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청자를 제대로 웃긴 ‘감자별’

朱雀 2013. 12. 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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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6화를 보면서 그야말로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감자별> 이야기다! 46화에서 노민혁은 나진아에게 <영웅본색>의 주윤발처럼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도 지켜주겠다라고 한다. 그러나 나진아의 지적처럼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그런 상황 자체가 일어날 리가 없다.


영상, 사진 제공: CJ E&M


그러나
<감바별>이 어떤 프로인가? 시트콤이 아니던가? 불가능을 거의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장르가 아니던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우연히 막내딸을 보고 너무나 즐거워 하는 친구를 보고 너무나 딸바보가 되고 싶어서 노보영에게 막내를 갖자며 노력하는 김도상의 모습도 너무나 웃겼다.

 

그가 추성훈을 보고 섹시하다라는 아내의 말을 기억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로맨틱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평상시 다소 엉뚱한 그의 이미지와 겹쳐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진아에게 소개팅을 추진하려던 동생 노수영의 모습을 보고 화난 노민혁은 또 어땠는가? 그는 일부러 동생이 TV를 보는데 와서 채널을 바꾸고, 아침에 약속이 있는 동생을 새벽 430분에 깨워서 허둥지둥 나가게 하더니,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현관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는 만행(?)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화가 난 노보영이 역습을 가하다 못해 노민혁의 BB탄이 들어있는 모형총을 들고 기습하는 장면에서 그야말로 빵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노민혁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던 노수동이 딸의 총을 맞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은 그의 오버스러운 캐릭터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져서 정말 웃겼다.

 

노민혁이 마침 집으로 들어오는 나진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장면은 <영웅본색>의 강렬한 패러디로 인상깊게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다. <감자별>의 이런 순전히 시청자의 웃음을 위한 방송분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감자별>은 김병욱PD의 이전작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진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감자별>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많이 옅어졌지만, 정체불명의 감자별이 지구로 가까워지면서 고조되는 위기감은 지구멸망을 암시하면서 극의 분위기를 매우 어둡게 했다.

 

지금도 종종 감자별이 달처럼 지구의 하늘에 보이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을 준다. 오늘날 시청자들은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탓에 무겁고 심각하고 어려운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감자별>이 화제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트콤이 갖는 매력은 보는 내내 시청자를 웃기는 본분에 충실해야만 한다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46화는 제몫을 톡톡히 했다고 여겨진다.

 
영상, 사진 제공: CJ E&M


딸바보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노씨네 집안 여성들이 서로 사납게 사우는 모습을 보곤 사나운 (가상의) 막내딸의 등쌀에 어쩔 줄 몰라하는 악몽
(?)을 꾸는 김도상의 모습, BB탄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사랑하는 여성을 구하기 위해 장렬하게 몸을 내던지는 노민혁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상적이었다.

 

적당히 등장인물들이 오버하고 망가지고 몸을 아끼지 않고, 게다가 우리 주변에서 제법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상황설정들은 <감자별>이 더욱 우리에게 친숙하고 재밌게 다가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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