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고현정씨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 ‘여왕의 교실’

朱雀 2013. 7. 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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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현정에 대해 연기력에 대해 과대평가된 배우중에 한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선덕여왕>에서 미실로 보여준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분명 고현정이 보여준 연기는 이전까지 국내 드라마에서 없었던 미실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현정이 입술꼬리를 올리고, 째려보며 연기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엔 오히려 <찬란한 유산>에서 김미숙이 연기한 악역에 대해 더 큰 인상을 받았었다. 고현정이 최근 <여왕의 교실>에 출연할 때만 해도 그녀에게 맞지 않는 배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연기할 마여진 이란 인물은 겉으론 마녀같은 인물이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학생을 사랑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왕의 교실>은 동명의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 드라마가 대부분 그렇듯이 특유의 내면연기를 요구받는데, 그중에서도 고현정이 연기해야할 선생역할은 너무나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국내 배우들이 일본 원작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기대가 가면서도 걱정이 더욱 컸다.

 

그러나 9화까지 본 필자의 감상은 한마디로 놀랍다! 국내 배우 가운데 일본 원작 드라마에서 이 정도의 내면연기를 보여준 인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7화를 예로 보자!

 

마여진은 고나리가 심하나에게 지갑을 훔친 것을 뒤집어 씌우고 심지어 수영장 탈의실에서 왕따를 시키면서 심한 짓을 한 것을 알고, 그녀를 협박해서 스파이로 쓴다.

 

결국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폭주한 고나리가 교실에 불을 내려하자,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녀가 휘두르는 커터칼을 맨손으로 잡는 고현정의 모습에선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과연 고현정에게서 섬뜩함만이 느껴지는가? 아니다. 그녀의 모습에선 자책과 더불어서 학생에 대한 흘러넘치는 애정 또한 느껴진다.

 

 

 

 

그녀가 그 건으로 징계를 받을때도 당연하게 여기고, 그녀의 교육법에 누구보다도 반대하는 양민희 선생이 고나리를 징계하지 않아도 되는 거냐?”라는 식으로 묻자, “징계받을 사람은 이미 받았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처벌을 받았음을 의미했다.

 

고나리가 그 사건으로 해외유학을 가려하자, ‘사물함 정리는 안하니?’라고 겉으론 차갑게 말하지만 눈빛으로 제발 교실로 가봐라고 간절하게 말하는 명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식의 연기는 한두번이 아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반 아이들이 미술실에서 놀고 있자, 겉으론 비아냥 거리지만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제발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하란 말이야. 너희의 인생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자신의 비밀이 들켜서 심하나를 비롯한 친구들을 배신한 김서현에겐 국제중 추천서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 못지않게 친구관계도 중요함을 역설한다.

 

 

 

고현정이 연기하는 마여진은 앞서 말한대로 연기하기 참으로 어려운 인물이다. 그녀는 <여왕의 교실>에서 중심인물이지만 거의 결말부 때까지 그다지 설명이 없는 인물이다.

 

무엇 때문에 무슨 목적으로 그녀가 그 정도까지 하는지 설명이 되질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말수가 많지 않고, 그녀의 말과 행동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그렇지 않은 건지 도통 헷갈린다. 그리고 말보다 눈빛과 표정 그리고 행동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해야한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섬나라 일본 배우들과 달리 감정과잉의 연기에 익숙하다. 일본배우들에게 우리나라 배우들이 잘하는 연기를 주문하면 몹시 난감해할 것이다. 이건 연기력의 문제가 아니라 익숙함의 문제다.

 

 

 

 

 

그런데 고현정은 그 어려운 내면연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여왕의 교실>이 시작될때만해도 과연 고현정이 잘 할 수 있을까?’는 이제 과연 다른 배우가 이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형 의문으로 바뀌고 말았다. <여왕의 교실>은 물론 어린 연기자들의 열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드라마지만, 동시에 고현정이란 이 시대의 걸출한 연기자가 보여주는 내면연기를 보는 것으로도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

 

고현정씨 당신을 과소평가해서 미안합니다. 당신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우리 시대의 뛰어난 배우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지금처럼 노력하고 노력해서 늘 발전하시길 빌겠습니다.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멋진 연기를 보여주시길 또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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