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암살'과 '베테랑'의 쌍끌이 흥행의 의의는?

朱雀 2015. 8. 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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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현재 ‘암살’은 10,915,042 명이며, ‘베테랑’은 7,229,143 명으로 집계되었다. 둘다 당연히 현재 관객동원수다. ‘베테랑’은 현재 무난하게 천만돌파할 것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재 여름 극장가를 쌍끌이 흥행하고 있는 두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달수가 공통적으로 출연한다는 점? ‘암살’엔 총격신, ‘베테랑’엔 격투신과 같은 액션신이 있다는 점?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 아마도 공통점을 찾고자 마음 먹는다면 밤새도록, 읽는 이들이 지겨울 정도로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야할 점은 무엇일까? ’암살’은 국내 상업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친일파 처단을 앞세우고 있다. 그 대상은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다 . ‘베테랑’에선 서도철 형사는 법을 제멋대로 어긴 재벌 3세 조태오를 체포한다.



우린 영화 '암살'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를 살아갔던 이들의 다양한 면모를 생각하게 된다. 무조건적으로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부터, 원래는 독립군이었다가 변절한 인물, 바꿀 수 없는 현실에 패배감으로 살아가는 이, 전형적인 일본군인, 비록 일본인이지만 조선 독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인물 등등. '단순히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 시대상을 다양한 인물상을 통해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폭넓게 바라보게 만든다.





관객들이 두 영화에서 카타르시스를 받는 부분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영화속에서나마 정의가 실현되었다’라는 게 아닐까?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에선 광복 후에 제대로 된 친일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뿐인가? 오늘날 우리 사회엔 ‘갑질’이 일상화 되어 있고, 돈있고 권력있는 자들의 횡포를 무수하게 뉴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베테랑’은 오히려 현실을 따라가는 것처럼 힘겨워 보일 지경이니.



법앞에선 만인은 평등해야 하건만, 부자거나 권력있는 자들은 비싼 수임료를 내고 일류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무죄 혹은 그에 준하는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게 사실이다. 대중은 이런 현실 앞에서 쉽게 좌절한다. ‘뭐 세상이 다 그렇지’라고 푸념하면서.








약 35년이 달하는 일제강점기는 많은 이들에게 실의와 포기 그리고 좌절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우린 광복을 맞이하지 못하겠구나'라고. ‘암살’에서 하와이 피스톨의 대사처럼' 매국노 몇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나?'. 그러나 그렇게라도 ‘우린 존재하고 활동한다’라는 외침이 중요한 게 아닐까? 불의에 대해 ‘이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외치는. 오늘의 현실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옳은 일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게?




‘암살’의 엄청난 흥행은 영화계를 비롯해서 문화계에도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인 광복이전의 일제강점기를 시대로 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 영화로, 소설로, 웹툰으로 그 시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베테랑’의 흥행도 마찬가지로 재벌가를 비롯한 힘있는 자들을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이는 형사(혹은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암살’의 경우엔 약산 김원봉, 상해 임시정부, 신흥무관학교처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혹은 잊고 있었던) 실존 역사의 단편들이 흘러나온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관람 후에 필자처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거나, 보다 적극적인 이들은 도서관에 가서 관련자료들을 찾아볼 것이다.



물론 두 영화의 흥행이 실제로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데 도움이 될 일은 별로 없다. 아마 많은 이들은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에 더욱 환호할 것이다-그렇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러나 작은 하나의 씨앗에서 거대한 나무가 움터 오르듯이, 영화로 촉발된 관심사가 다른 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리란 보장 역시 없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란 금언을 남겼다. 오늘날 우리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많은 중요한 것에 대해 무감각하게 그리고 무관심하게 외면하고 있다. '암살'과 '베테랑'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것들을 일깨우고 있는 건 아닐까? 필자는 감히 그것이 오늘날 두 영화의 엄청난 흥행이 주는 가장 큰 의의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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