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본드걸로 돌아온 김연아

朱雀 2009. 10. 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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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을 가장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이는 누굴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은 ‘김연아’를 꼽지 않을까 싶다. 피겨불모지인 동방의 한귀퉁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그녀는 자신의 빼어난 재능을 끊임없는 수련으로 연마해 세계 최고의 피겨퀸이 되었다. 물론 거기엔 가족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오셔 코치와 안무가 윌슨 같은 세계적인 이들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제 SBS에서 방송된 <키스&크라이, 연아 본드걸로 돌아오다>는 현재의 김연아를 보여주는 특집 다큐였다.

지난 3월 로스엔젤레스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7.71이란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며 김연아는 세계최고의 피겨여왕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그녀의 화려한 연기와 압도적인 실력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나를 초조하게 하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이번 시즌에는 ‘올림픽’이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세계빙상연맹에선 GOE, 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어텐션’을 받은 항목에 관해선 마이너스 1점에서 2점을 주라는 대목이다.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가 트레이드 마크인데, 여태까지 그녀의 성적표를 보면 그녀의 트리플 플립에 어텐션을 주었다. 정확히 안쪽 스케이트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방송은 작년 세계 챔피어노 패트릭 첸의 영상을 보여주며 문제가 있음을 밝힌다. 패트릭 첸의 경우 가장 완벽한 점프를 선보이기로 유명한 선수인데, 그 역시 트리플 플립에서 명백히 아웃쪽 dpt지를 사용한 것으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어텐션도 롱엣지 판정도 받지 않았다. 여기서 우린 유럽쪽 심판들이 포진한 세계빙상연맹이 김연아에게 어떻게든 감점을 주기 위해 의도적인 접근을 했음을 충분치 추측해 볼 수 있다.


김연아 측은 이런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포기하고, 대신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우를 뛰기로 했다. 트리플 플립의 경우엔 단독으로 뛰고 말이다.

빠른 스케이팅과 역동적이고 섬세한 연기 완벽에 가까운 점프 등 김연아는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허나 그런 그녀에게도 딱 한가지 약점이 있다. 바로 트리플 루프다. 루프는 ‘양발로 후진하다가 가위 모양으로 교차해 뛰는 점프’라고 한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모든 선수에겐 한가지씩 되지 않는 기술이 있는데, 그게 연아에겐 ‘트리플 루프’라고 했다.


시니어 대회에서 현재 김연아가 트리플 루프에 성공한 것은 2007 컵 오브 차이나때가 유일하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트리플 루프를 더블 악셀로 바꿨고, 모험대신 안정성을 택한 결과는 잘 아는 대로 우승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연아 역시 ‘트리플 루프’ 점프는 아킬레스 건으로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녀는 인터뷰에서 ‘루프점프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최선을 다해 연습하지만, 그것만 고집해 다른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방송은 한 가지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하나를 알려준다. 지난 207.71로 우승한 대회에서 그녀의 마지막 스핀이 0점 처리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연아는 당시 4대륙 대회이후 허리통증을 호소했고, 스핀코치가 플라잉 하지 말고 돌라고 한 것이다. 발을 바꾸지 않아 0점 처리되었는데도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으니, 참 대단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제 다큐 방송의 제목인 ‘본드걸’에 대해 말해보겠다. 지난 대회이후 오서코치와 윌슨 안무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단다. <록산느>와 <죽음의 무도>를 뛰어넘을 쇼트 프로그램을 어떻게 짜낼지 말이다. 윌슨 안무가는 깊은 고민 끝에 <007 본드 시리즈>의 음악에 베일에 쌓인 본드걸적인 이미지를 얹었다. 그리고 결과는 이미 언론에서 보도 된 것처럼 신비롭고 섹시한 김연아의 이번 프로그램이다.

현재 김연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김연아가 두각을 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절대적 강자였다. 그러나 김연아의 출연 이후 그녀의 빛은 점점 바래는 느낌이다. 얼마전 발표된 그녀의 쇼트곡은 <가면무도회>였으며, 갈라쇼의 연기만 보여주고 쇼트 프로그램은 모든 비밀에 부쳤다.


아사다 마오의 장기는 잘 알려진 대로 트리플 악셀-트리플 토룹이며, 그녀는 이런 자신의 장끼를 극대화해 피겨퀸의 자리를 다시 찾을 각오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3일 마오의 새 시즌 프리 프로그램이 공개되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종>에 맞춰 연기를 선보이던 그녀는 고난이도 점프에서 실패했으며, 그 결과 102.94로 시니어 데뷔후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사다 마오는 세계에서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이며, 아직 올림픽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또한 그녀에겐 재정은 물론이며 로비력을 갖춘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 같은 선수는 물론이며, 유럽쪽 심판들의 눈초리도 감수해내야 한다.

김연아 선수를 보고 있으면, 이제 겨우 19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와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고, 매우 다양한 표정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방송관계자는 연아의 장점으로 ‘빠른 스케이팅’을 들었고, 마오에게 그 점을 보완하기를 충고했다. 그러나 기자가 빠른 시간안에 극복한지 물어보자, ‘불가능’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세계 선수권 4회 우승에 빛나는 커트 브라우닝은 김연아에 대한 충고를 묻자 고민하다가 ‘얼굴을 좀 더 보여주라’고 조언한다. 그 전에 그는 연아는 제대로 하고 있으며, 지금 이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다. ‘연아의 얼굴은 성공의 열쇠이며,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더 드러내면 관중과 심판을 전율하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안무가 윌슨은 연아에 대한 첫 인상으로 ‘엄청난 재능을 가졌지만 수줍음이 많은 소녀’라고 했다. 연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세계대회를 치루면서 최정상급 기량을 갖췄다. 욕심 같아선 그녀가 꼭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그러나 설혹 따지 못한다고 해도 아마 국민의 열렬한 지지는 변함이 없을 거라 여겨진다. 최정상의 자리에 있음에도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고, 자신과 믿어주는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각종 광고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자신 뿐 아니라 후배 선수를 위해 쓰는 그녀는 빙상 위에서나 밖에서나 완벽한 피겨퀸이라고 나는 믿는다. 부디 그녀가 지금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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