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DSLR이 안 무겁다고?

朱雀 2010. 11.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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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다 <무겁지 않다!

 

요새 TV를 보면 캐논의 인상적인 광고 한편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캐논은 이제까지 우리가 DSLR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중 하나인 ‘무게’를 들고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광고 내용은 꽤 신선했고, 인상 깊었다. 순전히 광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최소한 90점 이상은 받을만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으로 돌아오면, 절대 그 광고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 요새 유행하는 f(x) 멤버인 빅토리아의 말을 잠시 빌리겠다. '뿡치지 마세요!' 


DSLR은 분명히 무겁다! 현재 캐논 광고에 등장하는 제품은 캐논 60D다. 이 제품의 무게는 약 755g(배터리 포함)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대표적 제품인 소니 NEX 5의 무게는 약 287g(악세사리 포함)이다. 그냥 비교해 봐도 2.5배 이상 무겁다! 여기에 부착하는 렌즈에 따라 약 3배 이상 차이가 생길 수 있다.

 

CF광고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캐논 광고에선 어린이와 귀여운 고양이 그리고 캐논 60D가 차례로 등장한다. 광고속 멘트는 어린이를 들면서 무겁냐고 묻는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들을 담기 위한 캐논 60D 역시 무겁지 않다는 식으로 두리뭉실 넘어간다. 캐논이 좋아하는 공식을 이용해 정리해보면,


 

어린이 = 고양이 ≒ 캐논 DSLR (?)

 

아마 위와 같은 공식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얼핏 들으면 말이 되어 보인다. 묘하게 설득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먼저 생각해 보자! 분명 어린이의 몸무게는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kg은 넘기 일쑤다. 비만이라면 50kg도 넘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린 사랑스러운 어린이를 들어올리면서 아무리 무거워도 그 몸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왜일까? 그건 어린이는 물건이나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우리 인류의 미래다! 비록 지금은 작고 연약해서 보호가 필요하지만 그들은 장차 자라서 과학자도 정치가도 철학가도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꼭 자라서 훌륭한 일꾼이 되지 않더라도 그들은 하늘로부터 ‘존엄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무게나 처지 등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

 

게다가 아이를 낳은 부모의 입장에선 그건 아무리 천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애완동물인 고양이 역시 비록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과 관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역시 돈으로 교환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DSLR은? 그건 단지 물건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이 가진 DSLR을 몹시 아끼고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DSLR이 망가져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아마 대다수는 어린이를 택할 것이다. DSLR이란 무엇인가? 그건 그저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은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유전자 복제와 대리모 출산 등을 통해 맞춤형 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 와서도 인간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왜? 그건 인간이 돈으로 살 수 없는 ‘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과학에 의해 우리가 결국 단백질 덩어리이고, 시냅스의 전기적 충격으로 ‘사고’를 한다고 증명해내도 존엄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린 이성으로 보다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비록 어려운 책이지만, 결국 주장하는 바는 그런 것이다! 18세기 철학자의 외침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수단이 될 수 없으며,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선 안된다는 ‘존엄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참고: 마이클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왜 캐논은 이런 다소 무리한 광고내용을 방영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소니의 NEX5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디카들이 시장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후끈 달아오르는 미러리스 디카 경쟁 <- 관련기사 클릭!

 

 

지난달 10월 17일자 전자뉴스 신문 기사를 살펴보면, 현재 소니의 국내 디지털 카메라 점유율은 무려 20%대로 올라섰다. 2분기까지 10%대 였던 것을 감안하면 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여기엔 하이브리드인 NEX 5의 선전이 컸다!

 


올해 국내 디카 시장의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3분기 판매 1위인 소니 NEX 5 



반면 캐논의 경우, 미러리스 디카 시장이 형성되면서 60-70%대에 이르던 점유율이 무려 40-50%대로 떨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재 캐논은 아직까지 전체 디카 시장의 1위다! 허나 지금처럼 무거운 DSLR을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어렵게 형성된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바보짓! 캐논은 아마도 궁리 끝에 이런 이미지성 광고를 내보내게 되었을 것이다.

 

허나 생각해보자! 사실 소비자는 DSLR이던 하이브리드던 미러리스던 관심이 없다! 소수의 하드코어 마니아를 제외한다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그저 잘 찍히고 조작하기 쉽고 가볍고 저렴한 디카를 원할 뿐이다.

 

이런 모든 조건을 만족할 수 없다면, 우리 그중 일부 조건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전까지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고 싶다면 DSLR외엔 방법이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단 말이다.

 

그러나 가볍고 잘 찍히는 미러리스가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소비자는 이제 가벼운 디카로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캐논 역시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볍고 강력한 성능의 새로운 디카를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광고를 내보낼 때가 아니란 이야기다! 기술이란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보다 편리하게 하고, 좀 더 자유를 주는 것이다. 가뜩이나 얼굴이 작은 모델을 기용해 그녀들의 얼굴만한 DSLR을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찍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러다 넘어지는 거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끔 된다. 이 상황 자체가 '넌센스'다!

 

아마 캐논은 지금 나름대로 ‘비밀병기’를 개발 중일 것이다.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기술혁신을 통해 소니의 NEX 5보다 가볍고, 더욱 강력한 성능의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선사했으면 좋겠다. - 캐논은 300D와 5D 그리고 5D mark II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시장을 변화시켰고, 기술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만한 기술과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

지금처럼 이미지 광고로 ‘감동’을 만들어내지 말고 말이다! 그것이 시장 점유율 NO.1이 보여줘야할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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