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이리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

朱雀 2009. 10.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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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2화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아이리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화는 24.5%로 14일 2위를, 2화는 25.3%로 15일에 1위를 달성했다. 현재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평이 대세이며, 이런 추세라면 당장 다음주부터 30% 시청율도 가능해 보인다. 물론 20부작 가운데 2화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기세만 이끌어 간다면 <아이리스>의 성공은 보장된 것으로 보일 정도다. <아이리스>는 어떻게 2화만에 이런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을까? 나름대로 이를 분석해 보았다.

1) 숨막히는 첩보원의 세계와 등장인물의 삶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1화에서 등장하지만 주인공 이병헌은 NSS부국장인 김영철의 명령에 따라 북한 권력 서열 2위의 인물을 암살하고, 북측 호위부 팀장인 김승우에게 쫓겨 다니게 된다. ‘본’ 시리즈와 007 시리즈 등 우리가 알고 있거나 익숙한 빠른 편집과 총격전 등은 그 자체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충격파로 자동차에 이병헌이 부딪치는 장면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후 화면은 이병헌이 대학교에 강의를 듣기 위해 가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그는 찾아간 강의실에서 김태희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공부하고 잘난 척을 하다가 제대로 한방 먹는다. 그리고 화난 척 접근하더니 ‘차나 한잔 하자’는 상투적 접근 멘트를 날렸다가 무참하게 무시당한다. 그런데 여기서 김태희는 애교 넘치게 “술이라면 모를까?”란 대사를 예쁘게 날리며 시청자들까지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김태희는 이병헌과 함께 한 한 주점에서 엄청난 주량을 과시하며 이병헌을 곤란하게 만든다. 김태희를 만취시키려던 이병헌의 계획은 오히려 그가 취함으로써 백지화되버린다. 그후 이병헌이 보여주는 일상은 마치 싱싱한 젊음의 한 부분을 보는 기분이다. 절친인 정준호와 특임대에서 함께 뒹굴면서 우정을 나누고, 기분전환하러 나간 나이트 클럽에선 사고를 치며 함께 기합을 받는 모습은 폭소와 함께 이병헌과 정준호가 브라운관 너머에 있는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느끼게 해줬다.

이 지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얼마 전 120억원이란 엄청난 예산을 들인 <태양을 삼켜라>는 초반에는 화제를 모았으나, 엉성한 스토리 전개와 전혀 설득력 없는 단면적인 캐릭터들로 결국 외면을 받고 말았다.

<태삼>과 <아이리스>의 공통점은 둘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다는 정도다. 그 외엔 전혀 다르다! <아이리스>는 <태삼>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먼저 첩보전처럼 영화적 화면과 구성이 돋보이는 영상은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삽입했다. 또한 너무 길게 또는 반복해서 보여주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통해 극의 몰입도와 재미를 높이는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한다.

거기에 더해 <태삼>에선 전혀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던 평면적인 인물 설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란 사실을 느끼게 했다. 비록 이병헌은 얼굴도 잘 생기고 몸짱에 사진기억술까지 갖춘 인물이지만,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하고 술 잘 먹는다고 허세를 부리는 등의 인간적인 허술함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농담 잘하고 장난기가 넘치는 그의 행동과 표정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2) <아이리스>엔 사랑이 있다!

국내 드라마에서 사랑과 연애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드라마를 보는 주 시청자가 여성인 탓도 있지만, 사랑과 연애가 빠진 서사시는 밋밋할 수 밖에 없다. 사랑은 가장 강력한 인간의 행동이유가 때문이다! 또한 현실상에선 불가능하지만 선남선녀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런 측면에서 김태희와 이병헌의 조합은 예상외로 화학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리스>는 상당히 영리한 방식을 취했는데, 아직 연기력이 부족한 그녀를 배려한 탓인지 최대한 광고등을 통해 익숙한 김태희의 매력들을 끄집어낸다. 가령 그녀가 대학강의를 들을 때 입고 나온 의상 등은 청순하고 도도한 그녀의 이미지를 최대한 끌어내며, 카지노에서 일본 스파이를 꼬실 때 입은 화려한 의상은 마치 고급 향수나 패션지에 나온 그녀의 화려한 이미지를 끄집어 냈다.

