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스타일’의 불쾌한 잡지계 현실 묘사

朱雀 2009. 8. 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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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흥미를 더해가는 <스타일>을 시청하다가 몹시 불쾌해졌다. 이유는 스토리라인에 있다. 이서정(이지아)는 ‘뱅&쉬크’ 아이템으로 기사를 쓰다가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 홍진욱(아마 현실로 치면 앙드레 김 정도?)의 작품들이 ‘특별함 없는 평범한 수준’이라고 비평한다.

경쟁 관계에 있던 스타일의 차지선은 기사를 보고 위기감을 느껴 인터넷에 올려 곤경에 빠뜨린다. 인터넷에서 이서정의 글을 본 홍진욱은 노해서 당장 <스타일> 잡지의 광고를 끊고, 발행인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전 발행인 손회장은 박편집장(김혜수)에게 당장 이서정을 짜를 것을 지시한다. 비록 결과가 좋진 않았지만 이서정의 기사를 높이 평가한 박기자는 이서정을 불러 함께 기사를 ‘킬’하고 잘 마무리하고 충고한다.

뭐 여기까진 그런가보다 했다. 더욱 불쾌한 건 이후 해결과정이었다. 박기자는 차지선을 시켜 프랑스판 <스타일>에서 홍진욱에 대해 비평한 게 없는 지 살펴보고, 유명한 비평가가 홍진욱에 대해 그냥저냥 평가하는 사실을 알고는, 이서정의 기사를 보내 자극시킨다. 그러자 프랑스의 비평가는 참을 수 없었던지 <스타일>에 홍진욱에 대해 비평기사를 싵고 그걸로 자연스럽게 해결되게 된다.

자세히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홍진욱은 고소를 취하하고 이서정의 해고결정도 번복되게 된 것이다. 이게 그냥 드라마상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 이렇게 불쾌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란 데 있다.

잘 알겠지만 국내 모든 언론은 광고주의 입김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신문과 잡지는 그 자체로 아무런 수익을 발생하지 못한다. 심지어 몇몇 신문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가 목을 거는 것은 오직 ‘광고’뿐이다. 따라서 각 언론사(신문을 비롯한 모든 잡지)는 광고주의 비위를 건드리는 기사를 거의 쓸 수 없다. 만약 썼다간 <스타일>에서 나온 것처럼 당장 광고가 중단되고, 최악의 경우엔 정말 명예소송도 불사해야 한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어볼까?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재판 문제로 한참 시끄러울때 한겨레와 경향 신문은 삼성측에 불리한 보도를 했고, 덕분에 그 이후 삼성관련 모든 광고가 끊긴 상태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답게 한해 광고비용으로 쓰는 돈이 몇천억원대로 알고 있다. 그런 광고계의 거물이 한겨레와 경향에 광고를 주지 않으니, 두 신문사의 살림이 얼마나 퍽퍽할지는 안봐도 뻔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속에서도 두 신문사는 꿋꿋이 정론직필을 고집하고 있으니 응원할 따름이다.

하여튼, <스타일>에서 묘사된 이야기는 현실상에서 엄연히 적용되는 일이다. 철모르는 기자가 거대 광고주의 비위를 건드린 기사를 내면, 당장 발행인부터 불호령을 떨어뜨리고 해당 기자는 광고주를 찾아가 사과하던가, 최악의 경우 정말 사표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해결 과정에서 외국의 기자가 비평을 하는 덕분에 혐의(?)가 풀리는 것도 기분 나쁘긴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점을 보고 지적했을 때 평기자가 그런 기사를 쓰면 광고주를 비롯한 항의가 빗발친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라도 외국 잡지사나 권위있는 비평가가 하면 전혀 달라진다. 이건 정말 현실에서도 수도 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권위란 스스로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변에서 인정해줘야 만들어지는 거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소리가 들리면 일단 ‘까고’ 보는 문화와 반대로 외국에서 비평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문화적 사대주의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매우 불쾌해졌다. 그냥 재미로 보던 <스타일>에서 불쾌한 현실과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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