 K>가 품을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이가 오디션에 참가하면 탈락시킬 수 밖에 없다.
또한 참가자들은 마지막 한명이 남을 때까지 긴장하면서 계속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선 철철 피가 넘쳐흐를 정도로 상처 입는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이들은 이미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옆집 아이와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서 비교를 당하고,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때까지 일류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만 해야 한다. 어렵게 일류대학을 가면 끝인가? 아니다. 소위 스펙쌓기를 위해 공부는 공부대로 하고,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등의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왜? 대기업에 입사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하면 끝인가? 아니다! 또다시 인사고과를 잘 받아서 승진하기 위해서 끝없는 경쟁의 굴레를 반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오늘 승자가 되었어도, 내일은 얼마든지 패배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숨막히는 사회다.
하루하루 긴장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슈퍼스타 K>를 보면서 참가자들이 탈락하진 않을지 두근거리면서 보는 것이 이젠 피로하다 못해 지칠 지경이 되어버렸다.
<슈퍼스타 K>의 한계는 악마의 편집 등이 아니라, 참가자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밀어 넣고, 단 한명의 승자를 위해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시스템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너무 닮아 있는 점이다.
-물론 <슈퍼스타 K>는 인디밴드나 무명 가수 그리고 재능 있는 몇몇 이들에게 ‘기회’는 주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슈퍼스타 K>는 기본적으로 상업방송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으로 방송을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날 공중파가 <슈퍼스타 K>의 장점보다 단점인 선정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따라하고 있다. 따라서 더더욱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이건 ‘서바이벌 오디션’프로의 성격이기 때문에 어떻게 바꿀 수가 없다. 하여 앞으로 <슈퍼스타 K>를 비롯한 오디션 프로의 인기와 관심은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사그라 들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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