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이리스’는 짜깁기 드라마인가?

朱雀 2009. 10.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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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를 보는 내내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우선 1화를 보면 NSS 부국장인 김영철이 이병헌을 찾아와 단독임무를 내린다. 바로 북측의 권력서열 2위인 국방위원장을 암살하라는 것. 이병헌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지만 그 과정에서 북측요원인 김승우의 총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김영철에게 연락을 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이병헌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답변을 내린다.

그후 이병헌은 어느 허름한 창고에 숨어있다가, 들이닥친 북측 요원들과 격투 끝에 공격형 헬기에서 쏜 미사일의 충격파에 기절하고 만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아닌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3>에 보면, 톰 크루즈가 미사일 충격파에 자동차로 날라가는 장면이 있다. 예고편에 나올 정도로 임팩트 있는 장면인데, <아이리스>에서 똑같은 장면이 나오다니 우연의 일치일까?


김영철과 이병헌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김지윤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이병헌은 이 작품에서 엘리트 깡패로 출연했는데, 자신의 보스인 김영철의 젊은 애인인 신민아를 놓아준 댓가로 크나큰 댓가를 치루게 된다. 묘하게도 <아이리스>에서 김영철과 이병헌의 관계는 <달콤한 인생>과 비슷하다.

NSS부국장인 김영철은 이병헌을 어린 시절부터 잘 알아왔으며, 그를 지켜왔다. 그를 자신의 조직에 끌어들인 후, 결정적인 임무에 투여한 뒤엔 마치 헌신짝을 버리듯 버린다. 그러나 주인공인 이병헌이 이대로 순순히 죽을 리가 없다. 시놉시스에 의하면 그는 복수를 위해 털고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차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다.

신기하게도 <아이리스>의 김영철과 이병헌의 관계는 <달콤한 인생>에서와 비슷한 구도다. 김영철은 <달콤한 인생>에 이어 두번째로 이병헌을 사지로 내모는 것인가?

1-3화까지 보면 숨막히는 첩보전과 대비되는 일상생활에선 이전 한국 작품들의 모습과 비슷한 면이 많다. 우선 1화에서 이병헌과 정준호가 함께 병영생활을 하는 정준호의 모습은 마치 <친구>나 <태양은 없다>같은 청춘영화에서 두 절친한 남자들이 서로 장난치고 싸우며 티격태격하는 우정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2-3화에서 이병헌과 김태희가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 부분은 마치 말랑말랑한 청춘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특히 3화에선 그 절정에 이르는데, 일본 아키타현을 찾은 두 사람은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예쁜 풍경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와 같은 화면을 연출해낸다. 그 시각 정준호는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핵물리학자를 확보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고, 숨막히는 곡예질주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다. <본 아이덴디티>를 비로산 본 삼부작에서 본 액션신과 비슷하다.

암살자로 열연중인 탑의 모습은 <레옹>을 연상케 한다. 또한 그의 캐릭터는 <달콤한 인생>의 에릭과 비슷한 면도 많이 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빅뱅의 탑이 암살을 하는 장면은 바로 <레옹>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한명씩 사람들을 해치우는 장면은 레옹이 암살목표를 향해 서서히 조여오는 모습과 너무 흡사했다. 어떤 면에선 비슷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홍콩영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1897년 뤼미에르에 의해 영화가 탄생한지 벌써 100년이 지났다. 따라서 비슷한 장르의 작품에선 비슷한 시퀀스와 장면들이 무수히 많이 탄생하고 복제되었다. 따라서 ‘첩보드라마’를 표방한 <아이리스>로는 그 전에 탄생한 무수한 명작들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상업적 성공을 위해 이전의 명작들을 참고하고 어느 정도 차용하는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고민 없이 따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충분한 고민 없이 나온 작품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잠시 관심을 끌고 인기를 끌 순 있지만, 긴 생명력을 지닐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일지라도 복제품은 진품을 뛰어넘는 감동과 여운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리스>는 이제 겨우 3화가 방송되었다. 아직 17화나 남은 <아이리스>가 좀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상업적인 성공 뿐만 아니라, 국내 첩보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너무 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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