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현생 인류는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제노사이드’

朱雀 2013. 3.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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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 대상 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 주간문춘 베스트 1위 등등. <제노사이드>에 대한 일본 내 평가를 나열한다면 그것만 가지고도 1페이지는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들도 이 책의 진가를 완벽하게 평가해주진 못한다고 여겨진다.

 

이 책을 잡고 읽는 순간 당신은 철저하게 사로잡힐 것이다. 마치 거미줄에 잡힌 나비처럼 움직일수록 더욱 더 옭아매어질 것이고, 한 장 한 장 긴박하게 읽어나가면서 점차 줄어드는 페이지게 절망할 것이다. ? 줄어드는 페이지만큼 더 이상 <제노사이드>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미국 대통령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도대체 세계 최고권력자에게 올라간 하이즈먼 리포트는 무엇일까? 콩고 지방에서 나타난 신종 생물이 현생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런 의문은 이내 두 명의 등장인물 때문에 더더욱 모호해진다. 약학 대원생인 고가 겐토는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로부터 수수께끼의 메시지를 전해받는다. 그리고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희귀질병을 고칠 백신을 만들기 위한 기프트라는 의문의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다른 한명인 조너선 예거는 용벙이다. 그가 용병이 된 이유는 오로지 희귀병인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에 걸린 아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병원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제노사이드>는 일본보다 미국과 콩고의 이야기가 더욱 많이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제목처럼 끔찍한 살육전이 전개된다. 아프리카의 소년들이 강제징집되고 살인기계가 되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한 마을을 전멸시키는 장면은 끔찍하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그저 현생 인류보다 뛰어난 생물이 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난지 몇 년 안 된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용병들로 이루어진 비밀 특공대를 보내고, 그들이 임무를 완수하면 자살하도록 바이러스 치료약이라며 독약을 준 장면 역시 끔찍하기 그지없다.

 

<제노사이드>는 약학과 생물학 그리고 인류학, 그 밖에도 미국의 정치체계와 현재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절묘하게 버무려내서 도저히 소설이라곤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일본에서 신약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가 겐토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죽음의 전장을 뛰어다니는 예거를 한꺼번에 묶어내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솜씨는 가히 신의 솜씨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러나 <제노사이드>는 단순히 재밌는 소설은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집단학살이란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단 작품은 새로운 생명체를 없애기 위해 피그미족 전체를 몰살하려는 미국의 무시무시한 태도부터,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용병으로 활약하는 예거의 행동을 통해서 인류는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물론 10만명의 희귀병 환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는 고가 겐토의 모습이나, 새로운 생명체를 구하기 위해 인류학자 피어스의 모습은 존귀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아프리카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소위 선진국들의 모습이나, 용병과 소년병사의 모습은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의 맨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현생 인류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제노사이드>의 흡인력은 대단히 높다! 초반부는 약간 지루한 면도 있지만 조금만 참고 읽으면, (정말 쓰기 싫은 표현이지만)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흡인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아들을 살리기 위한 예거의 눈물겨운 투쟁과 백신을 만들기 위한 고가 겐토의 처절한 노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딸리는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너무나 거대한 담론을 던졌기 때문에, 이 책 한권으론 그것들을 모두 마무리 짓기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자의 입장에선 10권 아니 20권 이상의 초거대 장편으로 진행되어도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가 한권으로 끝나고 나니 무척 아쉽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의미를 넘어서서, 현생 인류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정면으로 묻는 작가의 사자후엔 흥미를 넘어서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실이고 작가의 상상력인지 알 수 없는 <제노사이드>는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설을 넘어서서, 독자에 따라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의 겉표지에 적혀있는 각종 수상경력은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징 정도다. 읽어본다면 필자의 평가가 절대 후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제노사이드다카노가즈아키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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