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왜 거북이는 비석을 업고 있는 것일까?

朱雀 2011. 4.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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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다보면 손쉽게 비석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비석을 보면 상당수가 밑에 거북이 지탱하고, 그 위에 비석이 세워진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혹시 그 이유를 궁금해 본 적이 없는가?

 

이야기는 여와로 올라간다. 여와는 중국신화에서 등장하는 대모신이다! 오빠인 복희와 함께 그려진 경우도 많지만, 원래 여와는 복희에게 종속된 것 아니라, 단독으로 세상을 창조하고 이끈 신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복희와 함께 나열된 것은, 훗날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변화하면서, 또는 중국대륙에서 정복되어지는 과정 속에서 신화가 서로 만나 합쳐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야기는 천지창조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천재지변이 일어난다. 난데없는 물난리와 화산 때문에 사람들이 울부짓고 성난 짐승들이 길길이 날뛰자, 보다 못한 여와가 나섰다.

 

자비로운 여와는 자신이 창조한 인간이 슬퍼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오색 빛깔이 나는 넓은 돌을 잘 다듬어서 하늘의 뚫린 구멍을 기웠다. 맞다! 그냥 메꾼 것이 아니라, 바느질로 기웠다. 문제는 땅의 꺼진 부분이었다. 여와는 고민 끝에 거대한 자라를 잡아 네 발을 잘라, 그것을 사방 끝에 세워 땅을 떠받치도록 했다. 그로서야 사람이 비로소 다시 세상에 살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비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북이 비석을 업고 있는 형상은 바로 이런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거북을 잘 살펴보면 머리 부분은 대다수 거북이 아니라 용머리 형태를 하고 있다. 용은 양을 뜻하고, 거북의 몸은 음을 뜻한다. 동양사상에서 양과 음은 서로 순환하면서 영원무궁토록 지속된다.

 

비석 주인의 명예가 그렇게 영원하리라는 믿음과 기원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렇듯 비석 하나에도 가볍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는 그리스로마신화는 너무나 잘 알지만, 안타깝게도 동양의 신화에 대해선 별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리스로마신화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인간에 대한 높은 통찰력과 이야기를 담아두고 있다. 그러나 동양신화 역시 그 못잖게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석 하나의 의미조차 대다수 모르는 채 지나가면서, 서구유럽의 문화재를 보고선 이건 말이지하면서 스스로 신화와 전설 그리고 의미를 되새겨내는 우리 스스로를 보면서 뭔가 모순되었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는가? 신화는 먼 옛날에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을 주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신화는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 허나 신화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 오늘날 신화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러한 것들은 먹고 사는 것이상의 의미를 주지 않을까? 또한 앞으로 컨텐츠 산업이 점점 중요시 되는 세상에서 동양신화의 가치는 더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런 신화의 의미를 한번 곰씹어 봄으로써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누구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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