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수로’의 겁탈장면, 정말 필요했을까?

朱雀 2010. 7. 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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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수로>를 보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거의 끝날 무렵에 신귀간(유오성)이 김수로(지성)의 어머니를 겁탈하는 듯한 장면이 나온 탓이었다. 이유는 있었다.

 

신귀간은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왕이 되고자 군사를 일으켜 천군이 스스로 자살하게끔 만들고, 천구의 처인 정견비와 아들인 이진아시를 가뒀지만, 그들이 탈출해 현재는 야철기술자를 데려다가 모처에서 철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철천지 원수인 수로는 석탈해에게 시켜 죽음을 명했지만, 늑도에 노예로 팔려가 비범한 재주로 그곳에서 터를 잡고 세를 모으는 중이다. 게다가 신귀간의 야철장에선 더 이상 쇠가 생산되지 않아, 귀족과 평민들 모두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중이다.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신귀간은 수로의 어머니를 범해, 억지로 부부가 되어 수로의 양아버지가 되어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더불어 정견비 등의 반대세력에 대항할 뜻인 듯 싶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보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을 수 없다. 우선 (조금 다른사안이지만) 초등학생이 성폭행 당한 뉴스가 자주 볼 수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다. 게다가 비록 TV라곤 하나, 아무런 힘없는 여인이 권력을 가진 남성에 의해 강제로 능욕을 당하는 장면이 예고되는 것은 영 불편한 부분이다.

 

게다가 <김수로>가 방영되는 밤 9시 45분대는 늦은 시간이라곤 하나, 어린이들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다. 물론 <김수로>는 TV에서 방송되는 만큼, 그 표현수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이번주 방송에선 강제로 범하는 듯한 상황이 펼쳐지고, 다음주 방송에선 그 이후(?)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여전히 찝찝한 것은 찝찝한 거다.

 

 

수로의 어머니는 고민 끝에 결국 자살이란 방법을 택하는 것 같다. 이보다 더 자극적인 설정이 있을까? 겁탈도 부족해 자살이라니...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엔 ‘막장드라마’가 유행하고 있다. 일명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인 ‘막장 드라마’는 불륜을 비롯한 각종 자극적인 장면이 여과없이 방송되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막장드라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비난하면서 시청한다’. 아무래도 자극적이다보니 눈길이 가고, 그걸 비판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까지 얻는 것 같다.

 

<김수로>는 지난주 시청률을 살펴보니 약 12.5%를 기록하고 있었다. 과히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작사와 방송사 입장에선 여전히 ‘시청률’에 목마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극적인 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된다. 내가 보기엔 <김수로>에서 신귀간이 수로의 어머니를 강제로 취하는 장면은 ‘꼭 필요했다’고 보기엔, 조금 어려운 듯 싶다.

 

그런 설정을 취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만약 내 예상대로 시청률이나 다른 목적으로 자극적인 설정을 넣었다면 <김수로>는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여겨진다.

 

아무리 드라마이고, 표현수위가 낮다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낸 <김수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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