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겨우 이 정도밖에 못 만드나? ‘칼과 꽃’

朱雀 2013. 7. 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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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의 김영수 PD가 연출을 맡고, 김영철, 최민수, 엄태웅 등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칼과 꽃>에 대한 기대감은 정말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런데 2화까지 감상한 지금의 심정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 뿐이다.

 

물론 영류왕역의 김영철과 연개소문역의 최민수는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만으로도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낸다. 문제는 그뿐이다. 1화를 보면 공주역의 김옥빈과 연개소문이 인정하지 않는 서자 연충(엄태웅)이 서로 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엄청난 장대비 가운데 운명적인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스타일리쉬하다. 이후 공주를 비롯한 왕족을 죽이려 했던 주모자를 체포했는데, 그를 연충이 암살하고 도망가는 장면 역시 액션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스타일리쉬하다.

 

그러나 <칼과 꽃>의 매력은 딱 거기까지다! 훗날 보장왕이 되는 왕족 장이 분명 연출의 팔을 칼로 쳐서 상처를 입혔는데, 다 쫓아와서 그의 상처를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연충의 출중한 활실력이 장안에 소문이 나서 연개소문의 수하들이 암살을 위해 접근해올 지경인데, 왕궁에선 아무도 그를 조사하는 자가 없다니. 이건 너무 말이 안되지 않는가?

 

무엇보다 <칼과 꽃>에서 난감한 부분은 공주가 연충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다. 2화까지 샅샅이 봤지만 공주가 연충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없다. 그냥 사랑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공주와 연충이 첫 만나던 장면에서 들려주던 배경음악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다. -심지어 마차에 부딪칠 위기에 처한 공주를 구하고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는 장면에서 너무 어이없어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두 사람의 표정은 한 없이 진지한데, 김옥빈이 한팔만 의지해서 물구나무를 선 상황은 정말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칼과 꽃>2화까지 이야기전개가 몹시 느리다. 물론 영류왕과 연개소문이 당에 맞서는 전략이 달라서 서로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그 사이에서 서로 음모가 부딪치기는 하나, 그 정도는 이미 다른 사극에서 너무 많이 봐온 것들이라 전혀 새롭지가 않다.

 

게다가 공주쯤 되는 이가 맘대로 궁 밖으로 나다니는데, 호위무사는커녕 시종 하나 붙어있지 않다는 설정도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데, 심지어 위험하게도 사과를 머리에 올려놓고 활을 쏘는 내기에 스스로 지원할 정도라니.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설정이 아닌가?

 

<칼과 꽃>은 보는 내내 답답한 심경을 불러일으킨다. 김영철이 누구인가? 최민수가 누구인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아닌가? 그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장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자아낸다.

 

엄태웅이 누구인가? <적도의 남자>에서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장본인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그를 고작 이 정도로 밖에 써먹질 못하는가? <칼과 꽃>도 물론 몇몇 장면은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한다. 자객이 침입하는데 태평하게 욕조에 몸을 담근 최민수의 표정은 그 자체로 전율을 일으키고, 대대로 선출을 앞두고 거대한 붓으로 대고구려를 쓰는 김영철의 모습에선 제왕의 웅지가 엿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하 대로 딱 거기까지다. 이후 보여지는 반전의 반전은 정말 반전을 위한 반전이란 생각이 안들정도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장면설정과 빈약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의미불분명한 대사들은 <칼과 꽃>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대폭 떨어뜨리기에 충분할 지경이다. 부디 3화부터는 좀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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