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현대인에게 ‘살아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朱雀 2013. 3. 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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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중 자살률 1, 10대 사망원인 1,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의 4. 자살공화국.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어가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간다는 우리나라에 아픈 단면을 가장 잘 그려낸 한 마디가 아닐까 싶다.

 

처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볼때만 해도 왜 살고 싶어하는 남자와 죽고 싶어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지 이해를 못했다. 게다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영(송혜교)는 부잣집 수준을 넘어서 재벌가의 상속녀로서 기존의 식상한 설정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그러나 11화를 생각해보자! 오수(조인성)은 조무철의 누나인 뇌전문의 조선에게 오영을 보이기 위해, 기꺼이 얻어맞으면서도 무릎을 꿇고 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선 일부러 험한 말을 해서 오영에게서 살고 싶다라는 말을 하게끔 유도한다.

 

오영은 현재 뇌종양이 재발한 상태라서 살기가 매우 힘들다. 그녀는 힘든 뇌수술과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시간동안 오빠 오수와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

 

비록 가짜 오빠지만 오수는 오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늦은 밤 일부러 오영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외딴 산가에 올라간다. 그리곤 말한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어림없어. 넌 내가 널 떠나보내고 어떤 마음일진 상관이 없어. 그지? 네가 널 그리워 하고, 보고 싶어하고, 만지고 싶어할지, 넌 상관이 없어. 죽으면 그만이니까.”

 

오영은 6살 이후로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막대한 재산 때문에 몰려드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극심한 실망과 혐오로 믿음을 잃어버린지 오래. 그녀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마음에 철갑을 두르고, 강한 척 쿨한 척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두렵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오영은 오수의 말에 자극을 받아서 저택의 공터에 살고 싶다라고 눈위에 글을 쓰고, 오수를 본따서 코가 무척이나 큰 눈사람을 만들어놨다.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그 눈사람을 보는 순간 피노키오를 생각했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진다. 오영은 오수를 보자마자 죽여달라고 했지만 사실 그녀는 살고 싶었다. 그러나 힘든 수술을 견딜 자신도, 자신의 눈이 좋아질 거란 희망자체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포기했었다. -그러나 오영의 죽고 싶다라는 거짓말이다. 오수는 가짜오빠 행세를 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오영을 살리고 싶은 마음 만은 진짜다-

 

그러나 오수를 만나서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그를 소중하게 여기고, 추억을 만들면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되었다. 다른 인물인 조무철을 보자. 조무철은 누나 조선을 만나서 후회의 말을 쏟아낸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희주가 죽자, 뒷골목 세계에 투신하고 말았다.

 

그는 폐암 치료시기를 놓쳐서 이제 두어달 정도밖에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죽음 앞에서조차 폼잡고 싶어했던 그는 결국 소중한 모든 이들을 잃고 이젠 인생도 얼마 남지 않게 되고 말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인 <원령공주>에선 신과 인간이 전쟁을 벌이는 끔찍한 상황에서조차 살아라라고 주인공 아시타카의 입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아시타카는 재앙신의 저주 때문에 나날이 죽어가는 상황 임에도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원령공주>를 통해서 오늘날 희망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에게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도 비슷하다! 노희경 작가는 오수를 통해서 끊임없이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갓난아기 오수는 한겨울에 나무밑에서 버려지고 만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오수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희주가 자신 때문에 눈앞에서 사고로 죽자, 그 트라우마로 겜블러가 되어 막 살았다. ‘무의미한 인생이니까 아무 때나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무철의 칼을 맞고 그는 마음을 바꿨다.

 

살아가는 데 이유가 필요할까? 오늘날 우리는 생의 의미같은 거창한 이유를 찾고자 한다. 하루에만 수백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손안의 인터넷인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우린 그 어떤 시대보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린 다른 시대보다 행복한가? 현명한가? 이 물음에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 오영은 뇌종양이 이미 많이 진행되어서 수술해도 살 가능성인 10%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사실 포기하면 마음도 편하고 좀 더 남은 시간동안 (가짜오빠지만) 오수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역으로 수술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무척이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마저도 완치를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조차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10%가 아니라 아예 제로가 되어버린다! 죽음은 매우 쉽다. 우리가 생을 포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삶은 쉽지 않다. 때론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고, 혹독한 시련과 참담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런 희망없이 살아가던 오수에게 오영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나날들이 온 것처럼. 우리 역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좋은 날이 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들은 입시 때문에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직장인들은 언제 해고당할지 알 수 없는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우리 실정에서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는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야만 희망이 생길 수 있다.

 

노희경 작가는 비록 익숙한 패턴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을 우리 앞에 선보였다. 조인성과 송혜교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연기자를 내세웠지만, 재벌과 시한부 인생이란 진부한 설정을 했지만, 그 안에는 희망을 잃어버리고 꿈조차 꾸기 힘든 혹독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라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비록 모두가 공감하는 희망도 꿈도 보여주긴 어렵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그는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고자 그렇게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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