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열전

엄친딸 구혜선의 행보가 불안한 이유

朱雀 2009. 9. 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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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갑자기 검색어에 ‘구혜선’이 왠 일본인과 동시에 이름이 떠서 궁금해서 클릭해보니, 음악가 이사사오 사사키와 함께 오는 5일 서울 방이동에서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다는 기사였다. 그녀의 첫 연출작인 <유쾌한 도우미>에 삽입된 곡들을 소개한다고.

구혜선의 지난 행보를 보고 있으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꽃보다 남자>로 최대 주가를 올린 그녀는 차기작에 출연하는 대신, 소설(<탱고>)을 내고,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고 결국엔 영화 연출까지 했다. 첫 연출작도 단순히 감독만 한게 아니라 세트 제작과 대본과 작곡까지 모두 도맡아 했다고 하니 그의 열정과 재능에 그저 감탄사를 연발할 뿐이다.

그러나 계속되고 있는 그녀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영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녀의 천재적 재능에 부러워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다른 부분에 대한 걱정이 더 컷다. 바로 ‘연기자 구혜선’이다.

인터넷 얼짱 출신으로 유명한 그녀는 2002년 <논스톱 5>를 찍으면서 자신을 널리 알렸다. 그의 천진무구한 얼굴위에 엽기성을 배가한 독특한 캐릭터는 ‘구혜선’이란 이름 석자를 시청자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왕과 나>란 사극에 출연해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를 연기했고, <꽃보다 남자>에선 현대판 캔디인 금잔디로 출연해 뭇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이후 그녀의 행보는 서두에 밝힌 바와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마음대로 해도 된다. 또한 구혜선이 현재 벌이고 있는 활동들은 그녀에게 열정과 재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화가로서의 경험은 이후 그녀가 연기활동을 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꽃남>이후 연기가 아닌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구혜선이 자칫 연기의 ‘감’을 잃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엄친딸의 다른 이로 현재 <아가씨를 부탁해>에 출연중인 윤은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궁><포도밭 그 사나이><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흥행불패’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던 윤은혜는 지금 2년만에 출연작에선 쓴 고배를 마시고 있는 중이다. 따지고보면 현재 수목극 1위를 달리는데도 그녀의 연기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아직 4화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타자 역시 그녀의 불분명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연기등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가씨를 부탁해>의 대본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2년 만에 출연작에서 중심인물로 활약하려니 부담이 크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결국 시청자의 눈엔 연기자 가장 크게 들어오기 때문에 주연배우는 비난과 찬사를 모두 감당할 수 밖에 없다. 윤은혜는 매우 영리한 배우다. 그녀의 지난 출연작이 모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작품을 보는 통찰력과 자신의 배역에 대한 철두철미한 연구와 접근에 있었을 것이다.

비록 트랜드 드라마에만 출연중이지만, 그나마 이전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배우와 대본 그리고 연출진을 잘 선택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지난 2년간 윤은혜는 비록 배우로선 공백기였지만, 기획사를 차리고 조이너스에 디자이너로 참여해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낸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런 공백은 치명적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

그 이전에도 불분명한 발음과 다소 어색한 연기는 그녀에게 호의적인 않은 이들이 공격할 때 쓰는 주요한 무기였다. 2년만에 컴백한 그녀의 발음과 연기는 오히려 그 이전보다 퇴보했으면 퇴보했지 진보하진 않았다. 물론 윤은혜 역시 아직 어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잘 골라 출연해서 만회할 수 있겠지만, 그전까지 상당한 댓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연기외에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엄친딸과는 대조적으로 오직 ‘연기’ 외길 인생을 거는 이론 김명민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오는 9월 24일 개봉예정인 <내 사랑 내 곁에>에 루게릭병 환자로 출연하는 김명민은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기위해 무려 20kg을 감량했다. 신체적 변화도 변화지만 그는 루게릭병 환자를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의학서적으로 탐독하며 연구에 연구를 매진했다. 일부러 루게릭병 환자처럼 움직이고 비디오등을 보며 그들의 동선을 그리고 또 그리고 있다. 얼마전 예고편을 통해 보여진 그의 루게릭병 환자 연기는 연기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루게릭병 환자의 그것이었다.

물론 이런 구도에 가까운 김명민의 연기 스타일은 너무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라,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없다. 또한 이 방식을 따라할 필요도 없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스타일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자신의 맞는 방식을 찾아 최선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구혜선이 <꽃남>이후 낸 책과 전시회 그리고 영화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환호를 보내는 것은 결국 그녀가 ‘연기자 구혜선’ ‘배우 구혜선’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작가로, 화가로, 감독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면 가명을 썼어도 된다. <당신의 조각들>을 얼마 전 출간한 타블로는 처음에 자신의 유명세에 기대기 싫어 가명으로 내려다가, 출판사의 권유로 결국 그대로 낸 케이스로 알고 있다.

구혜선이 현재 영화감독으로 작가로 화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녀가 배우 구혜선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팬들은 자신들의 우상인 그녀를 위해 기꺼이 책을 사고 전시회에 가는 것이다.

그녀의 책과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아 함부로 속단할 수 없지만,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엄청난 찬사를 보낼 수준은 아닐거라 본다. 아마 구혜선은 연기자 외의 활동에 대해 연예인이 아닌 작가로 대등한 대접을 받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유명세에 전적으로 기대어져 있다.

따라서 만약 그녀가 다시 연기로 컴백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전의 활동에 대해 더 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연기자외에 다른 활동에 매진하다보면 ‘감’을 잃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배우로서 구혜선은 분명 매력있고 괜찮지만, 그녀의 연기력은 아직 한참 갈고 닦아야 한다.

‘괜찮다’라고 평할 수 있지만 ‘훌륭하다’‘환상적이다’란 평을 내리기엔 아직 절대내공이 부족하다. 그런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를 것 같은 때에 다른 외유활동만 펼치는 그녀를 보면 불안스럽다. 오지랖이 넓은 탓에 제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 같지만, 부디 그녀가 자신의 본업이 뭔지 어떤 것에 더욱 치중해야 하는지 고민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타자야 이런 글을 쓰고 틀리면 ‘틀렸다’고 인정하면 끝이지만, 외유를 하던 구혜선이 연기자로 돌아와 실패한다면 거기에 따르는 댓가는 매우 혹독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이 괜찮으면 추천 바랍니다.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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