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그 많은 등산객은 어디서 왔을까?

朱雀 2010. 1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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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국내에서 1,500만 명이 즐기고 있으며, 현재 기네스북까지 오른 취미는?

답: 등산!

 

내가 주로 애용하는 지하철 7호선엔 수락산과 도봉산이 걸쳐져 있다. 그 탓일까? 공휴일이나 주말이 되면 지하철엔 온통 등산객들 뿐이다. 덕분에 지하철 안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악취가 떠돌아서, 코를 싸매야 할 지경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체감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몇 년 전부터 등산객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주말이나 공휴일엔 더더욱 냄새가 진동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런가 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등산지원센터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발표에 따르면 2009년 국내 누적 등산인구수는 무려 국민의 53% 인1,886만명에 달한다. 한 달에 한번 이상 산을 찾는 인구만 1,560만명에 이른다.

 

재밌는 점은 통계자료를 살펴보니, 불과 3년 사이에 등산을 시작한 인구가 무려 17%에 달하는 314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이었다. 막연하게 ‘많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고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폭발적으로 등산객이 늘어난 걸까?

 

자료에선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도 큰 원인 중에 하나를 꼽았다. 허나 얼마 하지 않는 입장료 폐지했다고 3백 만명이 넘게 늘었다고 보기엔 인과관계가 맞지 않믐다. 자료를 아무리 뒤져봐도 속시원하게 등산인구가 늘어난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고 이제부터 내가 그 이유를 추리해보려 한다.

 

우선 무엇보다 ‘접근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흔히 하는 말 중에 ‘뒷산에 갔다올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린 산과 친숙하다.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잘 알려진 대로 산지다. 따라서 동네 뒷산에 올라갔다오는 일은 정말 흔한 일상사다. 또한 등산을 하는 데는 큰 지식이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한마디로 ‘왠지 만만해 보인다’

 

두 번째는 역시 ‘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산을 올라가는 덴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장비를 사야하지만 이건 ‘의무’사항이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 평상시 차림으로 산에 올라갈 수 있다. 2007년 전엔 입장료라는 게 있었지만, 현재는 그마저 없어졌다. 따라서 경제적 부담은 훨씬 덜해졌다.

 

이런 이유가 귀결되는 곳은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다른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은 왠지 겁이 나고, 돈이 들어갈 것 같다. -물론 등산도 제대로 장비를 갖추거나, 등산 실력을 익히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지만, 잘 모르는 탓에 상대적으로 쉽고 돈이 적게 들어가는 것처럼 착각이 일어나기 쉽다-

 

등산은 오륙도와 사오정으로 대표되는 중장년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취미다. 비정규직 일색인 ‘아줌마’ 세대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100만이 넘어가는 청년실업자들도 역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취미다.

 

일단 산에 오르면 답답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상쾌함을 느낄 수 있고, 등산 후 맛보는 한 잔의 술은 그 어떤 감로수보다 달디 달다. 안타깝지만 등산객만 1,500만 명이 넘어가고 북한산 등산인구가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많은 것엔 이런 우울한 우리의 자화상이 숨어있지 않나 싶다.

 

예전에 누구는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산에 들어가 수련했고, 누구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 단체를 만들었다. 대다수의 민초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면 산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구며 살아왔다. 벌써 시대는 21세기건만 우리의 삶은 산이 아니면 위로를 받지 못할 만큼 팍팍해진 건 아닐까? 국민 네 명중 한 사람이 등산을 즐기는 현실에서 나는 그런 결론을 도달한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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