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열전

이정재에게 <트리플> 출연은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朱雀 2009. 7.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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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생인 이정재는 이제 30대를 넘어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그가 모처럼에 출연한 TV 드라마 <트리플>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나쁜 현재의 추세는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정재를 처음 알린 작품은 1993년 <공룡선생>이란 드라마였다. 거기서 1년인가 꿇고 나온 이정재는 다소 과묵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인물로 많은 이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특히 당시 잘생긴 그의 외모는 여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995년!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의 보디가드인 재희역을 맡아 뜨거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바치는 그의 순정은 뭇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며 최고의 남성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 그의 연기는 아직 인기에 비해 한참 부족할 시기였다. 애초에 <모래시계>에서 재희가 별다른 대사가 없는 탓은 그의 연기력 부재가 컷다. 물론 세간의 화제를 끌면서 나중엔 그의 대사 분량은 조금 늘었지만.

이정재는 일찍부터 영화쪽에 관심이 많았다. 1994년 <젊은 남자>를 시작으로 1996년 <알바트로스>, 1997년 <박대박>과 <불새>까지 계속해서 영화를 찍었지만 그다지 좋은 흥행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영화에 목말라 있던 그가 영화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정사>(약 30만)를 찍으면서부터 였다. 이후 1998년 <태양은 없다>(약 32만)에서 정우성과 투톱으로 출연해 방황하는 청춘군상을, 1999년 <이재수의 난>에서 민난을 주도하는 이재수역을 하며 연기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그러나 이정재는 흥행에 목마른 배우였다. 그의 명성에 비해 100만은 커녕 50만도 넘은 작품이 없는 탓이었다. 그가 흥행에 대해 어느 정도 목을 축인 것은 2000년 전지현과 함께 찍은 <시월애>(약 50만)부터였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커플로 등장해 당시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정재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음을 알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그의 외모와 이미지 때문에 멜로와 액션위주 였을 것 같은데, 의외로 스펙트럼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가 얼마나 연기에 욕심이 많은 배우인지 다시금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재의 필로그래피에서 가장 관객동원을 한 작품이 뭔지 아는가? (약 415만명을 제외한 <태풍>을 제외하고) 멜로와 액션에 비교적 많이 출연했지만 의외로 이범수와 함께 출연한 <오!브라더스>가 약 315만명을 동원하며 그의 필모그래피 중 유일하게 그의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올렸다. 얼굴은 늙었지만 정신연령은 어린 이복동생과 함께 불륜 사진을 찍는 날건달 상우역으로 흥행에 대한 한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05년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고 장동건과 함께 찍은 영화 <태풍>(약 415만명)이 흥행참패를 하고 말았다. 415만 명이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제작비가 무려 150억원 이상 쓰였기 때문이다.

2007년엔 오랜만에 TV드라마 <에어시티>를 최지우와 함께 출연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주말극중 10%의 최악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예정보다 일찍 종방하며 쓸쓸하게 퇴장해야 했다. 아울러 2008년 개봉한 <1724 기방난동사건>도 고작 전국 누계 30만명을 좀 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따라서 2009년 <트리플>로 컴백한 이정재로선 흥행이 그 누구보다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트리플>은 현재 약 평균 8% 시청율을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중에 3위 즉 꼴지가 되어버렸다.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트리플>의 이야기를 아무도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신활이란 인물을 살펴보자. 그는 사고로 부모를 잃고 광고쟁이다. 그에게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하루(민효린)이란 동생이 있고,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지만 현재 별거중인 아내 최수인 코치가 있다.

근데 함께 사는 두 친구 중 한명인 장현태가 자신의 마누라를 사랑해서 쫓아다닌다. 그러나 신활은 그런 친구에게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8화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하루는 9화에서 누워있는 그에게 키스까지 했다. 그러자 활은 화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여동생에게 마음이 가는 자신을 어쩌질 못하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트리플>은 그저 예쁜 화면과 영상을 보여줄 뿐 정확한 이야기전개도 설명도 없다. 무조건 그런 거다. 그런 상황을 시청자가 어떻게 덮어놓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좋다. 시청율이 좀 안나와도 작품이 좋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트리플>은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 어렵다.

애초의 의도가 피겨란 소재를 다뤘는데 여기서부터 삐그덕 거린다. 아무래도 김연아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려 했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트리플>을 보면 그토록 열렬히 주장하던 피겨와 광고는 그저 데코레이션 이상의 의미가 없다. 등장인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맺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율도 안 나오고 이정재의 극중 인물인 신활이 뭔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세대인 이정재의 데뷔부터 여태까지 쭈욱 봐온지라 나름 애정이 있다. 그런 탓일까? 요 몇 년간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멀어진 그의 행보는 그저 안타깝다.

자신의 친구가 마누라를 쫓아다니고, 피한방울 안 섞였다지만 의붓 여동생과 묘한 감정에 빠지는 <트리플>은 흥행과 비평면에서 이정재에게 모두 오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부디 이 작품이 끝난 뒤엔 보다 좋은 작품으로 다시 돌아와 주길 빈다.

자신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며 연기에 끝없이 욕심을 낸 우리 시대의 연기자가 이걸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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