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미실과 덕만을 보며 한니발과 스키피오를 떠올리다.

朱雀 2009. 9. 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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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시청율이 42%이상을 찍어가며 50%대를 노리고 있다. 지난주 일식을 가지고 미실과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 덕만은 결국 미실을 속이기 위해 자신의 수하인 유신과 비담까지 속여 통찰력이 강한 미실이 속아넘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천신황녀인 미실이 ‘일식은 없다’라고 공표한 다음날, 일식이 일어나 천신황녀로서의 그녀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고 자신이 날조한 국조의 예언에 맞춰 드라마틱하게 등장함으로써, 불길한 쌍음을 새하늘이 열리는 상서로운 징조로 바꿔버렸다.

미실으로선 황권과 황후의 자리가 눈앞에 보였기 때문에 안타까웠지만 별수 없었다. 그러나 미실은 노련했다. 그녀는 덕만의 공주추인식을 미끼로 황실로부터 조세부담율을 흥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사람들을 단속하는 계기를 삼는다. 결과적으론 ‘천신황녀’로선 무너졌지만, 군사력과 재물이 있기 때문에 미실세력에 별로 줄어듬이 없다. 따라서 덕만공주가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지만 “이제 시작”일 따름이다.

앞으로 무슨 수를 써서든지 그녀로부터 병권과 재물을 빼앗아와야 한다. 또한 사람들도 뺏아와야 한다. 가질 수 없다면 부셔서라도. 그런데 잘 보자! 덕만공주는 미실에게 이야기하지만, 그녀가 미실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히 미실로부터 모든 전략과 전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몇몇 블로거들이 지적했지만 미실은 덕만의 정치적 스승이다. 둘은 비록 적으로써 만났지만, 한 사람은 이미 오랜 세월 세상을 지배하는 인물로, 다른 한명은 이에 대항하는 인물로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자연스럽게 적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다. 미실의 천신황녀로서 권위를 흔들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사다함의 매화’인 월천대사를 덕만공주가 호유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미실을 무너트린 무기가 원래 미실의 것이었단 이야기다.


로마인 이야기. 2: 한니발 전쟁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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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우리에게 익숙한 두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주역인 한니발 장군과 스키피오 장군이다. 한니발 장군은 카르타고인으로 로마를 뼛속까지 증오하는 인물이었다. <로마인 이야기>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하밀카르는 아홉 살짜리였던 한니발을 바알신전으로 데려가서 평생 로마를 적으로 삼을 것을 맹세한 다음에야 에스파냐로 데려갈 만큼 철두철미한 인물이었다.

한니발은 아버지가 죽은 후, 26세가 되던 해 에스파냐의 총독에 오르고, 에스파냐에 있던 사군토를 침입해 8개월이나 질질 끌어 로마가 ‘선전포고’를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 본토를 공격함으로써 로마시민을 ‘패닉’상태로 몰아갔다-그후 로마는 망하는 때까지 한번도 본국을 침략당한 일이 없었다-. 전략과 전술의 귀재였던 그는 무려 16년간이나 로마를 괴롭혔다. 로마는 자그마치 16년동안이나 한니발을 상대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무려 10만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고, 그 가운데는 10명이 넘는 집정관급 사령관이 죽는 엄청난 댓가를 치뤘다.

그러나 적의 허를 찌르는 한니발의 전략과 이전까지 보병 위주로 싸우고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닌 책략을 이용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로마를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적에게도 배우는’ 로마인의 습성은 결국 스키피오를 통해 만개하게 된다. 30대의 젊은 스키피오 장군은 17세부터 전쟁에 참가해서 한니발의 전략과 전술을 몸으로 습득해서 처절하게 배우게 된다(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전장에서 죽었다). 그리고 실현한다.

자신이 증오해마지 않는 로마를 부수기 위해 로마 본토를 전장터로 삼은 것처럼, 스키피오 장군은 카르타고를 곧장 공격해 본국이 그에게 계속해서 구원요청을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결국 한니발은 눈물을 머금고 이탈리아에서 본국 카르타고로 돌아왔고, 이제 45세의 노회한 장군은 33세의 젊은 장군 스키피오와 자마 전투를 벌이게 된다.

지금으로 치면 ‘탱크’에 해당하는 코끼리 부대를 앞세워 로마군에 혼란을 일으키려던 한니발의 계책은 이를 간파한 스키피오가 소대를 일렬로 길게 늘어세워 코끼리를 지나가게끔 만들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그 후 강한 로마의 보병과 기병대가 전방과 좌우익을 공격함으로써 결국 카르타고군은 괴멸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었고, 이것으로 제 2차 포에니 전쟁을 막을 내리게 된다.

고대 시대의 명장을 꼽으라면 한니발과 스키피오는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물들이다. 그러한 인물들이 서로 적으로 만나, 한쪽이 다른 한쪽의 천재적인 전략과 전술을 배워 결국엔 상대방을 꺾은 역사적인 사실은 <선덕여왕>에서 미실과 덕만의 사례와 너무 비슷하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제자가 결국 자신의 스승을 꺾었다는 부분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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