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설국열차’의 천만관객 돌파는 의미없다?!

朱雀 2013. 8.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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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이제 천만 관객 돌파라는 의미 있는 스코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봉준호 감독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천만관객은 큰 의미 없다라는 발언을 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인터뷰 내용에서 밝힌 봉준호 감독의 의견엔 상당히 동의한다. 대형배급사들이 스크린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만관객은 상당히 빛을 잃어버렸다. 가장 가까운 예로 <광해>는 천만관객을 동원했지만, 의외로 별 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지나쳐 갔다.

 

그러나 필자는 대형배급사들의 스크린독과점과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이 소모되는 오늘날의 시점에서도 <설국열차>가 천만 관객돌파를 하면 나름대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제작비만 400억 이상이 들어간 작품은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한 다국적의 배우를 섭외하고 체코에서 촬영하는 등의 국내에선 보기 드문 진귀한 광경을 연출해냈다. 아마 봉준호 감독 자신조차도 이 정도 국내에서 흥행에선 성공하리라 생각진 못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라면 특유의 현실왜곡장을 발휘해서 이 정도 흥행할 것이라 당연힌 생각했다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흥행성공에 대해 이런저런 요인들을 분석하겠지만, 그런 요인들이 맞아떨어진 다른 작품이 나온다고 해도 <설국열차>처럼 흥행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설국열차>는 지금 이 시기에 개봉했기에 이 정도의 흥행이 된 것이다. 만약 몇년 전에 나왔거나, 몇년 후에 나왔다면? 아마 지금처럼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잡담이 길었다. 이제 의미에 대해서 다시 논해보겠다! 일단 <설국열차>(본 이들은 알겠지만)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지니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블록버스터의 호쾌한 영상이나 액션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나름대로 액션신은 있다. 가령 꼬리칸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도끼부대(?)간의 전투는 이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는? 그야말로 그냥 이야기의 전개일 뿐이다. 신기한 볼거리는 나름 제공하지만 그 정도의 영상을 가지고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어냈다고 보긴 어렵다. <설국열차>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각 인물들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다. 또한 열차는 인류를 상징하고, 윌 포드와 길리엄 그리고 커티스는 지도자등을 상징하는 등.

 

복잡하고 난해한 상징과 은유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 영화가 천만관객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전까지 천만영화들은 한국적인 요소를 지닌 경우가 많았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분단국가인 우리에게만 통용되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가 다른 나라에서 통할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다른 천만영화인 <괴물> 역시 그러하다! <괴물>에서 중심은 역시 괴물에게 납치된 아이를 구하기 위한 한 가족의 눈물겨운 사투였다. 물론 영화에선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부의 모습과 강대국 미국의 횡포 등이 보이긴 하지만, 역시 관객에게 가족애가 어필했다는 것엔 이의제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설국열차>는 국내에서 천만관객돌파 영화들과 전혀 궤를 달리한다. 송강호와 고아성의 한국배우가 등장하긴 하지만, 주요 등장인물은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인물들이며, 대사 역시 거의 영어로 진행된다.

 

<아바타>가 천만 돌파한 기록을 갖고 있긴 하지만 매우 특이하고 예외적인 케이스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지니고 국내배우가 아닌 해외파 배우들로 포진해 있어도 흥행가능하다.

 

그러나 물론 여기에 스타감독 봉준호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이 아니었다면 <설국열차>는 이 정도로 화제가 될 수 있었을까? 아마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설국열차>가 만약 체코에서 해외로케를 하지 않고, 국내에서 진행하고, 해외배우가 아닌 국내배우들로 채웠다면 더욱 밀도감 있고 빠른 전개를 보여줬을 거라고. 많은 이들이 <설국열차>에서 실망하는 대목이 봉준호 감독답지 않은 뭔가 숭숭 빠진 듯한 이야기전개를 꼬집는다.

 

확실히 봉테일로 불리는 그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설국열차>는 분명히 실망스러운 구석들이 존재한다. 텍스트만 놓고 따지다면 <설국열차>는 분명히 참신하지도 않고 어딘가 엉성한 구석도 많다.

 

그러나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설국열차>는 텍스트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존재하는 영화다! 따라서 이야기와 영상과 음악 등이 모여서 하나의 완성품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한국배우와 스텝진이 아니라 다국적 스텝과 배우진과 일을 해본 경험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봉준호 감독은 앞으로 세계에 통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든 한국감독이 봉준호처럼 체코에서 해외로케를 하고 다국적인들과 작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 한명쯤은 그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봉준호 감독은 그런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작품은 좀 더 밀도감 있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설국열차>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미 900만명을 돌파한 지금도 충분히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만 필자는 기왕이면 <설국열차>가 천만을 돌파해서 좀 더 거기에 의미를 더했으면 하는 욕심이 존재한다. 900만과 천만은 정말 느낌이 너무 다르니까. 우린 모두 그 느낌을 알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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