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뮤지컬 서편제, 거대한 감동을 목격하다!

朱雀 2010. 9. 2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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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뮤지컬 <서편제>에 대해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그보다는 호기심이 더 컷다고 말하는게 옳겠다. ‘한’의 정서. 고이청준 작가의 동명소설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오늘날 ‘한’을 말한다는 건 사실 시대의 트랜드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서편제>가 어떤 작품인가? 199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단관시절에 100만을 불러모은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오늘날로 치자면 1천만명이 본거나 진배없다.

 

과연 그런 영화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서편제>는 나의 이런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현대적인 재해석을 멋들어지게 해냈다.

 

<서편제>의 처음은 대사와 노래전달력이 떨어졌다. 너무 빠른 전개에 도저히 쫓아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세 사람이 모여서 함께 소리를 하는 대목에서 부터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뮤지컬 <서편제>는 현대적 취향에 맞춰 서양 아니 미국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동호는 폭력적 예술가 아버지 유봉을 떠나 미군 클럽의 락커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대의 명곡들이 우릴 반겨준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가장 난감한 대목은 딸 송화가 진정한 소리꾼이 되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 유봉이 직접 눈을 멀게 하는 대목이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심정적으로 반발이 가장 강하게 일어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만약 전설이나 신화였다면 어느 정도 받아들였겠지만, 시대가 불과 몇십년안에 속하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웠다.

 

유봉은 어떤 면에서 구도자다! 그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구도자처럼, 소리를 향한 끝없는 욕심에 모든 것을 도맡는 사내다. 동호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죽어가는 어미를 냅두고 소리를 하는 그는 살인자와 진배없다.

 

그러나 유봉은 동호의 오해를 절대 풀어주지 않는다. 아들의 한이 승화되어 큰 소리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마 유봉은 자신이 죽어서 동호나 송호가 득음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도 남을 위인이다. 과연 그런 마음을 뭐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유봉의 그런 자세는 언젠가 들은 적 있는 불교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한쪽 팔을 기꺼이 떼어내는 구도자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선문답이라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나같은 범인은 아마 죽어도 이해하지 못할 일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득음’이란 찰나다. 명창이라도 시간이 지나 기운이 떨어지면, 완창을 하지 못하고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없다. 그가 그토록 죽을 힘을 다해 얻은 소리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서편제>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우리 소리가 천시되고, 점점 설곳을 잃는 시기다. 명창이 되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대. 아니 밥 벌어 살아갈 수 없고, 재인이 무대에 설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리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암울한 시기에 아버지 때문에 눈까지 멀은 송화는 기꺼이 모든 것을 감내해간다. 아마 나였다면 그런 아버지에게 기꺼이 패륜적인 행동을 할지 모르겠다. 내가 송화보다 동호에게 감정이입이 더욱 되는 것은 남자라서 보단, 그의 답답한 마음에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죽을때까지 유봉이나 송화의 마음은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러나 그 불타는 예술혼 만큼엔 어느 정도 공감이 갈 것 같다. 누구나 이루고 싶은 꿈 한자락은 있으니 말이다.

 

어제 뮤지컬 <서편제>를 보면서 단연 인상적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였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유봉역의 홍경수와 송화역의 차지연이었다!

 

홍경수는 소리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아버지 유봉을 너무나 멋지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냈다. 무엇보다 차지연은 사랑하는 이복동생 동호를 떠나보내고 혼자 소리를 하는 恨을 너무나 절절하게 그려냈다. 절정 부분에서 그녀가 눈물을 쏟아내며 하는 연기엔 감동을 넘어서 처절할 지경이었다.

 

다양한 현대적 음악과 한지를 사용한 듯한 무대 미술과 영상을 이용한 다양한 무대 효과 그리고 적절히 사용한 군무등은 영화 <서편제>와는 다른 느낌과 재미로 다가왔다. 뮤지컬 <서편제>는 오는 1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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