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왜 중류는 없을까?

朱雀 2011. 1.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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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와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중국을 비롯한 태국-베트남 등의 아시아권에서 한류의 뜨거운 인기를 보면서 입에 퍼지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막상 나는 그런 한류열풍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그저 한국인이란 이름으로 즐겁고 더없이 자랑스럽다. 여기에는 애국심이나 민족주의 등 다양한 감정이 작용할 것이다.

 

198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와 1990년대까지 꾸준하게 일본방송-영화-게임-애니메이션-가요 등의 영향을 꾸준하게 받아온 한국의 입장에서 오늘날의 한류는 사실 10년 전만 해도 상상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룡의 액션과 주윤발의 쌍권총과 바바리 외투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우리가 역으로 문화를 수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이런 한류의 열렬한 환호에 대해, 국내에선 여러 가지 분석과 담론이 이어진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런 분석은 너무 ‘수박 겉핣기’식으로 이루어지거나, 지나치게 희망적이나 비관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대중문화가 빠른 시간안에 발전해서, 곧 우리의 한류를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 견해다.

 

개인적으로 ‘한류의 생명력’에 대해선 그리 길게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대중문화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발전해서 우리의 한류를 밀어낼 수 있으리라 보지도 않는 편이다.

 

그런 식의 견해를 갖는 이들의 공통점은 ‘문화’를 마치 경제성장률처럼 수학적 도식으로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한다. 물론 오늘날 중국의 성장률은 무섭고 놀랍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문화로 넘어가면 중국은 세계에 내세울 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 “에엥? 무슨 말씀? 중국은 오천년이 넘는 유구한 문화를 자랑하는데, 게다가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문화를 위해 돈을 쓴다면 금방 발전하지 않겠어?”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중국은 20세기 격변기를 보내면서 전통과 단절 및 괴리되었다. 특히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무려 마오쩌둥의 주도하에 10년 동안 지속된 ‘문화대혁명’은 공자의 묘비가 두동강이 날 정도로 지독한 것이었다. ‘제 2의 분서갱유’라고 해도 좋을 문혁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송두리째 없애버리고 말았다. 따라서 오늘날 중국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중국식 공산주의와 시장경제주의,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나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중국이 보여준 것은 그저 수 많은 사람들을 이용한 기예였다. 물론 피아노줄에 매달린 수 백명의 사람들이 보여준 매스게임은 다른 나라에겐 경이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와이어 액션’은 그저 신기한 볼거리에 불과하지, 그것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칠 만큼 문화적 가치는 없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반론을 재기할지 모르겠다. “그럼 1970년대 홍콩 무협영화와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의 홍콩 느와르물의 전성기에 대해선 뭐라고 할래?”라고 말이다. 적절한 지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당시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단 사실이다! 영국은 문화선진국이다. 그리고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로서 엄청난 자유를 누렸다. 중국에서 낙인찍힌 인물들이 망명지로 선택할 정도로 말이다.

 

여기서 오늘날 중국의 대중문화가 발달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가 도출된다. 바로 ‘생각의 자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실질적으로 공산당 독재체제며, 정치적으론 그 어떤 도전과 비판을 거부한다. (중국이 CCTV외에 공식논평이 없다는 사실 등을 기억하자). 그리고 중국 공산당은 국론 분열 등을 두려워해서 국민들의 생각에 이런 저런 제한을 많이 가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술은 기본적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때만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사상적 통제를 받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차단된 특정 사이트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중문화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오늘날 중국의 방송이나 가요에서 우리나라 가요나 인기 방송을 그대로 복제해서 따라하는 것을 보며, ‘모방을 통해 창조로 나아가지 않을까?’라고 의견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우리 역시 일본 문화를 그런 식으로 흉내내면서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러나 중국은 위에서 지적한대로 문화적 전통이 단절되었고, 생각의 자유가 없어서 ‘상상력과 창발성이 쇠사슬에 묶여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방은 그저 흉내내기에 끝날 수 있다. 물론 그런 흉내내기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세련되어지고, 더욱 많은 시간이 흐르면 대중문화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엔 몇 년이 아니라 몇 십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린 흔히 결과만 놓고 생각해서, 과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대중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에 그나마 민주주의의 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문화는 절대 홀로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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