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덕여왕'의 비담과 김춘추는 서로 닮았다!

朱雀 2009. 9. 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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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비밀병기와 최종병기로 불리던 비담과 김춘추가 마침내 한 화면 안에 잡혔다. 김춘추가 등장하기까지 무려 34화가 필요했으니, 시청자의 애끓는 소리가 눈에 선하게 잡힐 지경이다. 특히 유승호가 웃는 모습을 보며 “우리 완소 승호”라고 외치는 여동생을 보며 뭐라 할말을 잊었다. 드라마를 보고나니 비담과 김춘추가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생각이 떨치질 않았다.

1) 비극적인 출생

비담은 잘 알다시피 폐위된 진지왕과 미실의 소생이다. 황후가 되기로 약속하고 미실은 금륜과 야합하고 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진지왕은 주변의 반대에 결국 무릎을 꿇고 미실의 간청을 물리친다. 결국 진지왕이 변심했음을 깨달은 미실은 자신이 낳은 아들 형종을 버린다.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되어 정치적인 야심 때문에 버려진 아들. 그가 바로 비담이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철저히 버림 받은 자식으로, 여태까지 자신이 누구의 아들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불운한 인생을 살아왔다.

김춘추는 어떤가? 천명공주와 용수공의 아들인 춘추는 유복자다. 장인인 진평왕에게 힘이 되고자 전쟁에 나갔던 용수공은 끝내 미실이 사주한 세력에 의해 화살을 맞고 급사하고 말았다. 뱃속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천명공주는 팔자에 없는 중노릇을 해야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궁에 복귀해 아들이 있음을 밝혔다. 만약 미리 밝혔다면 미실 세력에 의해 춘추는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뿐인가? 수나라로 유학간 사이 그나마 한분이던 부모인 천명공주마저 대남보의 독화살에 맞아 비명횡사하고 말았으니...이젠 천애의 고아로서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되어버렸다.


2) 겉으로 보기엔 어리숙하나 비상한 머리와 큰 배포


34화에서 비재에 참가한 비담의 행태를 보자. 그는 일부러 비재에 참여한 화랑들을 찾아다니며 농을 부리고 희롱했다. 모두 그들을 도발하기 위한 의도였다. 덕만공주가 비겁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비재엔 처음이라며 정당화했다. 보종과 붙은 준결승전에서 그는 스승인 문노가 가르쳐 주지 않은 비장의 권법을 구사했다. 단순히 훔쳐본 것만으로 그 정도 성취를 이뤄 문노가 놀랄 정도였다.


34화에 마침내 등장한 김춘추는 우스꽝스럽게 등장한다. 그는 가마에 앉아 타다가 ‘멀미가 난다’는 이유로 물수건을 얼굴에 대고 한참동안 쉰다. 그뿐인가? 참다못한 수행원 대남보가 재촉하자, 말에 잠시 탔다가 무서워하며 내린다. 그러더니 피곤하다고 근처 여곽을 찾으라고 호통을 친다. 그가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 먼저 도착할 정도로 그는 느릿느릿 길을 걸어간다. 왜 그랬을까? 훗날 이유가 밝혀지겠지만, 이것은 미실세력과 덕만세력의 애를 끓게 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술수다. 비록 덕만이 이모이긴 하지만 출생부터 비극으로 얼룩진 그에겐 남남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힘없는 진평왕과 마야부인은 그저 안쓰러운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미실이 지배하는 조정에서 힘을 길러 장차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그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우습게 보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모르긴 해도 그는 말타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가마에서 멀미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러 자신을 우습게 보여 주변의 눈을 흐리고 훗날 흥선대원군이 마치 그랬듯이 정권을 잡기 위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리라.

비재를 앞두고 태평하게 낮잠을 즐길만큼 비담의 배포는 매우 크다.

3) 결국엔 기존 정치세력에 반하다!

비담은 출생부터 이미 기존 정치세력에게 반기를 들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드라마 설정에서 나오지만 그는 덕만공주와 혼인을 통해 신라의 왕이 되어 문노가 꿈꾸는 세상을 열어줄 인물이었다. 문노는 이를 위해 위험한 국경지대를 다니며 훗날을 대비했지만, 잔인하고 음험한 그의 성정에 실망해 어찌할 지 고민중이다. 아마 문노가 만든 책은 훗날 김유신이나 덕만공주에게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 비담은 분명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해 반란을 획책할 것이다.

문노가 그걸 준다고 해도 결국 왕은 덕만이 될 것이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든 비담은 반란의 기치를 들 것이다. 어머니 미실을 너무 많이 닮은 탓에 그의 정치적 야심은 그녀 못지 않을 큰 포부를 지녔기 때문이다.

자신을 수행해온 대남보를 따돌리고 비재를 구경하기 위해 온 김춘추. 자신의 이름을 묻는 죽방에게 장난스럽게 이름을 밝히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다. 누구의 세력에 속하지 않고자 하는 의지와 장난스러운 일면을 보인 장면이라 하겠다.

김춘추는 훗날 진골 출신으로 신라 제 29대왕에 등극하며 삼국통일의 기반을 만든 인물이다. 지금은 정치적 기반이 없는 탓에 미실과 덕만 사이에서 그는 분명히 줄다리기를 할 것이다. 결국 덕만이 미실을 물리치고 정권을 잡겠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춘추는 왕이 되고자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머니 천명공주가 당연히 가졌어야 할 권리이며, 자신의 몫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김춘추는 덕만공주와 결국 척이 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비담과 김춘추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비담의 반란은 실패하고 김춘추는 결국 신라의 왕이 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외엔 그들의 성격이나 성장과정 등에서 참으로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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