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부자의 탄생’ 무엇이 문제인가?

朱雀 2010. 4. 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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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4화까지 방영된 <부자의 탄생>은 재미가 있긴 하지만, 메시지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많은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

우선 <부자의 탄생>은 ‘노력’이 아니라 ‘출생’ (혹은 행운)이 뒤따라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요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인공 최석봉(지현우)는 재벌가의 사생아다. 최석봉의 어머니는 우연히 재벌가의 자제와 하룻밤을 지새우게 되었고, 그 결과 아이를 갖게 되었다. 최석봉이 아버지를 찾는 이유는? 다름아닌 ’재벌‘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지가 재벌이 아니었다면 최석봉은 그토록 아버지를 필사적으로 찾으러 다녔을까? 결단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극중 최석봉은 충분히 능력이 넘치는 남자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주식은 물론 상류층의 취미와 예법에 밝은 인물이다.

요즘 유행하는 벤처를 차려서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사내다. 그런데 왜 그는 그토록 ‘부자아빠’ 찾는데 골몰할까? 여기서 어느 네티즌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선 스스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 부자아빠를 찾는 것이 더 빠르고 쉽다’

 

그렇다! 최석봉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아버지가 부자가 아니거나, 자신을 원치 않아도 상관없다’란 식으로 말하지만, <부자의 탄생>의 기저에는 여전히 ‘부자아빠 찾기’란 요상한 미션이 계속해서 전제되어 있다.

<부자의 탄생>의 다른 문제점은 ‘소공자-소공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측면이다. 우린 어린 시절 동화책 <소공자>나 <소공녀>를 읽으면서, 사실 지금의 내 부모는 내 진짜부모가 아니고, ‘내 진짜 아빠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부자’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때가 있다. <부자의 탄생>의 최석봉은 거기서 한발자국도 못 나간 사람이다. 그는 성년임에도 여전히 그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측면의 문제점은 ‘부자가 되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던진다는 사실이다. 극중 남궁민(추운석)은 프론티어의 확장과 발전을 위해, 상대인 오성그룹의 기밀을 숨겨놓은 첩자를 통해 여러번 가져오고, 최석봉과 이신미(이보영)이 추진하는 일을 번번히 방해한다.

 

그러나 남궁민은 그것을 가지고 한번도 곤란에 빠지거나, 이신미로부터 항의를 받는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이신미는 자신의 그룹에서 준비중이던 극비 카드 프로젝트가 남궁민에 의해 훔쳐져 발행되었는데도, 이렇다할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남궁민이 최석봉을 모함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찾아와 불같이 화를 낼 뿐이다.

<부자의 탄생>에서 필자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여기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이른바 ‘성공한 사람’이나 ‘성공한 기업가’에겐 몇 가지쯤 나쁜 방법을 썼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신미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서도 단 한번도 남궁민을 찾아가 항의하지 않는다.

물론 기업계에선 중요기밀이 타 기업에 넘어가도록 방치한 것이 ‘무능력’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물증만 없고 모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항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이 사랑하는 최석봉의 일로만 불같이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은 ‘뭔가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필자가 <부자의 탄생>에 안타까운 것은 우리 시대의 잘못된 문제에 대해 비판하거나 반성하는 등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한 노력이나 비법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의 ‘출생신분으로 모든 것이 갈린다’는 철지난 운명론적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매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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