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신선했던 콩쥐팥쥐전 패러디, ‘선녀가 필요해’

朱雀 2012. 3. 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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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선녀가 필요해>는 차세주(차인표) 회사로 취직한 채화(황우슬혜)의 수난기를 다루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노골적인 콩쥐팥쥐전의 패러디였다!

 

마태희(윤지민)은 오래전부터 차세주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신도 살지 못하는(?) 차세주네 집에 얹혀사는 채화가 영 마땅치 않았다. 그것도 부족해서 채화의 특유의 낙천성과 친화력으로 모든 식구들과 매우 돈독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따라서 눈엣가시인 채화를 출근 첫날부터 어떻게 하면 괴롭힐지 고민하게 된다. 1단계로 마태희를 하늘같이 모시는 두 부하직원이 출격한다. 그둘은 채화를 끌고가서 혼내주려 하지만, 채화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방 포섭되고 만다.

 

2단계로 마태희는 일부러 연습실을 더럽게 해서 채화에게 청소를 시킨다. 본인이 보는 앞에서 휴지를 던지면서 좋아하는 마태희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악녀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도 여지없이 채화의 선녀적 매력이 빛난다. 그녀는 바로 옆건물에서 광내는 기계까지 빌려와서 순식간에 일을 끝내고 만다. 덕분에 마태희는 골탕을 먹이려고 몹시 고민에 빠져버린다.

 

3단계로 마태희는 수 백개의 테입을 주면서 오늘 안으로 모두 보라고 한다. 근데 하필이면, 차세주가 술먹고 벌인 부끄러운 행동이 담겨있던 테입이 우연히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이를 다른 직원들이 못보게 금모래(최정원)이 기계에 물을 뿌림으로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선녀가 필요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날개옷을 잃어버린 두 모녀가 차세주네 집에 가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는 시트콤이다.


'선녀와 나뭇꾼'을 제목부터 차용한 작품이, 
콩쥐팥쥐전을 패러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것이다. 늘 그렇지만 이런 고전동화를 패러디하는 것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대로 따라갈 경우, 너무나 많이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식상해지기 쉽다.

 

<선녀가 필요해>는 채화가 그날 오픈하는 차세주네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걸로, 콩쥐가 고을원님의 잔치에 가는 것을 대신한다. 이후 계모가 콩쥐를 괴롭히기 위해 밑빠진 독에 물을 붇게 하고, 수 많은 보리와 쌀을 구분하면 좋다라고 한다. 이는 심술궂은 계모가 콩쥐가 잔치에 못가기 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일이다.

 

고전속 콩쥐는 울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현대적으로 보면 착하기만 한 나약하고 현실감각이 결여된 인물로 볼 수 있다. 만약 두꺼비-참새 등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일을 끝마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콩쥐팥쥐전'이 지어질 당시엔 '착함'이 미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착함은 우유부단과 무능력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런 초현실적인 도움을 21세기 시트콤에서 등장한다면 별로 납득이 가히 않을 것이다. 물론 채화는 운이 좋긴 하다. 하필이면 그 시점에 테입이 상자속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엔 일부러 마태희가 자신의 방을 어지럽혀 놓아서 도저히 레스토랑 오픈식에 참가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하필이면 정전 때문에 레스토랑의 한쪽벽에 그을음이 생긴다.

 

이에 꽃꽂이를 신기에 가깝에 하는 채화를 불러서 꽃장식을 만들어 벽의 그을음을 가리는 대목은 분명 하늘의 도움이 작용한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채화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청소를 하기위해 옆 건물의 수위에게 부탁할 만큼 능동적인 인물이다. 또한 마태희가 어떤 일을 시켜더라도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그 와중에서 운이 작용하기 때문에 상당부분 설득력을 가진다.

 

무엇보다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서 직장인들이 느낄 감정은 분명 남다를 거라 여겨진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상사가 괜시리 일을 시키면서 괴롭힐 때가 분명히 있다.

 

그런 상사가 부리는 심술을 하나하나 격파해나가는 채화의 모습은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해본 적이 있는 직장인들로서는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울러 마지막엔 목에 음식이 걸려 위기에 처한 마태희를 채화가 응급조치로 살려내서 생명의 은인이 되고 만다.

 

따라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넘어서서 더 이상 마태희가 채화를 괴롭히기 어려운 상황인 관계의 '역전'은, 아마도 묘한 쾌감을 줄 거라 여겨진다. 어제 <선녀가 필요해>는 제목에 걸맞게 고전동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는 좋은 예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오늘날 상황에 맞게 사건과 캐릭터의 재해석 등이 이루어져서 매우 보기 좋았다.

 

<하이킥>이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욱 <선녀가 필요해>를 기대하게 만드는 멋진 에피소드였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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