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병헌이기에 가능했던 ‘아이리스’의 흥행

朱雀 2009. 12. 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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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를 보면 참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우선은 제대로 시도되어진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블록 버스터급 드라마들은 제대로 된 경우가 별로 없었다. <태양을 삼켜라>와 비슷하게 멋진 이국의 풍경을 보여주거나, 빈약한 이야기전개로 인해 생뚱맞은 총격신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리스>도 이야기전개가 아주 틀에 꽉 짜인 것은 아니나, 그나마 이야기전개에 나름 이유가 있었고 규모에 알맞은 여러 캐릭터들이 나와주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중에서 이병헌을 빼놓고 오늘날 아이리스가 30%대 시청율을 기록하며,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는 상황은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병헌이 연기하는 김현준이 사실 어떤 의미에서 단순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고아로 자란 그는 특임대에서 만난 진사우를 친형제처럼 생각한다. 어느 날 대학강의실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성을 반한 그는 이내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든다.

딱 한번 술자리를 가진 후 헤어진 그녀를 잊지 못하던 현준은 NSS로 끌려가, ‘고문’이라는 끔찍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요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승희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으며 자신을 프로파일링 했음을 알게 된다. 배신감으로 상처입은 현준은 그러나 자신에게 관심없다는 최승희에게 거친 대쉬를 통해 마침내 사랑을 쟁취해내고 만다.

하지만 승희와의 달콤한 사랑에 빠져 지내던 순간은 곧장 나락을 떨어지기 위한 잠시의 행복이었다. 북측 요원을 암살하라는 백산의 지시를 받고, 수행한 현준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게 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친구인 사우가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눈앞에서 애인인 승희가 탄 차가 폭발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깊은 절망에 빠져든다.


<G.I.JOE>를 찍은 직후, 드라마에 올인한 이병헌은 작품속에서 훈훈한 얼굴과 함께 명품 몸매를 과시한다. 1970년생으로 올해 40세인 나이를 무색케할 만큼 그의 외적 조건은 여성 시청자들을 환호케할 만하다. 그뿐인가? 처음 강의실에서 김태희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그의 표정은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의 것이었다. 아키타에서 태희와 데이트를 하면서 마냥 행복해하고, 사탕을 그녀의 입속에 넣어주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던 그에게 그 모든 것들은 연기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북측 요원을 암살한 후, 버려지자 절망에 빠지고, 승희가 눈앞에서 죽은 줄 알고 눈물을 흘리며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은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릴 만큼 너무나 ‘리얼’했다.

그는 매순간마다 그가 왜 할리우드에 선택되어 ‘월드스타’란 명칭을 붙게 되었는지 증명해냈다. 김태희는 그런 남자주인공과 함께 연기하는 탓에 욕을 먹어야했고, 김소연은 그런 이병헌이 있었기에 김태희를 누르고 오히려 더 큰 관심과 인기를 모을 수 있었다.

일본으로 현준을 죽이려 왔다가 실패하고 이내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김선화역은 애초에 이병헌이 없었다면 성립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보라! 이병헌은 거친 야수처럼 마초적인 매력을 철철 넘치고 있었다. 김선화가 자신을 죽이러 왔음에도 번번히 살려주고, 아키타현에 남겨진 승희와의 추억 때문에 한없이 고독에 빠져드는 그를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는 김선화는 애초의 존재이유가 말이 안되는 캐릭터다. 그런데 이병헌이 김현준을 매력적인 인물로 연기하는 덕분에 반사적으로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가 설명되었다.-심지어 대본에선 단순히 몇 가지 장면만으로 선화가 현준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물론 김소연의 명품 연기가 돋보였지만, 이병헌이 상대역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배역은 지금처럼 매력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은 거친 야수의 모습과 사랑에 모든 것을 걸 듯 위태로운 한 남자의 감성을 동시에 표현해냈다. 승희의 죽음과 백산과 사우의 배신 때문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 자신을 도와주던 유키가 죽자 울부짖고, 승희와 재회할 때 마치 감전된 듯 그녀를 쳐다보는 애틋함이 가득한 눈길등은 지금도 차마 잊을 수 없는 명품연기였다.

이병헌이 없었다면 오늘날 <아이리스>가 이렇게 화제가 되며 시청율 30%을 기록하는 일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중에 모든 것이 설명된다지만, 이제 2화가 남은 상황에서 그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토록 불친절한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말그대로 ‘괴물’같은 주연배우 이병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병헌의 참가유무와 상관없이 <아이리스> 시즌 2가 제작이야기가 공론화 될 수 있는 건 오로지 그 덕분이다.

그런데 호사다마일까? 요새 이병헌은 <아이리스>의 종영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전 여자친구 권씨가 그를 고소함으로써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모든 유명한 사람은 그 유명세 때문에 원치 않는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다. 부디 이병헌이 현명하게 대처하고, 남은 <아이리스> 촬영을 잘 끝마치길 빈다. 그의 물오른 절정 연기를 브라운관과 극장 스크린에서 내내 오랫동안 볼 수 있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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