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내

난생 처음 레이싱 경주(GTM)를 구경하다!

朱雀 2010. 4. 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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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필자는 GTM을 구경하기 위해 오전 8시까지 강남역을 가야했다. 16일 레뷰(REVU.CO.KR)에서 이벤트로 진행한 것에 참여했다가 운 좋게 당첨되서 였다. 그동안 국내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경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거나 관련 사진등을 본 적은 있었지만,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한번 경험삼아, 오랜만에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의 바람을 쐬고 싶어 아침부터 들떴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쯤 7호선 논현역에 내려 강남역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간만에 별로 사람이 없었다. 늘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강남대로를 보다가, 아침녘에 별로 인파가 없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그래서 사진을 몇장 찍고 강남역 4번출구에 가보니 아직 우리를 태워다줄 버스는 도착해있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가족 혹은 연인끼리 짝을 지어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7시 50분 경에 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미리 검색해보니 태백에 위치한 태백레이싱 파크는 가는 길만 약 2시만 반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다. 가는 데 실제 소요된 시간은 약 4시간이 조금 안되었다. 다소 오랜 운행시간에 지쳐있던 나는 꽤 넓게 펼쳐진 경주용 도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다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갖가지 포즈를 취하는 레이싱 모델 역시 낯익지만 동시에 인상 깊었다. 디카를 장만한 이래 ‘아름다운 여성’을 피사체로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는 탓이었다. 얼마나 셔터를 눌러댔을까? 우린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2층에 위치한 강연실로 들어가 GTM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GTM(Grand Touring-car Masters)은 고성능 레이싱 카로 최고의 선수와 팀을 가리는 경기였다. 왜 선수가 아니라 팀까지 들어가느냐? 하면 운전은 선수가 하지만 레이싱카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는 팀이 없으니 우승은커녕 운영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GTM 그랑프리는 총 3개 대회로 나눠지며, 결승전은 한꺼번에 이뤄진다. 첫 번째는 GT 클래스로 무제한 배기량에 자유개조가 가능한 차량들이 펼치는 경기며, 두 번째는 BK 3800으로 배기량 3,800cc며 현대 제네시스 쿠페, 마지막은 ELISA 챌린지로 2,700cc 차량으로 부분개조와 현대 투스카니 엘리사 차량만으로 운영된다. GT 클래스를 뺀 두 개의 리그는 각각 현대의 제네시스 쿠페와 투스카니 엘리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차량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선수의 실력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GT 클래스는 350 마력의 각종 차량이 무제한 개조가 허용되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실력보다 차의 성능이 좀 더 변수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린 GTM에 대한 설명과 대회 규정등에 듣고, 간단히 점심을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서킷 사파리를 했다.

 

동물원 사파리에서 착안했다는 서킷 사파리는 경주가 이뤄지는 실제 트랙을 버스를 타고, 관객이 직접 한바퀴 돌아보는 행사였다. 육중한 굉음을 토해내는 레이싱카가 옆으로 지나갈 때마다 뭐라고 말하기 힘든 기분에 휩싸였다.

 

서킷 사파리가 끝난 이후, 우린 관중석으로 옮겨 본격적인 대회를 관람했다. 드리프트 시범과 바이크의 경주 그리고 GTM 결승이 하나하나 이어졌다. 그전까지 방송이나 영화 등에서 본 경주랑은 느낌이 몹시 달랐다. 좁은 도로에서 빽빽한 차량들이 움직이던 것만을 보다가, 트랙을 따라 레이싱카들이 성난 들소처럼 달려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관중석을 지날때마다 떠나갈 듯 들리는 엔진굉음과 바퀴와 트랙의 마찰음은 뭔가 심장고동소리를 더욱 자극시켰다.

 

허나 아쉬움도 많았다. 우선 GTM은 트랙을 40바퀴 이상 도는 경주다. 처음 관람객의 입장에서 몇 번 차가 몇바퀴 돌았는지 현장에서 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그냥 수동적인 입장에서 자동차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가는 것을 그냥 보기만 해야했다. 또한 서두에 지적했지만 불편한 교통편은 관람객이 느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관중석에서 고작 100여명 정도의 인파가 옹기종기 모여 관람하고 있었다. 대회의 규모와 질에 비해 너무나 관중의 호응도가 낮은 점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GTM을 보면서 든 생각이 많다. 대회는 꽤 괜찮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았다. 선수들의 매너와 대회 운영도 상당히 짜임새 있어 보였고, 관련 스탭과 선수들의 표정에도 생기가 넘쳐 흘렀다.

 

저마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너무나 적은 관중은 ‘남겨진 과제’를 떠올리게 했다. 문막과 용인의 트랙이 문을 닫을 것을 보면, 단순히 ‘교통’만이 국내 레이스계의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기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자동차 생산력은 세계 5위권에 들어갈 정도지만, 관련 인프라는 전혀 없는 우리 나라. F1이 전남에서 오는 10월에 펼쳐지지만, 전혀 인지도도 없는 우리 상황.

 

성장에만 목매달아 그 외의 것엔 전혀 관심도 호응도 없는 우리의 문화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닌지 싶다. 개인적으론 무척 재밌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허나 왕복 9시간 이상 걸려 너무 피곤하기도 했다. 주말 하루를 포기할 순 있으나, 다시 가라고 하면 조금 망설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매력적인 레이싱 걸과 더 매력적인 레이싱 카의 경주는 두고두고 나를 흥분시키고, 다음번 경기가 열리는 5월 30일에는 다시 태백 레이싱파크를 찾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글, 사진: 주작(zaza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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