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어린이용 영화라 얕봤다간 큰코다친다?! ‘레고무비’

朱雀 2014. 2. 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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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를 조립하기 좋아하고, 컴퓨터게임에 열광하며, 슈퍼히어로물을 즐겨본다. 얼핏 보면 어린이들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사실 이런 문화에 열광하는 이들은 의외로 (심심찮게) 주변에서 어른들인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대 이상의 이런 어른들을 우린 키덜트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레고무비는 어린이와 키덜트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왜냐하면 둘 모두를 퍼펙트하게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레고무비>는 얼핏 보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같다.

 

로드 비즈니스는 레고 세상을 파괴하려는 절대 악의 화신이다! 이에 맞서는 영웅은 놀랍게도 슈퍼맨, 배트맨이 아니라 정말 별 볼일 없는,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는 미니피겨 에밋이다.

 

그의 얼굴은 레고 세상에선 너무나 흔한 나머지 지명수배로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러나 그는 예언에서 세상을 구할 인물로 스페셜로 지목되어 점차 성장해나간다.

 

<레고무비>는 패러디의 향연이다! 처음 오프닝은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판타지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평범했던 에밋이 세상을 멸망에서 구할 인물로 지목되는 장면에선 자연스럽게 <매트릭스>가 떠오른다.

 

실제로 <매트릭스>에서 인간들을 위협했던 센티넬이 등장해서 새삼 반갑기까지 할 지경이다. <레고무비>는 블록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레고답게 '마스터 빌더'들이 주변의 블록을 이용해서 트럭이든 우주선이든 만들어내는 장면을 빠른 편집으로 보여준다.

 

그런 모습은 박진감과 속도감을 줌과 동시에 레고의 (상상만 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특성을 잘 살려내며, 동시에 여러 레고 시리즈들을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대목은 정말 제품 홍보 제대로 하네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단순히 <레고무비>는 제품 홍보를 위한 영화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레고무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모든 공식에 충실하다! 절대 악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 일행의 분투와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랑과 우정이 싹트고, 주인공 일행은 점차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레고무비>가 특별한 것은 주인공만이 특별하기때문이 아니다. 결국 <레고무비>는 꿈꾸고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스페셜하다고 웅변한다. <레고무비>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등장하지만 결국 세상을 구하는 이는 놀랍게도 정말 너무나 평범한 에밋이다.

 

그러나 레고 세상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에밋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은 레고 세상의 모든 이들을 자극하고, 레고 세상의 모든 이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단순히 할리우드적 이분법으로 등장인물을 구분하지 않고 타협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대간의 화해를 그려낸 영화의 주제의식은 절대 가볍지 않다. 게다가 길가메쉬 서사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영웅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는 <레고무비>의 이야기 솜씨엔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그러면서 <레고무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기발랄함을 잊지 않는다. 유머와 페이소스가 넘쳐나며, 풍자와 풍부한 은유가 곳곳에 숨어있다. 가령 예를 들어 매뉴얼대로 살아가는 레고 세상속 피겨들의 모습은 요리 레시피부터 연애마저 인터넷에서 매뉴얼을 찾고, 항상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가고자 애쓰는 대한민국인들의 모습을 저절로 떠오르게 하며 묘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또한 레고를 조립하기 위해선 처음에는 매뉴얼이 필요하지만, 나중이 되면 상상력이 필요한 대목은 레고와 우리 세상에도 통용된다고 할까? 에밋이 만들어낸 이중소파는 얼핏 보면 아무런 쓸모가 없지만, 위기에서 그들을 구해내는 장면에선, ‘창의력이란 그런 엉뚱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만든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보면 정말로 유쾌한 영화이고, 알고 보면 볼수록 재미와 감동이 화수분처럼 늘어나는 <레고무비>는 그야말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놀라운 영화라 하겠다. 이런 멋진 영화가 서울에선 10군데 정도 밖에 상영되지 않는 현실은 그저 안타깝고 서글플 따름이다. 800만명의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 못지 않은(아니 어떤 면에선 더 뛰어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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