김태희의 청순한 매력과 화려한 매력을 끄집어내고, 거기에 이병헌의 마초적이며 야성적인 매력을 더했다. 이병헌은 <아이리스> 2화동안 훌륭한 근육질의 몸매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거기에 더해 첫눈에 반한 김태희에 대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죽음의 테스트를 마치고 김태희와 둘이 있게 되자, 다짜고짜 키스를 감행했다. 김태희가 분노의 따귀를 날리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두 번째 키스를 날림으로써 김태희에 마음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김태희는 “NSS에선 사내 연애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결국 키스 한번에 넘어가 이병헌을 향해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더니, 브리핑 시에는 발로 이병헌의 다리를 쓰다듬는 과감한 연기(?)를 펼친다. 책상위에선 이지적인 모습으로, 책상 밑에선 도발적인 행동을 통해 이전까지완 다른 매력을 구축한다. <아이리스> 2화는 엄밀하게 따지면 ‘연애 드라마’였다. NSS란 첩보기구 안에서 김태희와 이병헌의 아슬아슬한 연애가 전개되었고, 여기엔 그의 절친인 정준호가 가미해 삼각관계를 완벽하게 형성한다. 게다가 셋이 함께 술에 취한 다음날 아침, 이병헌의 품에 안긴 김태희를 정준호가 목격함으로써 앞으로 세 사람의 운명적인 불행을 미리 보여주는 복선을 깔아두었다.

3) 매력적인 조연들


<아이리스>는 이병헌과 김태희만 있는 게 아니다. 아직 대사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병헌과 대척점에 설 김승우는 그가 출연하는 몇 분 안되는 장면에서 절대강자의 포스를 확실하게 풍겼다. 그의 충복인 김소연 역시 이지적이면서 강한 여전사의 면모를 풍겼다.

NSS 부국장인 김영철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왕건>을 통해 궁예로 자신의 카리스마를 알린 그는 특별히 별 대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단지 이병헌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브라운관을 지배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과학수사실장으로 나오는 윤주상은 해부대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이병헌과 정준호를 혼비백산케 함으로써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이후 이병헌을 보며 ‘괴물이 될 놈’이라며 김태희에게 누누이 강조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남극일기><너는 내 운명><차우>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윤제문은 정준호의 고향선배로 특유의 넉살 넘치는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하이든’으로 반항끼 넘치는 10대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현쥬니는 이번엔 컴퓨터 해커로 등장해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빅뱅’의 탑은 2화 마지막에 의문의 킬러로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한 듯 싶다.

이런 조연진의 적절한 투입과 기용 등으로 <아이리스>는 주연 뿐만 아니라 조연진까지 모두 개성을 부여해 극이 활기차게 흘러가는 느낌을 시청자에게 주었다. 이런 요인이 앞으로 <아이리스>의 탄탄한 내일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아이리스>엔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게 아니다. 탈냉전시대에 구시대적 냉전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한 요소들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1화에서 남북의 통일을 위해 북측 암살을 지시하는 모습이나, 2화에서 북측이 유력한 대선후보를 암살하려 하는 장면등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않는 부분이었다. 추후 이유가 나올지 모르지만, 이런 것들은 실행될 경우 ‘전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이다.

시놉을 보니 ‘아이리스’는 의문이 조직이 남북의 대결을 조장하려드는 것 같은데, 어떤 이유로든 왜 남과 북측이 각각 정부요인을 암살하려 했는지 적당한 이유를 대지 않은 점은 허술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첩자(?)가 둘러본 장소를 보고 이병헌이 암살 목표가 대선 후보임을 알아내는 장면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건 국가 최고급 정보기관에서 못 알아낸다는 사실자체가 의아한 것이었다. 위성을 이용해 사람을 찾아내는 기관에서 그 정도 추리력을 발휘하지 못한데서야, 첩보기관으로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겠는가?

또한 이병헌이 청와대에 초청되어 앉아 있으면서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부분은 결국 ‘출생의 비밀인가?’라고 한탄하게 만들었다. ‘왜 우리 나라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인가?’하고 말이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리스>는 재밌다. 또한 화면 역시 ‘돈 들인 땟깔’이 확실하게 흐르고 있다.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약점을 최대한 줄인다면 <아이리스>는 <선덕여왕>이후 40% 시청율을 넘길 수 있는 대작으로서의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부디 지금의 완성도를 계속해서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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