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힐링은 아직 유효한가? ‘힐링캠프’

朱雀 2015. 3.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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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힐링캠프는 김제동이 499명의 일반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진행되었다. 말 그대로 토크콘서트였다. 어떤 의미에서 어제 방송은 별 다른 것이 없었다.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숫기가 없어서 고민하고, 슈퍼갑(?)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그야말로 소시민들의 고민거리가 소개되었다.

 

 

어제 방송이 특별했던 것은 오히려 그러한 점에 있었다. 그동안 힐링캠프는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주로 나왔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에서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지만 그들의 직업이나 위치가 특별한 탓에 공감하는 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김제동 특유의 입담이 돋보였다. 김제동은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끝없이 들어주었다. 때론 반박도 하고, 반발도 하고, 농담도 건넸지만. 거기엔 게스트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넘쳐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겨우 김제동과 몇분 이야기했다고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제 힐링캠프의 특별한 점은 김제동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개인의 이야기를 열심히 진지하게 들어주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오늘날 한국에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기 바쁜 세상이지 않은가?-

 

 

소크라테스도 그러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는 상대에게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게끔 유도했다. 그래서 그의 대화술은 산파술이라 불리운다. 김제동의 모습도 비슷했다.

 

 

 

 

그는 게스트들에게 섣불리 답을 말하지 않는다. 최대한 들어주고, 그들 스스로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인식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가진 고민의 대다수는 남에게 말할 수 없어서 답답함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그런 답답함을 일단 해소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김제동은 게스트들이 말할 때 눈을 맞추고 계속해서 맞장구를 쳐준다. 그런 그의 마음은 그가 얼마나 듣는 자세가 되어있는지 웅변한다.

 

 

그는 게스트와 자신이 동등한 입장이란 것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는 기꺼이 망가지는 것을 개의치 않고, 때론 국민MC인 유재석의 흉(?)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같은 사람임을 일깨워 주었다.

 

 

 

 

 

대인공포증에 시달리는 한 소년에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좀 더 경계하는 쪽이 발달되었다고 말하고, 부채질 하는 친구를 둔 할머님에겐 나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하는 그의 말은 우리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게끔 만들었다.

 

 

힐링캠프힐링이 유행이었던 시절 탄생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나 오늘날 취업난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에겐 값싼 위로로 평가절화 되어졌다. 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무의미한 '힐링'만 되풀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제 힐링캠프는 그런 힐링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힐링은 누군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사실을 말이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면 좋은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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