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한국 무협영화의 한계와 강점을 동시에 보여준 ‘협녀, 칼의 기억’

朱雀 2015. 8. 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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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정말 많다. 많은 이들이 지적한 대로 몇몇 CG부분은 분명히 어색했다. 할리우드와 중국 무협액션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진 관객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최근 무협영화를 시도한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너그럽게 봐줄만 하지 않을까? 게다가 스토리라인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이나 훌륭하지 않았는가? 또한 무협 영화이긴 표방했지만 결국 사랑이야기를 주요하게 진행되었다. ‘협녀, 칼의 기억’는 왜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을까?






무인들이 칼을 잡고 다스렸던 ‘무인시대’를 염두에 둔 탓인 듯 싶다. 이름이 좀 바뀌었지만 최고권력자 이의명은 당시 이의방, 이의민등의 절대권력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결국 최고권력자가 되는 유백의 모습은 천민에서 최고권력자가 되는 이의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민란의 선봉장으로 나선 풍천역의 배수빈은 우리에게 ‘협녀, 칼의 기억’가 무협에 대해 깊이있는 고찰을 하게끔 만든다.



원래 협의란 무엇인가? 바로 민의를 대표하는 것 아니겠는가? 극중 풍진삽협이 백성들을 위해 함께 일어난 것은 진정한 협의가 지향하는 바를 뜻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조금 이야기가 전개되면, 정의나 대의와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복수로 그 의미가 몹시 좁게 그리고 퇴색되어 버린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는 협이 결국엔 개인의 원한갚기에 급급하는 협의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보여주지 않는가?-.



바로 덕기가 사형인 풍천을 배신하고, 그의 연인인 설랑(후에 월소로 이름 바꿈) 의리를 지키기 위해 풍천의 딸인 홍이를 데려다 키워 자신과 유백으로 이름을 바꾼 덕기에게 복수를 하게 만든다.







‘협녀, 칼의 기억’은 우리가 이전 무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스토리라인을 채택한다. 바로 복수다! 우리가 많이 봐온 무협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멸문지화를 당한 가문의 살아남은 유일한 사내아이가 무술을 익혀서 원수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다.



‘협녀, 칼의 기억’는 그런 스토리라인을 충실히 따라가는 듯 하다. 그런데 영화에서 독특한 것은 복수를 행하는 홍이보다 그 주변인물격인 월소와 유백의 존재감이 더 크고 그들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더 세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이는 차향과 그들의 추억을 통해서 관객에게 더욱 강하게 어필한다. 게다가 절대자로서의 유백의 모습과 수십명의 적을 두고도 의연한 월소의 모습은 아직 설익은 검객인 홍이보다 더욱 강렬하게 관객에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협녀, 칼의 기억’의 가장 큰 강점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상미일 것이다! 화려한 의상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눈이 펄펄 날리고, 대나무밭에서 이루어지는 수련 등은 그 자체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상미만큼이나 강렬하고 아름다운 OST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마치 한편의 시처럼 깊은 의미를 대사들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협녀, 칼의 기억’은 꽤 볼만한 작품이고, 배우들의 명성만큼이나 연기내공을 볼 수 있는 사례라 여겨진다. 그것도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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