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가장 단순한 게 정답이다?! ‘런닝맨’

어제 ‘런닝맨’은 최근 들어서 가장 단순하게 진행되었다. 바로 <런닝맨>의 이름답게 두팀으로 나눠서 서로 힘과 힘(?)으로 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김수로-이종석-김우빈-이종현-민효린이 게스트로 참여했으며 여기에 유재석이 합류해서 연극부로, 나머지 런닝맨 멤버들은 육상부로 팀을 나눴다. 두 팀의 첫 대면식은 2:2 이름표떼기로 시작했다! 이름표 떼기가 무엇인가? <런닝맨>의 메인 게임이 아니던가?

 

<런닝맨>은 ‘이름표 떼기’를 첫 번째 코너로 활용함으로써 이번 분량에선 게임으로 진행할 것임을 암시했다. 육상부는 이광수와 지석진을 첫 번째로, 연극부는 김우빈과 이종현을 첫 번째로 내세웠다. 예상외로 지석진과 이광수는 잘 버텼다. 그러나 지석진이 먼저 시작한 배신 때문에 균열이 갔고, 결국 첫 번째로 지석진이 탈락하면서 숨가쁘게 게임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최근 <런닝맨>은 각종 설정과 특수효과를 동원해서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런 <런닝맨>의 모습은 훌륭했다. 예능이 예전처럼 단순하게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 못지 않은 구성력과 물량이 동원되어야 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많이 요리사의 손길이 간 요리는 때론 먹는 이를 질리게 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요리사의 손길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소박한 요리가 오히려 사람들에겐 큰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어제 <런닝맨>이 그랬다! 0교시 이름표떼기에선 김종국이 출연하자 일방적으로 연극부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방심한 이광수가 이종석-민효린에게 이름표가 떼이는 수모를 당했고, 김종국-송지효 팀은 너무 강력해 보였는데 의외로 게임마왕 김수로가 김종국의 이름표를 떼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그런데 송지효가 다시 김수로의 이름표를 떼면서 재반전이 벌어졌다!

 

1교시 빨리 먹기 릴레이에선 달걀-컵라면-아이스크림-초콜렛-생수-콜라를 한명씩 빨리 먹어서 시간 재기를 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웃겼다. 뜨거운 컵라면을 먹으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개리의 표정은 너무나 웃겼고, 분쇄기처럼 초콜릿을 먹어대는 하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콜라 한병을 원샷하고 트림 때문에 휘파람을 불지 못해 난감해하는 이광수와 유재석의 모습은 그 자체로 너무나 웃겨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풀장에서 벌어진 상대편을 매트위에서 밀어내기 게임에선 김종국이 1라운드에서 우르르 밀어내면서 괴력을 과시했고, 2라운드에선 열세였던 연극부의 유재석이 김종국과 하하를 밀어내는 기적을 선사하면서 그야말로 신승을 했다. 마지막 3라운드에선 기회를 엿보던 김수로가 달려들어서 마치 볼링처럼 상대편을 모조리 밀어냄으로써 다시 한번 ‘게임마왕’으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어제 <런닝맨>은 그야말로 고르게 멤버들이 활약을 펼쳤다! 유재석은 앞서 지적한대로 2:2 이름표 떼기에서 제몫을 했고, 송지효는 마지막에 김수로를 때면서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김종국은 능력자답게 상대편을 주눅들게 하고 거의 압도적인 위력을 선사했다. 그러나 김수로 역시 만만치 않아서 ‘게임마왕’다운 면모를 보였다.

 

<런닝맨> 멤버들의 조합은 이제 거의 완벽하다! 이광수는 틈만나면 같은 편인 김종국에게 반란을 일으켰다가 무참하게 진압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유재석은 1인자답게 활약을 펼치면서도 하하와 송지효와 막간 상황극을 펼쳤다.

 

사실 이번 <런닝맨>에서 보여준 게임들은 예전 <엑스맨>때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약간 형식의 변화는 있었지만 결론적으론 그냥 멤버들이 나와서 게임을 즐기는 형식이었다.

 

이런 형식은 멤버들이 ‘얼만큼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재미와 완성도가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전의 <런닝맨>들도 그러하긴 하다. 그러나 ‘금검전설’과 ‘초능력자’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한편의 영화와 같은 설정을 함으로써 멤버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애썼다.

 

그러나 이번 <런닝맨> ‘학교레이스’편은 최소한의 설정과 게임을 빼곤 멤버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멤버들은 제작진의 그런 기대에 120%, 아니 200% 이상 부응했다.

 

오늘날 예능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더 많은 재미와 웃음을 주기 위해 제작진들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각종 설정과 게임이 빗발친다. 그러나 이번 ‘학교레이스’편이 보여주지만, 때론 멤버들을 믿고 최소한의 설정만으로도 엄청난 재미를 줄 수 있다.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요 몇 달 <런닝맨> 중에 제일 나았다고 평가한다. 예능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이번 ‘학교레이스’는 사실 ‘제일 단순한 게 때론 정답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