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동이’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 차천수-배수빈

朱雀 2010. 6. 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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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동이>를 보면서 차천수역의 배수빈이 무척 불쌍하게 여겨졌다. 물론 <동이>를 보고 있노라면 불쌍한 인물이 한두명이 아니다. 아마도 <대장금>의 수랏간 한상궁과 비슷한 역이라 생각했을 감찰부 정상군(김혜선)은 딱히 뭔가 눈에 보이는 활약없이 그저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수준이라 딱하다.

1회에는 같은 남인의 지도자를 죽이며 권력의 실세로 등장했다가 지금은 어딘가 초라한 오태석이나 뭔가 한칼을 보여줄 것 같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오윤 역시 답답하긴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주 <동이>에서 가장 눈에 띄게 불쌍한 인물은 차천수였다! 차천수는 원래 검계에서 활약하며, 동이네 가족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오태석의 음모에 휘말려 검계의 지도자와 친구인 최동주까지 모두 죽고, 자신마저 낭떨어지에서 떨어져 생사를 헤매던 차천수는 간신히 목숨을 구하고, 마침내 동이를 만나는 처지에까지 이른다.

허나 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동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친오빠같은 울타리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차천수는 동이를 두고 숙종과 삼각관계를 이루어야 하나, 숙종과 동이의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슬그머니 사라진 것으로 안다.

물론 이번주 분량에 보면 함께 실종된 동이를 찾는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가 그의 마음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조금 고민하던 차천수는 ‘그저 친오라버니같은 마음이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그러나 ‘...어릴 때 그 아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고보니 늘 그 아이를 생각한다는 나으리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것이 제 인생이 되었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매순간 그 아이를 생각해왔으니까요.’라고 애둘러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허나 말그대로 애둘러 표현한 것일 뿐, 자신의 정직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동이>의 홈피에 가보면, 차천수에 대해 ‘검계의 새 지도자’라는 식으로 써 있다. 극 초반부에 검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차천수의 재등장과 함께 ‘검계’라는 조직이 부활할 줄 알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검계’는 전혀 부상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차천수 역의 배수빈은 역할에 있어서 중요한 두 가지(동이와의 러브라인, 검계 지도자)가 모두 사라져 버려, 원래 의도와 달리 주변부 인물이 된 케이스가 되고 만다.

이는 배수빈의 입장에선 매우 답답한 일일 것이다. <찬란한 유산>에서 박준세 역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천사의 유혹>에서 안재성 역으로 승승장구 해온 그에게 <동이>에서 차천수 역은 왠지 너무 작고 초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끔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 인데, 우선 차천수는 신분상 천민이다. 따라서 그가 동이를 도와줄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금은 실종된 동이를 찾아나서야 하는 까닭에 군관으로 승차시켜주었지만, 나중에 동이가 승은이라도 받아 숙빈이 되는 날에 궁밖에 있는 그가 동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지극히 한정적이다. 만약 또 승차한다고 해도, (출생신분의 한계로) 기껏해야 금군 정도가 되는 정도가 그의 승차의 한계점일 것이다.

감찰부 상궁과 궁녀가 동이를 돕는 것과는 아무래도 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찬란한 유산>과 <천사의 유혹>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며 어느 드라마에서건 주연을 꿰어찰 수 있는 배수빈이 여기선, 이처럼 한계가 명확한 역할에만 안주해야 한다니. 시청자인 내가 봐도 답답할 지경이다.

게다가 배수빈은 전작 <찬란한 유산>에서 한효주를 짝사랑하는 역을 했었다. 허나 거기서 최소한 능력있고 힘있는 인물로 극에서 중요한 역을 행한 인물이었다. 헌데 여기선 역할도 줄어들고 힘도 줄어들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배수빈은 연기를 너무 잘 하다보니 종종 그가 정말 동이역의 한효주를 사랑하는 건 아닌지 착각이 될 정도다. 짝사랑을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짝사랑은 정말 할 짓이 못된다. 농담으로 ‘짝사랑은 돈이 들지 않고, 싸울 일이 없어 좋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정말 농담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내뱉지 못하고, 잘 해주고 싶으면서도 어느 한계 이상 잘 할 수 없고, 누군가 사랑하는 이라도 나타나는 날엔 찢어지는 가슴으로 그 대상의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는 게 ‘짝사랑’의 한계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보통 짝사랑한 배우와 그 대상이 된 배우는 보통 다음 작품에서 연인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효주와 배수빈은 <찬란하 유산>보다 <동이>에서 더더욱 안 좋은(?) 상황으로 만나게 되었으니...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음주 예고편을 보니, 천신만고 끝에 찾은 동이의 머리를 차천수가 쓰다듬는 장면이 나오던데, 보고 있는 나에게 그의 안타깝고 반갑고 행복한 마음이 뒤범벅이 되어 전달될 지경이었다. 신분적으로 역할적으로 극진행을 모두 따져보았을 때, <동이>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이 차천수역의 배수빈이란 사실을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바라만 봐도 슬프고 안타까운 인물. 그가 바로 차천수-배수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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