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동심을 파괴한 ‘뽀로로’의 현실적 결말?! ‘직장의 신’

朱雀 2013. 4.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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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가 뽀로로를 잡아먹으며, 백곰 포비가 루피와 에디를 잡아먹고, 아기공룡 크롱이 크면 그 백곰마저 잡아먹는 다는 미스 김의 이야기는 매우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뽀통령'이라 불리며, 유아들에게 절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를 왜 이토록 다른 각도에서 보게끔 강제유도하는 것일까?

 

<직장의 신> 3화에서 미스 김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금빛나가 정주리가 자신의 친구라며 말하자, 이에 반발한 장규직이 정주리가 좋아하는 뽀로로 인형을 가지고 들먹이면서 전개되었다.

 

뽀로로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보았다면 그야말로 동심파괴가 되었을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뽀로로를 분석한 것이다! 장규직은 미스김을 몹시 싫어한다. ? 그녀가 너무나 능력 있는 파견직이기 때문이다.

 

장규직은 3화에서 왜 그렇게 계약직을 싫어하는 지 이유를 밝혔다. 바로 내일 볼 수 없는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계약직은 책임감도 없고, ‘돈만 받으면 땡이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 장규직의 이런 시선은 800만 계약직이 보기에는 서운함을 넘어서 분노가 쓰나미급으로 불타오른다. ? 대다수의 계약직은 정주리처럼 정규직이 되고 싶지만 사정상 어쩔 수 없이 계약직이 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의 신>에서 뽀로로의 먹이사슬(?)관계를 분석한 것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보자! 금빛나는 자신을 도와준 정주리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그녀는 심지어 신입사원 모임에 정주리를 데려나가고, 회사의 중요이벤트를 위해 간장게장의 달인을 찾아다닐 때, 자신보다 먼저 발견한 정주리의 공을 말한다.

 

요즘 같이 겉다르고 속다르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금빛나는 분명히 보기 드문 멋진 여성이다! 그러나 아무리 금빛나가 차별없이 정주리를 대한다고 해도, 그녀는 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우리 사회는 철저한 계급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시대처럼 눈에 보이는 계급은 없다. 그러나 학벌로 직장으로 그 사람의 신분이 갈린다. 일례로 금빛나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신입사원 모임에 간 정주리를 보자!

 

정주리를 보자, 다른 정규직 신입사원들은 그녀를 연수원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자 정주리는 자신은 계약직이라고 밝힌다. 대학 이야기가 나오자, 정주리가 연고대(?) 국문과라고 밝힌다. 마침 그 자리에 같은 학교 같은 과가 있었지만, 그녀는 본적이 없다고 한다. 알고보니 정주리는 지방캠퍼스 출신이었다.

 

그 이후 자리가 불편해진 정주리는 스스로 자리를 뜬다. 금빛나가 아무리 정주리를 똑같은 인간으로 대접해주어도 주변에선 두 사람의 다른 처지를 들어서 차별의 시선을 보낸다. 웬만한 깜냥이 아니면 정주리는 금빛나와 친구로서 지낼 수가 없다. ? 주변에서 그녀와 금빛나를 끊임없이 저울질 하면서 비교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그 사람의 학교와 직장의 직급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게 당신과 나의 현실이다!

 

미스 김이 계약직임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것은 탁월한 능력덕분이다. 그녀는 무슨 일을 하던지 달인의 수준으로 해낸다. 따라서 그녀는 갑과 을의 관계가 확실한 대한민국에서 계약직이 절대 약자인 현실에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업무외 수당을 꼬박꼬박 타갈 수 있는 이유다.

 

아마 미스 김은 좋은 대학을 나왔고, <직장의 신>에서 묘사되지만 이전에 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계약직이지만, 출신 성분으로 따지자면 정규직의 피가 흐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마치 서울대출신이 서울대 무용론을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류대를 나오지 않은 이가 일류대무용론을 말하면, 주변에선 그의 진의여부는 생각지 않고 비웃기 일쑤다. 역설적이지만, 일류대의 폐해를 말하는 이의 권위가 있으려면, 화자가 일류대 출신이어야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얼마나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인가? 사회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밝히는 데도 그 사람의 출신학교가 중요한 현실.

 

<직장의 신>은 계약직과 정규직의 상황을 코믹하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의 친구가 가능하게 이야기하고자 애쓴다!

 

장규직은 어렵게 달인을 섭외하고, 마트에서 간장게장쇼를 하고 게를 팔면서 회사의 간장을 홍보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운전실수로 달인이 그만 다쳐서 쇼를 할 수 없게 된다. 그 한번의 실수로 인해 그는 사표를 써야할 처지까지 몰린다. ‘마케팅부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던 그가 단 한번의 실수로 막다른 골목에 처하는 모습은 회사에서 일개 개인이 얼마나 취약한 처지인지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아무리 잘 나가는 마케팅 팀장이라도 회사에선 역시 '을'의 입장이란 사실을! 그런데 그를 구원하는 것은 놀랍게도 미스 김이다! 심지어 그녀는 시간외 수당까지 거부한다. 물론 그녀가 철천지 원수 수준인 장규직을 돕는 것은 스승인 간장게장의 달인과 직속상관급인 무정한 팀장이 부탁했기 때문이지만, 결정적으론 장규직이 짤리지 않게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직장의 신>에서 비록 미스 김이 장규직을 도와주지만, 안타까운 것은 결국 개개인을 돕는 것은 또 다른 개인의 선의라는 대목이 몹시 걸린다. 장규직의 실수로 달인쇼가 무산되려고 하자, 마트의 상무는 이를 계기로 회사간의 거래를 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스 김이 말한 것처럼 회사는 우정이 아니라 생존을 나누는 곳이란 것을 증명해 보인 사례랄까?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는 해녀 복장을 하고 한강에서 잠수를 하고, 간장게장쇼를 위해 가위를 들고 트로트를 한가락 뽑으면서 망가지는 모습을 서슴치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코믹함을 보여주긴 하지만, 위에 나열한대로 회사 생활에서 오늘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겪는 애환을 그려낼 때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직장의 신>이 치열한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 같다(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비록 초반이고 아직 많이 지켜봐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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