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두 번 보기 싫은 걸작! ‘사이비’

朱雀 2013. 11. 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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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하자면 별로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주변에서 극찬을 했기 때문이다. 이창동의 영화들이 그렇지만 보고나면 너무 괴로운데, 왠지 이 작품도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너무나 추천하고, 영화는 지난 21일에 개봉했으되 집근처엔 틀어주는 곳이 없어서 결국 지하철을 타고 30분이상 간 극장에서 간신히 볼 수 있었다. 늘 그렇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이비>는 보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가 극장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대다수는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 잊고, 스크린속 세상으로 탈출하려는 게 아닐까?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즐기는 매체. 아마 영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가지는 의미이자 효용가치일 것이다. 그런데 <사이비>는 그런 용도를 폐기처분하고, 현실을 그것도 대다수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바로 관객의 코앞에 들이민다. 그것도 생생한 날 것 그대로.

 

<사이비>는 제목 그대로 사이비 목사와 장로가 벌이는 사기행각을 그리고 있다. 곧 수몰예정인 시골마을에 들어와 안수기도를 하고, 생명수라 말도 안되는 물을 팔고, 보상금을 기도원을 짓기 위해 내라고 하는 그들의 행각은 정말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갈 곳 없고 마을을 팔아버렸다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는 마을 주민들은 열렬하게 종교에 빠져든다. 오히려 이 사기꾼들의 행각을 밝히는 것은 마을 사람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김민철 뿐이다.

 

그런데 김민철은 묘한 사람이다. 그는 욕설을 항상 입에 달고 자신의 부인과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말 그대로 나쁜 사람이다. 그는 술집에서 우연한 시비 끝에 최경석 장로와 싸우게 되고, 그게 원한이 되어 그를 쫓아다니게 된다.

 

근데 그가 사이비 종교집단의 우두머리이고, 거기에 자신의 아내와 딸도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싸움은 단순한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되고 만다.

 

해체된 마을 공동체, 젊은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시골 동네, 순박한 사람들이 목사에게 속아 넘어가는 장면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러나 모두가 외면하고 아무도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데, 성철우 목사만이 그들의 상처를 보듬고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그를 더욱 의지하고 믿는 대목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우리는 왜 사이비에 빠져드는가? 아마 조금씩 이유는 다르겠지만, 힘들고 고된 내 삶에 한줄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극중 유일한 젊은 여성인 김영선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서, 시골생활을 청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김민철은 그런 딸의 마음을 눈치채고 등록금이 든 통장을 몰래 가져가서 모든 돈을 빼낸다. 한마디로 영선은 희망이 사라졌다. 그런 그녀가 어머니를 따라서 간 교회에서 목사에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열렬하게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극중에서 사이비 목사와 장로는 역설한다. ‘마을이 수몰되는 것은 마귀들의 장난이고,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 모든 나쁜 것들은 마귀와 악마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무척 난감했다.

 

왜냐하면 그걸 단순히 영화속 이야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모든 종교가 들어오면 이상하게 기복신앙으로 바뀐다. 너무나 열렬하게 신을 믿기 때문에 종교가 변질되기 쉽다.

 

그래서 목사를 비롯한 인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일부 대형교회의 목사들은 <사이비>의 장로와 다를 것 없이 헌금을 강요한다. 그들은 신도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치인이나 기업인들과 손을 잡고 더욱 크게 확장해나간다. 그뿐인가? 목사끼리 교구를 놓고 싸우고,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거나, 심지어 교회를 다른 목사에게 팔면서 신도수로 돈을 받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이비>는 무대가 작다. 겨우 시골마을 하나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실제로 <사이비>의 이야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을 그대로 까발린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 정의롭거나 멋진 인물이 아니라,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인물이 해결하는 것이 이채롭다.

 

게다가 만약 그가 나서지 않았다면 모두가 달콤한 꿈을 계속해서 꿀 수 있었다는 사실 역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비록 가짜라고 해도 달콤한 꿈을 꾸는 게 좋을까? 아무런 희망없는 절망의 삶이지만 현실을 깨닫는 것이 좋을까?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

 

애니메이션이기 가능한 현실풍자와 비판은 <사이비>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새삼 절감케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흥행과 거리가 매우 멀다. 우선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이 그렇고, 개봉된 곳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그렇다.

 

필자 같은 이들은 한번 보고 나면 도저히 두 번 볼 엄두가 몰낼 것이란 점에서도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인간의 믿음과 종교, 해체된 공동체, 국가의 역할처럼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사이비>의 모습은 매우 진지하고 저돌적이다.

 

오직 흥행의 공식들만 조합해서 상업영화를 찍기 바쁜 요즘 같은 시대에 장인이 한땀한땀 피땀을 흘리며 만들어낸 것 같은 완성도의 <사이비>는 정말 가뭄속의 단비 같은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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