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겨울왕국’은 무엇이 특별한가?

朱雀 2014. 1. 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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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을 보고 난 지금의 소감은 일단 놀라움이다! 왜냐하면 작품이 디즈니의 한계를 벗어나버렸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의 주인공은 일단 두 자매다! 아렌델 왕국의 엘사와 안나가 그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겨울왕국>은 악당이 없다! 물론 스토리 전개상 두 자매와 왕국을 노리는 악당이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그들은 말 그대로 곁가지에 불과하다. 우리가 흔히 영화와 애니에서 보는 전통적인 악당의 무게와 비중에 비교한다면 깃털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그 비중이 미미하다.

 

*<겨울왕국>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악역은 (두 자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그럴 수 있다. 엘사가 10년이 넘도록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아온 것은 온전히 사랑하는 동생 안나 때문이다. 어린시절 실수로 동생을 다치게 한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는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더더욱 두려워하며 방안에서 틀어박힌 채 지내왔다.

 

동생 안나 역시 언니 엘사를 오해하고 있다. 그녀는 트롤에게 다친 머리를 치료받으면서 자신이 사고를 당한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덕분에 언니가 왜 자신이랑 놀아주지 않고 방안에 있는지 모른 채, 넓은 성에서 외톨이로 지내왔던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엘사와 안나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오해하고 있다. 게다가 엘사는 부모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통제당할 것을 요구받아왔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무척이나 안타깝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녀의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넘치는 끼와 재능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은 그저 여성이란 이유로 부모로부터 끊임없이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 ‘여자는 뭐뭐해야 한다라는 식의 주문을 받아으면서 성장한다. 어떤 의미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성으로 길러진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엘사가 자신의 능력이 만천하에 공개된 후 홀로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감추지 않고 펼치면서 살겠다고 ‘Let it go’를 부르는 장면은 여러 가지로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이 저주받은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란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장면은 여러모로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자아찾기정체성 확립같은 딱딱한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대목이자 가치이다.

 

안나가 언니를 찾아 여행하는 장면도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그녀는 언니는 날 다치게 하지 않을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물론 그녀의 그런 모습은 동화적 순수성을 대표하는 캐릭터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가족에 대한 믿음과 신뢰마저 붕괴된 세상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언니를 모두가 괴물이라고 부르는 상황에서 끝까지 믿고 힘겨운 여정도 마다하지 않는 부분은 그녀가 어린이에서 당당한 여성이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또한 그녀가 언니의 실수로 심장에 마법을 맞고, 온몸이 얼음이 되는 상황에서 크리스토프가 아니라 언니 엘사를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게다가 그녀를 구하는 진정한 사랑왕자의 키스가 아니라 사랑하는 언니의 눈물과 포옹이란 사실은 새삼 <겨울왕국>의 주제가 가족애라는 점을 확인케 한다. <겨울왕국>은 어떤 의미에서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뮤지컬 장면이 많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도록 고려한 설정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가족애로 포커스를 맞추고, 사회적으로 아직까지 남성에 비해 억눌린 삶을 살아오는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이전까지 디즈니 애니에선 찾아볼 수 없는 주제의식이었다!

 

스스로 디즈니 애니의 공식에서 벗어나면서도, 온가족이 서로 웃으면서 볼 수 있고, 그러면서도 나름의 감동을 가져갈 수 있도록 조화와 균형을 이룬 <겨울왕국>은 디즈니 애니의 앞날이 밝게 느껴지는 명작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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