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인생에서 은퇴가 존재할까? ’유스’

朱雀 2016. 1.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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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다가 은퇴하면 어떤 모습일까? 주인공 프레드 벨린저는 그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80살인 그는 ‘심플송’을 비롯한 자신을 대표할 만한 작품도 만들었고, 지휘자로서 명성을 널리 떨친 인물이다. 따라서 그는 ‘이룰만큼 이룬’ 인물이다.



그런 탓일까? 그가 스위스의 고급호텔에서 지극히 무료하고 따분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은 이해가 가면서도 어딘가 안타깝다. 그가 산책하고 마사지 받고 건강검진을 받고, 다른 투숙객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어딘가 죽음이 다가오기만을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50년이 넘도록 우정을 키워온 친구 믹은 젊은 스탭들과 함께 새로운 영화 각본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자신의 유작이자 걸작이 될 것이라 믿고 작업혼을 불태우는 그의 모습은 ‘예술가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진행되면 될수록 그런 경계가 모호해진다. ‘유스’는 어떻게 보면 ‘그래비티’처럼 영화에 없는 것을 제목을 한 느낌을 받게 한다. 물론 영화에는 늙은 주인공과 대비되는 젊은 사람들이 나온다. 특히 같은 투숙객으로 나오는 지미는 프레드와 믹을 제외하고 가장 모습을 많이 비추는 두 인물에 비해 상당히 젊은 인물이긴 하다.



장난끼가 넘치고 사소한 것으로 내기를 하는 프레드와 믹의 모습은 5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두 남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얼핏보면 무기력하고 삶의 의욕이 꺾인 것 같지만 그런 모습들은 두 사람이 삶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불태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러나 ‘유스’가 프레드와 믹의 관점에서 주로 그려지기 때문에 ‘유스’는 정말 두 인물과 대비되는 제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80살이 넘은 두 사람은 전립선을 주로 이야기하고, 정말 시시한 것을 내기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서 어찌보면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각각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분명히 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각각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처럼 벌어진 일 때문에 각각 다른 마지막 선택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유스’는 많은 상징과 비유로 넘쳐난다.



따라서 한번 보고 나면 ‘몇번 더 봐야 진의를 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품게끔 만든다. 80살이 넘은 두 사람은 때때로 유치하다. 그러나 80살이 넘게 살아왔기에 그들이 삶에 대해 갖고 있는 통찰력은 분명히 나름대로 깊이와 무게감을 갖추고 있다.



미스 유니버스는 '유스'에서 젊음의 화려함과 그 엄청난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 싶다. 온천에서 미스 유니버스를 두 할아버지가 보는 장면은 그것을 다소 코믹하게 그려낸 대목이리라.



프레드는 겉보기엔 지극히 무기력하지만, 그가 숲속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소떼와 자연을 벗삼아 지휘하는 모습은 그가 아직까지 음악에 대해 식지 않은 열정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또한 딸이자 비서인 레나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미의 은퇴란 존재할 수 있을까? 어쩌면 죽음이 갑작스럽게 우리를 방문할때가 진정한 의미의 은퇴가 아닐까? 프레드와 믹은 젊음을 동경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면에서 감독의 이전 작품인 ‘그레이트 뷰티’와 대비를 이룬다.



영국 여왕이 특사를 보내 '심플송'을 연주해달라는 지극히 명예로운 제안을 프레드가 자꾸만 거절하는 이유가 나중에 밝혀지는 장면은 영화에서 나름 반전이라 할만하다. 또한 그 부분은 '삶에 대한 예찬'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레이트 뷰티’의 시끄럽고 화려한 파티만큼이나, 고급 호텔에서 매일 저녁마다 벌어지는 공연을 무력하게 쳐다보는 프레드의 모습은 뭔가 허망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유스’는 요즘 상업영화처럼 재밌거나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내가 본게 뭘까?’라고 관객이 스스로 곰씹어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기 쉽지 않은 영화다. 게다가 뭔가 사소한 주제들의 대화와 뭔가 특별한 연결점 없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지루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지극히 가벼운 영화들이 난무하는 요즘 시점에 삶과 젊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라 여겨진다. 특히 조수미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지는 6분간의 공연장면은 영화의 백미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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