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왜 관객들은 중간에 나갔을까? ‘님포매니악 볼륨 1 ’

朱雀 2014. 6. 2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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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는 영화를 좀 본다고 스스로 믿는 자라면, 대다수가 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그는 영화에서 거장의 위치에 올라간 거인이다. 그런 그가 색정증 환자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했을 때, 호기심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님포매니악 볼륨 1>에서 반가운 사실은 소위 예술극장이나 개봉관을 찾아서 전전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상영관을 열어준 덕분에 집근처에서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관람을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의외의 선전 덕분인 듯.

 

그런데 <님포매니악 볼륨 1>을 보면서 이채로웠던 것은 관람도중 퇴장하는 관객들의 이야기였다. 필자가 갔던 극장에서도 최소 세 커플 이상은 상영 도중 나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영화관람을 스스로 포기케 한 것일까?

 

그리고 비록 두 편 중의 한편이긴 하지만, 1편을 보고 난 지금의 기분은 뭐라고 형용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결국 섹스를 통해서 인간의 욕망과 삶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동안 암전된 상태로 양철지붕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하도 길어서 처음엔 사고가 난 줄 알았다-

 

 

 

몇분 동안 양철지붕과 뒷골목의 풍경을 비추던 카메라는 이윽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한 여인을 보여준다. 우연히 그 부근을 지나던 샐리그먼은 그녀를 발견하고 응급실로 보내려고 하지만, 그녀의 만류로 자신의 집에 데려가고 (그녀에게서) 지난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님포매니악> 에서 화자인 조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녀는 이미 2살 때 자신의 성기를 발견하고 15살때쯤 처녀성이 싫어서 첫사랑인 제롬과 경험을 갖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3+5’라는 파보나치 수열이 등장한다.

 

활금비와 관련 있는 파보나치 수열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님포매니악>은 이런 식의 비유가 넘쳐난다. 십대 때 이미 친구 B와 기차에서 누가 더 많은 남자와 하나라는 내기를 벌이는 그녀의 모습을 플라이 낚시와 비교하는 모습은 기묘한 웃음을 가져다 준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섹스를 많은 것에 비유한다. 앞서 논한대로 파보나치 수열과 플라이 낚시. 그리고 바흐의 세 가지 성부를 비유한 정선율의 완성까지. 조는 색정증 환자라는 특이한 이력 만큼 독특한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을 죄인이자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자신의 경헝담을 말하는 부분에선 오히려 삶의 희열과 행복이 읽혀진다. <님포매니악 볼륨 1>의 관람객들은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필자처럼 라스 폰 트리에라는 이름에 주목한 인물일 것이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한 것이리라. 두 번째는 제목과 예고편을 보고 소위 야한 영화를 기대하고 온 이들일 것이다. 여기선 다시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커플끼리 온 경우에는 에로틱한영상을, 혼자서 왔다면 '눈요기감'을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님포매니악 볼륨 1>은 일반적인 관객의 욕구를 철저히 부정한다. 물론 영상자체가 전혀 에로틱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여주인공 조의 신체에서 드러나듯이, 우리가 성인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래머와는 거리가 멀다.-물론 어린 조는 아름답지만-

 

 

아마도 관객들이 제일 불편했을 장면. 그러나 이 장면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관객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문제적 장면'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아마도 색정증 환자를 통해서 인간의 욕망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 <님포매니악 볼륨 1>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지만. 적어도 색정증을 ’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진 않는다.

 

<님포매니악 볼륨 1>은 아직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에겐 불편할 수 있는 구석이 많다. 우선 색정증 환자인 조의 이야기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일부 관객에겐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하루에 10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혐오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는 샐리그먼은 날개가 있는데 날면 좀 어떤가?’라고 오히려 두둔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님포매니악 볼륨 1>에서 가장 한국 관객을 난감하게 하는 장면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흥분을 느낀 조의 모습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성은 항상 억압해야할 무엇이던가? 아님 죄의 상징이다. 그렇지만 회식을 위해 찾은 룸싸롱과 술집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진대로 갖가지 일이 벌어진다. 


 

한마디로 한국은 성문화가 왜곡되어 있고, 어두운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한쪽에선 성에 대해선 건강한 담론이 마녀사냥을 비롯한 토크쇼에서 형성되지만, 다른 한쪽에선 아직까지 유교적 사고방식과 기독교적 윤리관이 합쳐져서 로 명명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십명의 남성들을 상대하는 조의 모습은 불편하고 그녀를 옹호하는 듯한 영화의 시선은 더욱 불편했던 것은 아닐까? <님포매니악 볼륨 1>은 물론 구미유럽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긴 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불편하고도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보는 순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 포스터. 이 포스터는 영화의 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동시에 일반 관객들이 '착각'을 일으키는 부분도 있다. 아마 일반적인 에로틱한 성인영화를 기대하고 왔다면, 대다수는 실망하지 않을까? 애초에 '야한 영화'와는 거리가 머니까.

 

 

무삭제 블러처리<님포매니악 볼륨 1>의 영상은 예상보다 괜찮았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패션쇼>처럼 자막이 둥둥 떠다닐 줄 알았더니, 직접적인 성교 장면만 블러처리를 하고 그 외엔 별 다른 처리가 없다. 덕분에 감독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한 이야기와 상징들을 찾는 데 별 무리가 없다. 다행이다.

 


<님포매니악 볼륨 1>은 분명히 2편을 보기전까진 완벽하게 결론을 내릴 순 없다. 그러나 풍성한 유머와 상징 그리고 기호가 넘쳐나고, 에로틱적인 관점이 아니라 그냥 삶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때론 유쾌하게 때론 애잔하게 때론 지루하게 자신의 마음대로 풀어내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솜씨엔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슷비슷한 한국영화에 지쳤다면, <님포매니악 볼륨 1>은 그런 당신의 영화적 욕구를 채워줄 만한 작품이다. 단 편견과 선입견에 치우치지 않는 시선은 필수지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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