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삭발 강요한 ‘승승장구’ 도가 지나쳤다!

朱雀 2010. 3.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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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승승장구>를 보면서 놀라고 말았다.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1일 <승승장구>의 MC 태연은 종로 한복판에서 오고무를 하기로 했고, 이에 인터넷에서 각자 약속을 한 멤버들이 속속 등장해 함께 약속을 지키는 부분이 방송되었다.

3위는 석고대죄를 하고, 2위는 인맥을 동원해 인간 피라미드를 쌓고, 대망의 1위는 ‘삭발을 하고 목탁을 치겠다’는 것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설마’했다. 예상외로 태연이 오고무를 치자, 가장 먼저 도착한 인물은 삭발을 약속한 인물이었고, 그는 삭발을 하기 전에 몇 번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남자에게도 삭발이란 쉽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군입대를 앞둔 상황에서도 자신이 길러온 머리카락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짧게 친다는 것은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모두가 구경하는 가운데서 방송용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결국 남자는 기꺼이 자신의 머리에 고속도로를 냈고, 이후 소녀시대의 히트곡들을 메들리로 부르면서 ‘아주 특별한 약속’을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허나 필자의 눈에 이는 매우 위험하게 보였다. 물론 ‘아주 특별한 약속’은 시청자와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코너다. 누구도 삭발을 감행한 그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강요하진 않았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주 특별한 약속’은 네이트 관련 게시판에 네티즌들이 약속을 올리고, 여기에 네티즌들이 추천을 해서 가장 순위가 높은 1-3위까지 뽑히게 되어있다. -아마 네티즌들 역시 ‘설마’하는 마음에 ‘삭발’ 게시물을 추천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승승장구> 제작진은 이를 적당한 수위에서 막았어야 했다고 본다. 머리를 미는 대신 다른 걸 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

 

일종의 플래쉬몹인 ‘아주 특별한 약속’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과 함께 ‘특별한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에게 특별한 시간이 되고, 추억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국민걸그룹로 손꼽히는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이 출연했기 때문에, 그녀의 열렬한 팬들이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삭발’은 무슨 의미로든 위험하다.

 삭발은 우리 사회에서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시위를 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스님이 출가할 때 머리를 밀 때 보여주듯이 ‘삭발’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삭발은 단순히 희화화하기엔 위험한 지점에 있다고 여겨진다. - 그만큼 매우 극단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말이다.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엔 위험한 부분이다-

 

좋다! 아주 특별한 약속에서 한 레몬 먹기나 인간 피라미드 쌓기, 석고대죄등은 단순히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삭발은 아니다. 그런데 <승승장구>에선 삭발을 앞두고 고민하는 청년의 모습이 웃기게 처리되고, 이후 그가 머리에 고속도로를 낸 상태에서 소녀시대의 히트곡메들리를 부르는 것을 희화화해서 방송했다.

 이는 공중파 방송으로선 적합한 자세가 아니었다고 본다. 삭발의식은 자신이 좋아하는 팬을 위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에 담기도 끔찍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팬덤문화는 너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혈서 사건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삭발은 그 정도까지 수준은 아니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아닌 일반 시청자가 머리를 미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머리를 제대로 밀지 못한 상황에서 그의 행동을 단순히 웃기게 포장해서 방송한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고 여겨진다.

 

‘아주 특별한 약속’은 분명 재밌는 아이템이지만, 방송횟수가 늘어날수록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삭발’의식과 같은 센 아이템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 팬들에게 삭발을 권유하고, 그런 상황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여겨진다. <승승장구>는 녹화방송이다. 이런 장면이 방송되기 전에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이돌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오늘날 팬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좀더 심사숙고하지 못한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물론 <승승장구>는 최근에 방송된 토크쇼중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훈훈한 방송이란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어제 보여준 삭발장면은 그런 1시간 동안의 훈훈함을 날려버릴 정도로 ‘쎈’ 아이템이다. 제작진의 자제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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