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명화속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우먼 인 골드’

朱雀 2015. 7. 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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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입안이 씁쓸해졌다. 영화속 마리아 알트만은 소중한 추억이 담긴 숙모의 초상화를 되돌려 받길 원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그릭의 작가는 클림트 이고, 그 작품은 현재(영화속 상황)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명화로 지정된 상태다.



모두가 안다. 마리아 알트만은 유일한 정당한 상속인이며, 오스트리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그림은 사실 나치에 의해서 불법적으로 빼았았다는 사실을. 그러나 인정하는 순간 나라를 대표하는 명화를 개인에게 돌려줘야 하고, 그것은 단순히 작품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비슷한 사례의 많은 작품들을 되돌려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기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기를 쓰고 마리아 알트만의 요구를 묵살한다.







전설적인 작곡가 쇤베르크의 손자가 보여주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살고 있는 그는 나치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생존을 위해서 대서양을 건너 온 쇤베르크가의 후손이다. 그는 처음엔 마리아가 돌려받고자 하는 초상화의 가격이 무려 1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돈 때문에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림을 되돌려 받기 위해 찾은 오스트리아에서 자신의 선조의 발자취를 찾고, 그분의 음악을 들으면서 심경이 변화한다. 그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해 결국엔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마리아와 쇤베르크가 오스트리아 정부와 법정에서 싸운 기간은 무려 8년에 달한다.



그들은 처음엔 오스트리아를 찾아가서 정부관계자들을 설득하고자 하지만, 냉담한 거절에 낙심하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쇤베르크가 방법을 찾아내고 미국 법정에서 싸우고 결국 대법원에서 이기고, 다시 오스트리아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우먼 인 골드’는 단순한 제목이 아니었다. 원래 알트만 가의 소유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나치가 강제로 몰수한 후, 한 인물에 의해 소유되면서 모델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우먼 인 골드’라는 제목으로 한때 불리게 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를 겪을 때, 수 많은 문화유산들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일본으로 반출되어 그곳에서 다른 명칭으로 불렸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법정에서 시간을 질질 끄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모습은 오늘날 일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영화는 다른 면에서 명화를 생각케 한다. 우리에게 클림트의 명화를 비롯한 예술 작품들은 높은 가격과 희귀성 때문에 상당히 ‘신비화’되어 있다. 그러나 수많은 명화들이 그렇듯이 이 영화속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매우 개인적인 작품이다.



영화속 묘사에서 이 작품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개인이 소장하기 위해 그려진 작품이었다. 더불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과연 명화를 개인이 소장하는 것이 옳은가? 그 대상이 국보급 가치를 지녔을 때, 불법성이 인정된다면? 개인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한가?



이 물음은 결코 쉽지 않다.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게다가 그림 속 모델인 아델레가 유언장에 자신이 죽으면 ‘박물관에 기증하라’고 했다. 게다가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오스트리아의 국보급 명화다. 세계의 유산을 개인이 소장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1억 달러를 넘는 명화의 경우, 대다수는 부호들에게 팔릴 수 밖에 없다. 왜? 대다수 소유인들이 가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 소유의 문제점은 소장자가 대부분 일반 공개를 꺼려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모든 인류가 공유해야 할 작품은 몇몇 개인의 소장욕을 충족한 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우먼 인 골드’는 나치와 그들이 강제로 빼았은 예술품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10만점이 넘는 작품들이 원래 소유자들에게 되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끔찍하게 다가온다. 더더군다나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은 15만점(해외밀반출 문화유산)이 있는 우리로선 도저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명화의 가치와 명화를 개인이 소유해야 하는 것인가? 아님 국가가 소유해야 하는 것인가? 등등의 물음을 던지는 영화는 매우 의미깊은 작품이라 여겨진다. 특히 비슷한 처지의 우리로선 도저히 쉽게 보고 넘길 수 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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