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21세기에 왕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최후의 권력’

朱雀 2013. 11. 2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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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SBS에선 꽤 흥미로운 다큐를 한편 방송했다. 바로 21세기 현재에도 왕이 존재하는 세 국가를 소개한 최후의 권력’ 3부인 왕과 나였다. 여기선 스와질란드 국왕 음스와티 3세와 브루나이 술탄 하사날 볼키아 그리고 부탄 5대 국왕인 지그메 케사르가 소개되었다.

 

21세기에도 왕이 존재하다니. 얼핏 들으면 잘 못 살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떨어진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본 세 나라의 국민들과 나라 사정을 보면서 그런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작용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먼저 갈대축제로 유명한 스와질란드의 경우 이 축제에 무려 10만명의 미혼여성이 참여한다. 외부엔 갈대축제가 왕이 신부를 구하는 축제로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이 축제는 이 나라만의 고유한 풍습으로 성인식이었다.

 

음스와티 3세는 하이라이트인 마지막날 참여해서 여성들에게 직접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이런 의식은 왕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과 애정을 높게 하는 것이었다. 또한 음스와티 3세는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을 정치에 참여시키는 이른바 군주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었다.

 

브루나이의 경우엔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야말로 국왕이 모든 것을 책임져 주고 있었다. 국민들이 선호하는 수상가옥을 무료로 지어주고, 국민의 60%가 공무원이며, 모든 국민은 단 1 브루나이를 지금하면 모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심지어 대학까지 무상교육이었다.

 

이렇듯 모든 것을 책임져주는 왕실의 재정은 오일머니로 나오고 있었다. 오늘날 복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모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브루나이 국왕과 왕실에 대해 국민들이 절대 지지를 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부탄의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왕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던가? 바로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던가? 그런데 부탄의 왕은 스스로 권력을 국민에게 내주고 자신은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있었다.

 

처음 부탄 국왕이 못 사는 지역의 국민들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만 해도 인기를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전격적으로 모든 권력을 내놓고 스스로 뒤로 물러날 때, 그저 놀라고 말았다.

 

국민들에게 수시로 투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은 제 목숨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연설하는 부탄 국왕의 모습은 왜 부탄이 가난함에도 행복지수 1위를 기록하는지 새삼 깨닫게 했다.

 

방송을 보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아무래도 1시간 남짓의 방송으론 세 나라의 사정을 말하는 데 매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왕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세 나라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모든 국왕은 국민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수위는 낮지만 스와질란드는 국민들을 정치에 참여시켰고, 브루나이는 국민들의 복지와 경제문제를 모두 해결하면서도 수시로 국왕이 직접 국민과 얼굴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 국왕은 모두 축제를 비롯한 행사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21세기는 세상이 몹시나 바쁘게 바뀌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 우린 모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해주던 가족이 해체된 지 오래다. 사실 국민의 고통과 짐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정부와 모든 기구의 존재의의는 회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다큐에 나온 세 나라와 비교해서 어떨까? 경제적으론 우리나라가 잘 사는 편이지만, 우리나라가 세 나라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지 않을까 싶다. 브루나이처럼 모든 경제적인 고민을 해결해주지도 못하고, 부탄처럼 국왕이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의 고민과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애쓰지도 않으며, 하다못해 스와질란드의 음스와티 3세처럼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애쓰는지 회의적이다.

 

 

이 프로를 보면서 느낌 점은 꼭 정치를 책임지는 모든 이들이 이 프로를 보고 국민에 대해 권력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싶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 그건 모든 역사가 말해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그러나 권력을 쥔 모든 이들은 자신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숙이고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공수표를 남발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어떻게 일할지 고민했으면 싶다.

 

21세기에도 왕이 존재하는 국가를 마저 국민을 섬기는 데,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이 국민을 섬기지 않는다면, 이 무슨 웃긴 조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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