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내가 파워블로거를 싫어하는 이유

朱雀 2010. 12. 28. 07:00
728x90
반응형



집에서 조용하게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동시에 밖으로 나돌아 댕기며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블로거들의 모임에 나가서 어울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소위 ‘파워블로거’란 명사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지금은 종종 모임에 초청되어 갈 때도 ‘파워블로거’라고 호칭해주면, ‘단지 일개 블로거입니다’라면서 점잖게 그 호칭을 거부하는 편이다. 한때 ‘파워블로거’라고 불리길 원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나는 파워블로거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 되었다.

 

파워블로거의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하루 방문자수가 3천명 이상이면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편이었다.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은 다음과 네이버에서 주는 엠블렘인데, 요새처럼 수많은 엠블렘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블로그를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다들 인정(?)해주는 엠블렘은 다음 우수블로그,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네이버 파워블로거 정도로 알고 있다. 나머지 엠블렘은 아무리 많이 붙어있어도 (현장에선) ‘예쁜 장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질 않았다.

 

내가 예전에 처음 블로거들이 있는 자리에 나갔다가 놀란 것은 ‘파워블로거’란 호칭의 모호함 때문이었다. 티스토리에서 주로 활약하는 탓에, 네이버 블로거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막상 그 사람의 블로그에 가보면 차별화된 컨텐츠도 없고, 1일 방문자수도 별로 안 되고, 상업적인 포스팅만 넘쳐나는데 자기 스스로를 ‘파워블로거’로 소개할 때는 괜시리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특히 아줌마들이 많으셨는데, 심정적으론 이해가 갔다. 분유값이라도 벌어야 하는 처지에서 블로그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데, 누구도 그걸 막을 이유도 권한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생각을 가진 많은 이들(실제로 너무나 많다!)에 의해 ‘블로거’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나빠진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파워블로거’라고 스스로 호칭하기를 거부한다. 그 사람들과 동급이 되고 싶지 않지 않으니까!-

 

다행히 필자가 활약하는 티스토리엔 상업적인 포스팅보단 ‘컨텐츠의 질’로 승부하는 이들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티스토리 블로거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블로거들을 만나면 보통 하는 이야기가 ‘블로그’에 관한 것들이다. 처음에는 서로 이런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다보니 즐겁고 재밌다. 그러나 아무리 듣기 좋은 말도 자주 들리면 질리는 법. 만날 때마다 다음의 정책이 어떻고, 그날 올린 자신의 포스팅에 대해 말하면 슬슬 밀려오는 짜증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내가 만나본 수 많은 블로거들은 너무 블로그에만 올인하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쏟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나름 멋진 일이다. 그것이 과도해서 ‘집착’이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조금 친해지면 다음뷰 순위가 (지난달보다) 떨어지면 ‘이건 다음의 음모야!’라는 불평이 나오기 일쑤다. 그들에게 순위가 떨어진 이유가 혹시 ‘자신의 포스팅의 질이 떨어진 탓이 아닐까?’라고 돌려서 말하면 ‘절대로 아니다’라고 답한다. ‘자신의 포스팅은 언제나 항상 훌륭하고,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블로거들은 그저 다음이 예뻐해서 순위가 높다’라는 주장을 주문처럼 반복한다. 옆에선 한숨만 터져 나올 뿐이다.

 

물론 가끔 상위에 랭크되는 블로거들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거의 대다수 상위 블로거들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들은 참신한 시각에서 글을 쓰거나, 질 높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등 뭔가 자신만의 ‘차별화된 무기’가 있다. 그것을 보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추천하고 호응해주는 것이리라.

 

이에 반해 순위가 떨어지는 블로거들은 늘 비슷한 포스팅만을 양산해서 식상하기 이를 데 없고, ‘컨텐츠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문제는 본인만 그 사실을 알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블로거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심지어 내가 만난 블로거중엔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기까지 했다. 나라면 몹시 부끄러운 이야기였을 텐데 말이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이상, 아직까진 글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포스팅을 하는 이들은 관련 서적과 신문-잡지 등을 읽어야만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글을 쓴다는 것은 정신적인 소비 활동인 탓에, 끊임없이 관련서적과 신문-잡지를 읽으며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 정제된 지식을 쌓고, 간접적이나마 경험치를 높여, 맹렬하게 스스로와 질의응답을 가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대다수의 블로거가 ‘1일 1포스팅’ 이상 하는 환경에서 내적 고갈이 심해져 글의 품질이 자연스럽게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방문자의 발걸음은 뚝 끊기지 않겠는가?

 

말이 길어졌다. 나는 블로거들이 단순히 그들의 블로그에만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물론 모든 블로거들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상위랭킹의 블로거라면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자신의 블로그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다른 이들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말 그들이 원하는 ‘1인 미디어 시대’의 주역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흔히 말하는 대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지금처럼 적당히 쉽게 포스팅을 올리고 명예와 부를 얻고자 한다면, 아무런 발전 없이 오히려 퇴보하고 멀지 않은 시일내로 잊혀져서 쓸쓸하게 무대에서 퇴장당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블로거의 경쟁상대는 같은 블로거가 아니라 기존 언론사와 기자 그리고 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