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나는 왜 ‘슈퍼스타 K 4’에 흥미를 잃었는가?

朱雀 2012. 9.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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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슈퍼스타 K 4’ 6화를 보고 많은 실망을 했다. 그러나 악마의 편집 등의 슈스케의 단점을 지적하기에는 뭔가 (내 자신의) 내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7화를 보면서 이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지친 것이다.

 

애초에 <슈퍼스타 K>가 대중을 사로잡은 것은 대리만족이었다! 오늘날 가요계는 철저하게 아이돌 위주로 재편되었다. 이들 아이돌을 배출하는 기획사는 거의 SM-YG-JYP에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음악적 재능을 갖추고 있고, 열정이 있어도 3대 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가수가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이런 가요계의 상황은 10%만이 대기업과 공무원이 되고, 나머지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우리가 허각에 열광하고, 울랄라세션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은 그들이 각각 긴 무명의 세월을 뛰어넘고 성공한 탓도 있지만,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탓이 컸다!

 

대한민국은 승자독식의 사회다! 1등한 사람만이 모든 것을 갖는다. 또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전국민을 TV앞으로 집결시킨 것은 <슈퍼스타 K>에서 열정과 재능은 있지만,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 기회를 잡고 한발자국씩 성장하면서 성공에 다가가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보았고, 거기서 자신은 그럴 수 없지만 비슷한 처지였던 허각과 울랄라세션이 우승을 하는 것에서 (마치 자신이나 지인이 성공한 것처럼) 쾌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슈퍼스타 K>를 통해서 기회가 생겨났고, 서인국-허각-울랄라세션-버스커버스커 등이 가수로서 활약을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슈퍼스타 K>는 그 자체로 치열한 경쟁이자 승자독식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번 <슈퍼스타 K 4>엔 약 208만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슈퍼스타 K>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이기 때문에, 우승자는 오직 한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승자를 제외한 2079,999명은 모두 패배자가 된다.

 

그게 <슈퍼스타 K>의 또 다른 씁쓸한 면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슈퍼스타 K 4>에서 우승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기존 가수들과 다시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현재 <슈퍼스타 K>출신 가운데 가수로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낸 이는 허각과 버스커버스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서인국은 현재 가수보단 연기자로 각광받고 있으니 제외하고-

 

<슈퍼스타 K>는 분명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이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에서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성공했다. 그러나 <슈퍼스타 K>는 엠넷의 프로그램으로서 또한 한계를 가진다. 아무리 재능을 가진 이라도, <슈퍼스타 K>가 품을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이가 오디션에 참가하면 탈락시킬 수 밖에 없다.

 

또한 참가자들은 마지막 한명이 남을 때까지 긴장하면서 계속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선 철철 피가 넘쳐흐를 정도로 상처 입는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이들은 이미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옆집 아이와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서 비교를 당하고,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때까지 일류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만 해야 한다. 어렵게 일류대학을 가면 끝인가? 아니다. 소위 스펙쌓기를 위해 공부는 공부대로 하고,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등의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 대기업에 입사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하면 끝인가? 아니다! 또다시 인사고과를 잘 받아서 승진하기 위해서 끝없는 경쟁의 굴레를 반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오늘 승자가 되었어도, 내일은 얼마든지 패배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숨막히는 사회다.

 

하루하루 긴장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슈퍼스타 K>를 보면서 참가자들이 탈락하진 않을지 두근거리면서 보는 것이 이젠 피로하다 못해 지칠 지경이 되어버렸다.

 

<슈퍼스타 K>의 한계는 악마의 편집 등이 아니라, 참가자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밀어 넣고, 단 한명의 승자를 위해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시스템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너무 닮아 있는 점이다.

 

-물론 <슈퍼스타 K>는 인디밴드나 무명 가수 그리고 재능 있는 몇몇 이들에게 기회는 주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슈퍼스타 K>는 기본적으로 상업방송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으로 방송을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날 공중파가 <슈퍼스타 K>의 장점보다 단점인 선정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따라하고 있다. 따라서 더더욱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이건 서바이벌 오디션프로의 성격이기 때문에 어떻게 바꿀 수가 없다. 하여 앞으로 <슈퍼스타 K>를 비롯한 오디션 프로의 인기와 관심은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사그라 들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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