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열전

전 샤크라 멤버에서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난 정려원

朱雀 2009. 7. 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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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에서 은둔형 외톨이 김정연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정려원. 자신의 방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고 다소 흉칙한 외모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폐인의 연기를 그녀는 매우 실감나게 표현했다. <천사와 악마>처럼 할리우드 개봉작의 틈새에서도 약 7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의미있는 흥행성적을 올렸다. 여기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한 그녀의 공이 지해하다!



인기그룹 샤크라의 멤버에서 연기자로 거듭난 여인 정려원. 사실 여자가수 중에서 연기에 욕심을 내는 이들은 많지만 실제로 안착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를 꼽으라면 정려원과 윤은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정려원은 2000년 데뷔한 이래 2004년까지 샤크라 멤버로 활동했다. 당시 샤크라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토크쇼와 인터뷰 등에서 그녀가 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오히려 그녀의 그런 이력은 연기자가 되는 데 장애만 되었을 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배역을 따기 위해 간 오디션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야했고, 감독과 스탭진들은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샤크라 멈버였기에 쉽게 배역을 따냈을 거란 예상과 달리 그녀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봤고, 어렵게 따낸 배역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유희진 역이었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 현빈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다시 옛 연인을 찾아온 그녀는 그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또 한명의 가수가 자신의 전 경력을 내세워 인기 드라마의 배역을 꿰찼구나’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정도로 려원의 연기는 예상 외였다. 그녀는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고, 다니엘 헤니와 더불어 큰 인기를 불러 모았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2005년 무려 50.5% 시청율을 기록했고, 그 중심에는 정려원도 껴 있었다. “이제 정려원의 전성기가 열리는 구나”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때마침 노도철 PD의 컬트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맹하고 천방지축인 엘리자베스 역까지 맡아 하면서 정려원은 승승장구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연기 폭에 만족할 수 없었던 정려원은 <가을 소나기>에서 정통적인 멜로 연기에 도전한다. 오지호와 김소연과 더불어 쓰리톱으로 투입된 려원은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수년 째 간호하는 남자 오지호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연기한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과 달리 시청율 2%라는 몇 십년 만의 최악의 기록을 남기며 세 연기자의 경력에 오점으로 기록된다. 특히 정려원의 경우 한참 승승장구하던 터라 ‘이 작품으로 사라지나?’라는 걱정을 살 정도로 모습을 감추게 된다.

모두가 그녀를 잊을 때쯤 <넌 어느 별에서 왔니?>로 그녀는 화려하게 컴백했다. 꾸밈없는 시골집 처녀로 등장해 영화감독 김래원과 알콩달콩한 사랑을 가꾸는 김복실 역의 그녀는 마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고, 동시간대 타사에서 방송된 <봄의왈츠>와 <연애시대>를 물리치고 6주간 1위를 기록하면서 그녀가 ‘연기자’란 사실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누구나 갖고 있는 판타지인 사실 가난한 집 딸이 아니라 부잣집 딸이라는 설정을 가진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따져보면 너무 황당무계함이 판친다. 대표적인 예가 쌍둥이 언니와 사랑하던 사이였던 남자가 단지 외모가 똑같다는 이유로 동생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세련되게 변주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표민수 PD의 연출과 주연인 김래원과 정려원의 빼어난 연기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자아냈다.

정려원은 욕심이 많은 배우다. TV드라마로 떴으면 그걸로 만족할 법도 한데 영화까지 활동의 폭을 넓힌다.

2007년 봉태규와 함께 투톱으로 <두 얼굴의 여친>을 찍었으며 개봉 첫주에만 약 37만명이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이후 입소문이 나쁘게 돌아 결국 최종 관객수 661,806명에서 멈추고 말았다. 관객들은 다중인격을 연기한 초반의 정려원에겐 호평했지만, 후에 눈물을 자극시키는 내용에 동의할 수 없었다는 게 당시의 중론이었다. 정려원은 이 영화로 그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둬야 했다.

2009년 <김씨표류기>에서 그녀는 은둔형 외톨이로 파격적인 변신을 하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극중 빚에 쪼들리다 못해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밤섬에 표류해 살아가는 김씨와 정신적인 교감을 하게 되는 그녀의 연기는 한마디로 훌륭했다. 자신의 미모를 망가뜨리고 코믹하면서도 정신적 문제가 있는 김정연 역을 그야말로 멋지게 소화해냈다. 지난 5월 14일 개봉한 영화는 <천사와 악마>와 같은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개봉하는 틈새에서도 약 73만명을 동원하며 나름 의미있는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정려원. 이제 그녀의 이름 석자는 인기 여가수가 아니라 연기자로 시청자의 뇌리에 정확히 박혀있다. 매번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어설픈 연기가 아니라 배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그녀의 연기력은 동갑내기에서 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



그녀에게 남겨진 과제는 앞으로 연기의 폭을 보다 넓히고 안정적인 시청율을 뽑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일인 듯 싶다. 정려원의 출연작을 보면 한번 흥하면 한번 망하는 케이스를 보여준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과 <안녕! 프란체스카>로 인기를 거머쥔 그녀는 2006년 <가을 소나기> 2%의 시청율로 최악을 경험했고, 2009년엔 <김씨표류기>로 호평을 받곤 <자명고>은 8.7%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타사 방송국 후속 드라마인 <트리플>에게마저 시청율이 뒤지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결국 <자명고>는 50부작 예정이었으나, 시청율의 미비로 39부작으로 마무리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당연하지만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순 없으며, 특정 배우와 감독이 흥행을 담보할 수는 없다. 그저 연기자는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고 맡은 바 배역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정려원은 우리 시대를 대표할 만한 여배우 중에 한명이라 생각된다. 그녀가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보여준 연기의 스펙트럼은 넓으며, 가장 기대되는 점은 아직 ‘그녀는 발전 중’이란 사실이다. 훌륭하게 인기그룹 멤버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정려원이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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