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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다시 읽다! ‘사기뒤집기’

朱雀 2020. 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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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TV’의 한 코너인 순삭밀톡에선 요새 임용한 박사가 사기뒤집기를 방송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겠지만 사마천이 지은 사기는 훌륭한 역사서다. 그러나 2천년이 지난 우리로선 그 이야기를 읽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다른 21세기에 2천년 전 이야기를 보는 건, 왠지 캐캐묵은 쓸데없는 옛날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다. 안 그래도 재밌는게 많은데 굳이 옛날 이야기를 볼 필요가 있을까?

물론 오늘날 우리와 사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말도 다르고 풍습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은 게 있다. 바로 인간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큰 이유다.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임용한 박사는 이번엔 와신상담의 두 주인공인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을 들고 나온다. 이전 편에서 오나라는 거의 초나라를 정복할 뻔하다가, 월나라의 후방기습으로 인해 회군해야 했다.

 

당시 오나라 왕인 합려로선 월나라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투 와중에 그만 화살을 맞고 죽게 된다. 그 뒤를 이어 왕이 된자가 바로 부차다. 부차는 그런 장작더미 위에서 정말 잤을까?

 

임용한 박사는 아니야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앞으로 원수인 월나라와 전쟁을 벌이기 위해선, 몸이 튼튼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가 취할 것은 그 속뜻이다. 그만큼 부차가 열심히 준비했다고 봐야 한다.

 

역사가 스포라고 우린 오나라 부차가 월나라를 공격해서 거의 패망직전까지 간 사실을 알고 있다. 이때 구천의 신하중 범리(혹은 범려)가 나섰고, 월나라는 항복을 함으로써 나라를 보존하게 된다.

 

그럼 왜 부차는 원수인 구천을 죽이지 않았을까? 임용한 박사는 초나라 함락의 실패를 든다. 따라서 오나라 상층부는 월나라에 친오나라 세력을 만들기 위해, 구천을 내세운 것이다.

 

우리야 역사를 알기 때문에 구천이 훗날 처절한 복수를 하는 걸 알지만, 당시로선 고민이 많았다. 구천을 죽이고 새로운 왕을 새운다고, 그가 오나라를 위해 꼭두가시 왕 노릇을 해줄까?

 

임용한 박사는 그러면서 당시 오나라의 내정을 맡았던 백비에게 월나라에서 뇌물을 바쳤다는 이야기에 대해 아니야라고 한다. 유가의 문제점은 모든 문제를 단순히 선악의 개념으로 몬다.

 

오나라가 초나라를 점령했어도 끝내 정복하지 못한 것은, 그걸 소화할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자서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초나라 왕의 시신을 꺼내 채찍질을 했다는 등의 잔혹한 이야기는 그저 야사일 뿐이다.

 

전쟁을 하는 것과 다른 나라를 정복하는 건 다른 개념의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초나라 원정실패를 기억하는 당시 오나라 수뇌부들은 월나라의 전후처리를 두고 격론이 오갈 수 밖에 없다.

 

오자서를 중심으로 한 세력은 월나라를 흡수하자라고 주장했고, 백비를 중심으로 한 세력은 구천을 허수아비왕으로 세우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백비는 오나라의 내정을 맡은 만큼 최대한 전쟁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어느 나라건 수뇌부들 사이에선 특정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야 역사를 알지만, 막상 문제에 닥친 이들로선 각자 최상의 방법을 말할 뿐이다.

 

부차가 구천을 살려놓은 건 최악의 실수지만, 당시로선 괜찮아 보였다. 구천은 거의 노예수준으로 부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그걸 꿰뚫어본 오자서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이다.

 

사마천은 이후의 중국 역사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객관적으로 역사를 묘사하기 위해 애썼다. 실제로 이후 역사가들이 단순히 선악수준으로 격하시킨 것과는 비교된다.

 

우린 옛날 역사를 보면서 특히 전쟁에선 누군가가 신묘한 방법을 써서 한번엔 몰살시키거나 전세를 바꾸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역사에서 그런 일은 없다. 전쟁은 총력전이다.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매달려서 최선을 다한다. 우리의 눈엔 사서에 기록된 전투밖에 보이질 않지만, 현장에선 관리들이 후방에서 병참을 마련하고, 일반 백성들이 징집되서 훈련을 받고 이동하고, 장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몇년을 고생해서 전략을 짜는 등의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물자들이 소모된다.

 

역사를 읽을 때 단순히 재미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흥미로운 대목에 넘어가 표피만 보면 역사를 읽은 보람이 사라진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실제 전장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으며, 역사의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했느냐?’하는 것이다.

 

그건 역으로 우리에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이후 행적을 쫓으면서, 그 선택이 빚은 결과를 맞닥뜨리게 된다. 역사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역사에서 일어날 사건들은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다면? 우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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