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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말하다/TV비평

왜 주인공은 18살일까? ‘상속자들’



처음 이민호와 박신혜 그리고 김우빈, 크리스탈, 김지원 같은 주요인물들의 나이가 18살이란 설정에 ?’이란 소리만 나왔다. 무엇 때문에 김은숙 작가가 굳이 등장인물들의 나이를 이렇게 낮췄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상속자들>을 시청하는 내내 마찬가지였다. 연기자들의 나이는 이미 20대다. 게다가 극중 그들이 벌이는 행각은 성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례로 김탄은 이미 유라헬과 약혼을 한 사이다.

 

김탄이 미국에서 벌이는 일들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대학생이 할법한 일들이었다. 윤찬영과 이보나의 달달한 연애행각도 그렇고, 자신의 몸이 ‘18살 같지 않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19살 노인(?) 이효신의 발언 역시 그렇다.

 

게다가 그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은 내내 어색하기 그지 없다. ? 모두 20살을 넘긴 성인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교복을 입음으로써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전작 <신사의 품격>에서 40대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김은숙 작가와 제작진은 차별화를 꾀한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오늘날 로맨스 드라마들은 너무나 많다. 재벌 2세와 가난뱅이 아가씨가 연애를 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홍수처럼 넘쳐난다.

 

일주일에만 수십편의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하는 대한민국에서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를 하기 위해서 <상속자들>은 주인공들의 나이를 굳이 무리수를 던져가면서까지 낮췄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날 현실을 직시해보자! 요즘엔 유치원만 가도 이성친구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미 고등학생쯤 되면 연애를 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그들의 부모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18살이면 신체적으로 거의 자란 상태이고 그들의 의식수준 역시 성인과 다를 바 없다. 단지 우리 사회가 제도상으로 그들을 구속할 뿐.

 

! 지루한 이야기들은 이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18살의 나이는 반항기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탄과 최영도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이 하늘을 찌르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집을 나가지 못한다. ? 아무리 재벌 2세지만 집을 나가는 순간,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가난뱅이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20대를 넘어갔다면 사랑을 위해서 집을 나가는 것을 불사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18살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무능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들의 연애는 더욱 애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일까? <상속자들>에선 김탄과 차은상의 어른 버전(?)으로 김원과 전현주가 등장한다. 제국그룹의 사장이자 김탄의 형인 김원은 31살로 현재 25살의 전현주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전현주는 현실적인 벽 때문에 좋아하면서도 그를 멀리하고자 애쓰고 있다.-그나저나 제국그룹 김회장은 첫사랑은 미국에서 농장에서 일하던 여성이었으니 이쯤되면 유전인가?-

 

김탄과 차은상, 최영도 등이 다니는 제국고를 한번 봐보자! 여기서 최영도는 준영이을 엄청나게 괴롭히는 장면이 나온다. 얼핏 보면 이건 현재 일상화된 학교 풍경인 왕따를 보여준다.

 

그러나 단지 그걸 왕따로만 볼 수 있을까? 최영도는 왜 준영을 괴롭히는가? 자신보다 그가 약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내 대기업과 재벌들은 새롭게 부를 획득하고 그들의 세계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철저하게 괴롭히는 식의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처음에는 회유한다. 어떤 회사가 아이디어를 통해서 유명해지면 돈을 내고 인수합병하려고 한다. 만약 대표와 임원들이 그걸 반대하면, 이번엔 연구진을 비롯한 주요신사들을 로비해서 빼돌리는 식의 방법을 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망한 중소기업이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것을 철저히 막는다.

 

? 그들이 부를 독점하고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계급이 없는 사회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김탄의 어머니인 한기애가 차은상에게 김탄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르라고 강요하면서, 신분이 다르다고 운운하다. 이건 대한민국에서 부가 계급을 나누는 척도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어른이 아직 되지 못한 상속자들은 말 그대로 상속을 약속받은 것이지 아직 상속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부모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모두 구속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구속된 그들의 처지는 더욱 절실함을 찾게 만들고 그들의 그런 몸부림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가슴으로 와닿게 된다. 김탄과 차은상의 사랑은 그들의 경제적 차이와 처지만큼 이루기 힘든 관계다. 게다가 최영도같은 막강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위에 열거한 것처럼 제국고 내에서의 계급은 현실사회를 투영하는 거울로서, 또한 오늘날 심각한 학교폭력을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굳이 무리수를 던져가면서까지 <상속자들>은 주인공들의 나이를 18살로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