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이 사운드맛집이었네! ‘메가박스 성수점’ MX관

친한 동생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따라갔다. 근데 서울숲역 근처에 위치했다. ‘어라? 여기도 영화관이 있었나?’했다. 서울숲에 산책하러 몇 번 가긴 했지만 그곳에 영화관이 있는 줄은 까맣게 몰랐다.

 

검색해보니 메가박스 성수점은 지난 19년 11월 8일 날 오픈했다. 오픈한지 이제 2개월 정도 된 셈이었다. 어라? 근데 MX관이 있네? MX관은 메가박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관으로 ‘사운드’에 특화되어 있다.

이 곳은 카네기홀과 오페라 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마이어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고, 세계적인 사운드 디자이너 밥 매카시의 튜닝이 더해졌다. 무엇보다 MX관은 ‘돌비 애트모스(Dolby Atoms)’를 지원한다.

돌비 애트모스는 돌비사에서 만든 궁극의 극장용 음향 포맷이다.당신은 몰랐겠지만, 당신이 본 모든 영화는 별 다른 이야기가 없으면 ‘돌비 디지털’을 지원했다. ‘돌비’는 전 세계 대다수의 영화의 기본 포맷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돌비사에서 만든 궁극의 음향 포맷인 ‘돌비 애트모스’의 가장 큰 특장점은 어느 자리에 앉던지 최상의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게 왜 놀랍냐면, 기존의 오디오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 존재한다.

극장에 가서 보면 알겠지만 앞뒤좌우로 스피커가 당신을 빽빽하게 포위(?)하고 있다. 그 스피커들은 특정 지점에서만 가장 극대화된 음향을 들려준다. 이를테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2/3지점’이런 식이다.

 

아마 다들 극장에 갔다가 앞쪽이나 뒤쪽 혹은 왼쪽이나 오른쪽에 치우쳐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소리가 어땠는가?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대사를 놓치거나, 오히려 산만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돌비 애트모스’는 소리를 ‘객체(object)화’ 했다. 기존의 오디오가 단순히 ‘재현’에 급급했다면? 애트모스는 아예 소리 자체를 구현해버렸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차가 등장한다면, 그걸 아예 공간상에서 구현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론 어디에 앉든 거의 똑같은 퀄리티의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서론이 길었다! 성수점 MX관에서 본 ‘포드V페라리’는 내 극장 인생에서 손꼽히는 경험이었다! 극장에서 오디오를 듣다 보면 소리가 비거나, 치우치거나, 넘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성수점 MX관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저음은 밀도 있게 단단했다, 고음은 맑고 청명했으며, 중음은 묵직했다. ‘포드V페라리’는 드물게 레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다.

 

시작부터 멧 데이먼이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터질듯한 엔진음 소리와 바닥을 긁는 타이어의 굉음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재현되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뿐인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완벽하게 하나하나 섬세하게 들렸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소리, 콜라뚜껑을 따는 소리, 나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등등. 작은 생활소음부터 레이싱카가 벽에 부딪쳐 터지는 소리까지. 그야말로 완벽하게 살려냈다.

 

우리가 극장에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세계에 빠지기 위해서다. 극장은 영상과 음향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좋은 화질과 음질로 영화를 감상할 만한 극장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아이맥스를 원한다면? 서울은 CGV 용산 IMAX관이 최고다. 오디오로 눈을 돌려도 비슷하다. 그나마 메가박스 MX관이 소리가 좋은데, 보통 백석점이나 영통점을 최고로 친다. 개인적으로 거리 문제로 코엑스점을 많이 갔는데, 이번에 성수점에 가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성수점은 279석으로, 코엑스점의 450석(MX관 기준)에 비하면 작다. 하지만 오디오 퀄리티로 따지면 ‘한수 위’였다. 그야말로 사운드 맛집이었다.화질 역시 등장인물의 솜털이 보일 정도로 높은 해상력과 어두운 밤하늘부터 대낮의 경주신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솜씨를 보여줘 그저 감탄사만 절로 나왔다.

 

서울에서 영화를 볼 일이 있다면, 메가박스 성수점 MX관을 추천한다. 다른 관은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 그곳들도 어느 정도 수준일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