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왜 두 번이상 봐야 하는가?

朱雀 2015. 4. 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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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실망이 컸다. 1편이 개봉했을 당시 여러명의 히어로들의 밸런스와 그들의 활약상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라는 염려를 깨고 너무나 멋지게 히어로들간의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날이 발전해가는 마블표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에서 정점을 찍고 말았다. 분명히 슈퍼 히어로물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주제와 문제의식, 더불어 블록버스터 특유의 재미와 액션을 적절히 버무린 영화는 완성도와 재미에서 최고였다.

 

 





개인적으로 히어로물 중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다크나이트와 동급의 영화로 손꼽을 정도였다. 그런 탓일까? ‘어벤져스 2’의 개봉을 앞두곤 마치 소풍을 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설레기 그지 없었다.

 

 

 

-스포일러를 다량함유하고 있습니다. 이점 미리 밝힙니다.-

 

 

 

허나 막상 영화를 보는 내내 실망이 나를 지배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마블표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졌고,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이었다-물론 루소형제의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에 너무 길들인 탓이 크리라-.

 

 

그러나 두 번째 보면서 조금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동감하겠지만 우선 울트론과 비전의 탄생과정은 똑같다. 스타크는 뉴욕사건 당시 외계인의 침공에 큰 충격을 받고, 지구를 지키기 위한 강철수트로 AI인 울트론을 제작하게 된다.

 

 

그러나 울트론은 스타크의 기대와 달리 세상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멸종시키려 한다. ? 진화를 위해서(이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해보자). 울트론 때문에 위기에 빠진 어벤져스를 구하기 위해서, 스타크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자, 이번에 자신이 아끼는 비서격인 자비스를 집어넣는다.

 

 

분명히 울트론과 비전의 탄생과정은 똑같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다! 울트론은 결과적으로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고, 비전은 이에 맞서서 인류를 지키려 애쓴다. 만약 스타크가 첫 번째 실패에 굴해서 두 번째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비전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벤져스는 울트론에게 패배했을지 모른다. ‘어벤져스 2’에선 묘하게도 두 번씩 반복되는 상황이 여러 번 등장한다. 어벤져스가 로키의 창을 찾기 위해 소코비아의 히드라 비밀기지를 공격하는 장면에서, 소코비아에서 한 여성은 시장에서 아들인 코스텔을 애타게 찾는다.

 

 

그 여인은 영화 후반부에 똑같이 자신의 아들인 코스텔을 찾는다! 퀵실버는 어벤져스와 함께 울트론과 싸우다가 소코비아의 경찰에 쏜 총에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그는 호크아이와 코스텔을 구하려다가 총알세례를 받게 된다.

 

 

이런 식의 상황은 찾으면 꽤 많다. 울트론이 처음 등장할 때 드라마틱을 운운하면서 스타크의 아이언맨 군단을 내보내서 곤란에 빠뜨리고, 울트론과 스칼렛위치의 정신공격에 실의에 빠진 어벤져스 앞에 나타난 닉 퓨리는 드라마틱한 등장을 운운하더니 이내 결말부에 헬리캐리어를 타고 등장해서 그야말로 극적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어벤져스 2’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중에 하나로 루프(loop)' 반복이라 생각한다. 묘하게 어벤져스 2‘엔 반복되는 상황들이 많다. 그 상황들은 기본적으로 웃음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생각할 거리들을 던진다.

 

 

예고편을 통해서 익숙한 토르의 망치인 묠니를 드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파티장면에서 장난스럽게 시작된 묠니르 들기는 슈퍼히어로들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 토르가 거만하게 고결한 자만이 들수 있다라는 식으로 운운하기 때문이다.

 

 

호크아이가 처음 도전하지만 실패하고, 아이언맨은 뜻대로 되지 않아 슈트를 입고, 그것도 부족해서 워머신의 힘까지 빌리지만 실패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시도하자 살짝 들리지만 이내 그 정도에서 끝난다.

 

 

실패한 히어로들이 속임수를 운운하자, 토르는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자신의 망치인 묠니를 든다. 이 장면은 쉽게 아더왕이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를 뽑아내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무명의 아더왕은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를 뽑아냄으로써 영국의 미래왕임을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신탁대로 그는 영국을 통일한다. 영웅신화에서 성스러운 무기를 들거나 획득함으로써 자신의 권위와 정당성을 인정받는 장면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컨대 토르를 토르답게 하는 것은 그가 묠니르를 들고 있다는 자격그 자체다! 영화 후반부에 어벤져스 팀원들이 울트론 때문에 새롭게 태어난 비전에게 어느 편이냐?’라고 물으면서 불안해할 때, 비전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한다.

