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 정혜영

朱雀 2010. 9.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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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백승조(김현중)의 엄마역으로 나오는 정혜영이다. 처음 그녀가 <장난스런 키스>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항상 주연 아니면 예쁘거나 멋진 미혼여성을 연기하던 그녀가 어느새 아줌마로 출연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1화에서 그녀는 갑작스런 사고로 집이 없어져 자신의 집에 함께 살게된 오하니에 대해 알기 위해 위장을 하고 디카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줘, 그저 엽기(?)컨셉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4화까지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정혜영이 연기하는 황금희는 분명 4차원이고 독특한 인물이긴 하다. 그녀는 승조가 딸이 아닌 것이 너무 분해서 일부러 어린 시절에는 여자아이 옷을 입히고 딸처럼 키웠으며, 백승조와 오하니의 재밌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놓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말그대로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따끈따끈한 캐릭터라고 할까?

 

그러나 황금희는 그저 웃기고 엽기적인 캐릭터만은 아니다! 그녀는 엄마를 4살 때 잃고 외로워하는 하니를 측은하게 여기고, 딸처럼 보듬어준다. 너무 머리가 좋아 한번만 읽으면 뭐든 외워버리고, 세상 만사에 시크한 아들 백승조의 짝으로 오하니를 점찍은 그녀는 아들과 연결시켜주기 위해 갖가지 계획을 꾸민다.

 

수능을 불과 두달 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고3 아들을 데리고 캠핑을 가고, 심지어 4화에선 일부러 백승조와 오하니 사이의 관계 진전을 위해 집에 두 사람만 있게 해주는 대담성(?)까지 발휘한다.

 

내가 정혜영이 연기하는 황금희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그녀가 오늘날 보기 어려운 현숙한 어머니이자, 모범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공부를 잘하는 대다수의 어머니들은 자식의 친구들이 집에 오는 것을 반겨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이 오면, 다음번에 오지 말라고 부탁아닌 강요를 한다. 왜? 자식의 공부에 친구가 방해가 될까봐서다. 또한 잠재적으로 그들은 모두 자식의 경쟁자라고만 여길 뿐이다.

 

그런데 극중 정혜영은 어떤가? 그녀는 오하니를 따라온 반친구들을 모조리 받아들여준다. 심지어 반친구 몇십명이 찾아왔는데도, 오히려 반겨주고 그 수십명의 밥과 간식까지 해서 먹인다.

 

정혜영이 연기하는 황금희는 어떤 면에서는 분명 4차원스럽고, 너무 아이스런 면이 있다. 그러나 백승조가 너무 이기적이고 차가운 점 때문에 염려를 하다가, 오하니를 보고는 배필로 점찍고 깜찍한 행동을 하는 그녀를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사람을 성적이나 다른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놓고 평가하며, 고3 아이들을 향해 ‘한참 놀 나이에 어쩌니?’라고 걱정스런 한 마디를 보낼 수 있는 그녀는 진정한 ‘오늘날의 어른’의 모범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정혜영은 남편 션과 함께 선행을 많이 해왔다. 그런 탓일까? 극중 정소민을 비롯해 아이들을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마냥 ‘연기’라고는 생각되질 않는다.

 

평상시엔 부드럽고 자상하고 온화하면서 때론 엽기적이고 통통튀는 매력에, 아들이 잘못할때는 따끔하게 야단칠 줄도 아는 <장난스런 키스>속 정혜영의 모습은 여러모로 매우 매력적이라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론, 정혜영 때문에 <장난스런 키스>를 계속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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