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덕만은 김연아를, 미실은 아사다 마오를 닮았다.

朱雀 2009. 6. 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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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곧은 성정,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 무엇보다 총명하면서 자신을 뽐내지 않는 부분은 덕만과 김연아의 가장 비슷한 장점이라 여겨진다.

아직 갈길이 먼 <선덕여왕>이지만, 보면 볼수록 덕만과 김연아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덕만은 비록 왕가출신이긴 하나 드라마상에선 불길한 징조라는 탓에 버려졌고, 여태까지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리라. 김연아는 지금은 ‘피겨퀸’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피겨하곤 담쌓은 한국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주변의 도움과 천운이 따라줘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런 김연아와 덕만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우선 둘다 진심으로 상대를 대한다는 점이다. 운동선수는 아무래도 순수하기 쉽다. 그들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승부하는 탓에 잔머리를 굴리기 보단 최선을 다한다(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다만 권모술수를 쓰는 게 아니라 땀 흘려 정직하게 노력해서 결과를 얻는 부분을 말함이다). 아직 6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덕만의 성정은 무척 총명하지만 남을 무시하거나 깔보지 않고 진심으로 대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무서운 것도 안다. 6화에서 보면 고개를 숙일지 모르는 천명공주에게 훈계를 하거나, 사막에서 제후에게 감히(?) 가르치는 언사를 하는 걸 봤을 때 간이 무척이나 크다 여겼다.




빼어난 외모와 세계 최정상급의 피겨 실력. 그에 못지 않은 대인배의 마음씨는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김연아도 비슷하다. 그녀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할수록 주변의 더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아야했다. 그런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그녀는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며 마침내 200점을 넘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세계 1위가 되었다. 또한 수십편의 광고를 찍어 벌어들인 돈을 자신만을 써도 될텐데, 피겨 후배를 위해 쓰는 아름다운 모습도 잊지 않았다(그밖에 신문지상을 통해 알려진 여러 미담을 굳이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다). 게다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연아는 단순히 피겨뿐만 아니라 얼굴도 이쁘고 마음씨까지 고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또한 정도를 지켜나간다는 점에서도 둘은 일치한다.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덕만은 비겁하게 암수를 쓰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김연아는 피겨에서 모든 부분을 골고루 잘하며 특히 예술적인 연기가 빼어난 선수로 알고 있다.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집중 연마한 아사다 마오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빼어난 미모와 악마적 카리스마로 신라 황실을 손에 쥔 미실. 그러나 그녀가 원했던 황후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사다 마오와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이야기를 잠시 돌려서 고현정이 연기하는 미실과 아사다 마오 역시 비슷한 점이 많다. 둘다 목표를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가 나오기 전까진 당당히 세계 1위로 일본인의 모든 기대를 받은 인물이다. 그녀는 ‘트리플 악셀’은 우리의 피겨퀸 김연아조차 어려워 하는 최고의 기술로 알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일본에서 태어나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 김연아처럼 쉬는 기간 동안 광고를 찍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경제대국 일본은 그녀를 위해 전용 아이스링크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읽은 신문기사론 첨단 기술을 사용해 3차원 입체영상으로 자신이 연기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실내 온도가 영상이어도 얼음이 녹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김연아가 연기를 하지 않을 땐 휴지를 달고 산다는 말이 가슴에 납덩이가 되어 돌아왔다. 아무래도 아이스링크장은 얼음 때문에 일정온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거기서 연습해야 되는 선수들의 몸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리 없다.

김연아가 지금은 어디서 연습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연습한 걸로 안다. 우리나라엔 변변한 연습시설이 없어서 대부분의 피겨 선수들은 일반 이용객이 빠진 자정쯤에 가서 밤늦게 연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김연아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나 일본, 혹은 유럽에서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고 경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김연아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국제빙상연맹은 채점방식을 바꾸려한다는 움직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피겨가 전 세계적인 스포츠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심사때문 것으로 안다. ‘예술’ 부분은 말 그대로 객관성이 결여된다. 심사위원들 마음대로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는 로비가 많지만, 특히 피겨의 경우 예술부분 때문에 로비가 치열한 것으로 안다. 일본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건 물론 잘하는 탓도 있지만, 부유한 나라 일본의 힘도 있다. 유럽은 또한 자기네 선수들에게 편파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 우리의 김연아는? 한국은 제법 사는 나라지만, 빙상연맹의 삽질은 유명하다. --;;; 굳이 더 부연하지 않겠다.




김연아의 강력한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 김연아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당당한 세계 1위이자, 피겨퀸이 되었을 것이다. 빼어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덕분에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내년 동계 올림픽에선 김연아를 꺾기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아사다 마오 본인이 권모술수를 쓰는 건 아니지만, 조국이 그녀를 위해 뒤에서 갖은 짓(?)을 해주고 있다. 미실도 마찬가지다. 그녀 자신도 물론 악인이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이들이 널려있다. 미실의 미모와 카리스마가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물론 아사다 마오와 미실에겐 비슷한 아픔이 있다. 미실은 드라마 설정상 모든 권력을 가졌음에도 ‘황후’에 끝까지 오르지 못한다. 아사다 마오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만약 김연아가 아니었다면 피겨퀸으로 대접받을 것이다. 그런데 혜성처럼 나타난 김연아가 각종 대회에서 그녀를 위협하더니, 결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꿈의 점수로 여겨졌던 207.71을 받으며 여왕이자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버렸다. 아사마 마오로선 이보다 뼈아픈 일이 있을까? 그녀는 아마 내년 동계올림픽을 향해 피나는 연습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덕만과 김연아는, 미실과 아사다 마오는 공통점이 많다. 첨언하자면, 드라마에선 덕만이 후일 선덕여왕이 되어 미실을 이기는 것처럼, 내년 동계올림픽에선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이기는 또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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