 

 

대신 비전은 묠니르를 들어올림으로써 그가 고결하다는 평가를 받아낸다. 관객은 비전이 누구도 들지 못했던 묠니르를 너무나 쉽게 들어올려서 웃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장면 하나만으로 그가 선한 인물이자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두 번째 키워드는 괴물이다. 배너는 자신과 함께 도망치자는 블랙 위도우의 말에 자신은 괴물이라 가정을 꾸릴 수 없고,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헐크는 분명히 통제될 수 없는 힘이란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극중에선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블랙 위도우의 자장가로 평화롭게(?) 다시 브루스 배너로 돌아오지만, 그는 여전히 위험한 존재이다. 그가 스칼렛 위치의 정신공격에 당해서 일반 시민을 공격하고,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아이언맨과 싸우는 장면에서 우린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헐크만 괴물일까? 블랙 위도우는 스스로를 괴물이라 칭한다. 비록 초능력은 없지만 살인기계로 키워진 블랙 위도우 역시 괴물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매드 사이언티스트라 칭한 토니 스타크는 어떤가?

 

 

그의 통제되지 않는 최첨단 과학기술 역시 울트론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인류를 위협하는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다. 또한 초능력이나 아이언맨 슈트가 없는 일반인의 눈에는 어벤져스가 괴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들이 아무런 댓가없이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지만, 그런 이유로 언제든지 그 힘이 자신들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울트론의 입장에선 60억이 넘는 인류를 지구를 좀먹고 파괴하는 괴물로 볼 수 밖에 없다.

 

 

울트론이 소코비아를 공중으로 떠올려서 마치 유성처럼 지구로 낙하시켜서 인류를 몰살시키려 한 것은 노아의 방주처럼 소수의 인류만 남게 해서 새롭게 리셋시켜서 인류를 진화시키고자 함이었다.

 

 

물론 울트론의 그런 생각과 의도는 엄청나게 삐뚤어진 것이지만,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인류가 벌이는 아름답지 못한 일들을 떠올릴 땐 변명거리를 늘어놓기가 쉽지 만은 않다.

 

 

이렇듯 어벤져스 2’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다. 물론 어벤져스 2’를 보자마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엔 영화적 한계가 존재하고, 이는 완성도 측면에서 분명히 한계이자 약점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여기저기 숨겨진 코드를 찾을 수 있고 재미를 느낄 구석이 많다는 점 역시 어벤져스 2’의 장점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옆구리를 다친 호크아이를 나노기술로 고치면서 헬렌(수현)여자친구도 못 알아볼 것이라 했다. 그러나 실상은 호크아이의 부인은 만지자마자 진짜 피부와 다르다라고 알아낸다.

 

 

소코비아 주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퀵실버가 경찰서에 나타나지만 빨리 대피하시오라는 그의 말에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다시 그가 총을 가져와서 허공을 향해 쏘아대자 그제서야 경찰서안의 사람들은 반응을 보인다.

 

 

1편에서 묠니르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내리친 토르는 두 무기의 묘한 조합(?)을 알아낸다. 그래서 2편에선 초반부에 캡틴의 방패를 내리쳐서 음파(?)로 적을 물리치고, 후반부엔 방패를 쳐서 날아가게끔 만들어서 적을 공격한다.

 

 

왜 이런 식으로 어벤져스 2’에선 반복되는 상황들이 많은 걸까? 거기엔 또 다른 심오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주인공 빌 케이지는 우연히 적인 외계인을 공격하다가 죽으면 그날 하루가 반복되는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점점 강해진다. 그가 힘이 세진 것도 아니고,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바로 경험치다! 그는 무슨 일이 앞으로 벌어질 줄 알고, 그에 맞서서 미리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원작만화에선 이를 환생이란 단어로 정의된다. 환생과 윤회란 개념은 어떤 의미에선 게임에서 유저가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물론 현실에서 우리는 그럴 수 없지만-.

 

 

어벤져스 2’에서 반복되는 상황은 이를 통해 보다 발전해가는 캐릭터들을 그려낸 게 아닐까 싶다. 캐릭터들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전보다 나은 선택과 행동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다시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게 아닐까?

 

 

물론 이는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름 설득력있다고 여겨진다. 두 번 관람한 것으로 어벤져스 2’에서 놓친 부분들을 볼 수 있는데, 또 다시 관람한다면 또 놓친 장면과 의미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어벤져스 2’는 최소한 두 번이상 관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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