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독설가 아닌, 1인자 김구라를 보게 되다!

朱雀 2010. 6.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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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놀러와>에는 <뜨거운 형제들>의 8명의 형제들이 출연했다. 이유는 익히 알려진대로 <일밤>에서 오로지 웃음을 위해 꾸려진 <뜨거운 형제들>이 네티즌들의 열렬한 호응을 자아내며, 화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밤>측에선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7-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름 순항중이기도 하다.

<놀러와>에 <뜨거운 형제들>이 나온 이유는 1인자인 유재석의 도움을 받아, <일밤>의 간판인 <뜨거운 형제들>을 좀더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김구라가 아주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맏형인 탁재훈과 1.5인자인 박명수에 대해 독설을 늘어놓다가, ‘이러고 있을 시간 없다. 아이디어 내야한다. 7월이면 유재석이 들어온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재석은 그 말을 듣자, 헛웃음을 내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잘 알려진대로 유재석은 <런닝맨>이란 새코너로, 7월에 <일요일이 좋다>에 투입되게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시간대가 <뜨거운 형제들>과 겹친다. 이제 8회를 내보내며 겨우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의 입장에선 다급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김원희의 표정이 사뭇 좋지 않았다. 내 착각일 수 있지만, 오늘 뉴스를 통해 <패떴2>가 폐지되었다는 속이 떴다.

김원희는 메인 출연자로서 나름 최선을 다한 프로가 폐지된 상황에서, 한쪽에선 나름 잘 나가는 <뜨거운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른 한쪽에서 <놀러와>에서 함께 출연중인 유재석이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입성하는 것에 마음이 편할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김구라는 <놀러와>에서 특유의 독설을 놓지는 않았다. MBC와 KBS가 빅딜을 통해 서로 넘겨운 탁재훈과 이경규의 바뀐 처지를 이야기했고, 박명수의 웃기지 않는 이야기에는 통렬하게 비판을 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서 김구라는 예능이 아니라 다큐를 선택했다. <놀러와>에서 ‘배신할 것 같은 형제는?’이란 질문에서 그가 선정되자, ‘<일밤>에서 1년간 출연했는데, 개인적으로 상중이라고 본다. 얼마 전까진 <우리 아버지>와 <뜨거운 형제들> 모두 출연했다. 출연료 두배로 안나온다. 나는 일밤지기다. 계속 출연하겠다’라는 발언을 했다.

김구라는 <일밤>에서 안 좋은 시기를 여러번 겪었다. <뜨거운 형제들>이전까지 김구라가 출연한 모든 프로는 폐지되었다. 심지어 <아이리스>의 사탕키스를 패러디한 일로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심지어 그는 <우리 아버지> 녹화때, 거리에 나섰다가 한 시민에게 ‘저거 욕쟁이 아냐?’라는 다소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야만 했다. 개인적으로 지난 기자간담회때 느낀 것이지만, 김구라는 생각이 많고 다른 이에 대한 배려심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놀러와>에서 자신의 랭킹특집에서 <뜨거운 형제들>이 잘되기 위해 고쳐야할 것 1위로 탁재훈-박명수의 이기심과 2위로 제작진의 지나친 환호를 들었다. 이유는 탁재훈-박명수의 활약으로 다섯 명의 동생들(한상진-박휘순-노유민-쌈디-이기광)의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본 탓이었고, 2위는 그동안 너무 부침을 겪은 나머지 멤버들을 위해 제작진이 너무 과도한 배려를 한다고 본 탓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김구라가 훈훈한 이야기만을 한 건 아니다. 포장의 달인 유재석이 <뜨거운 형제들>이 너무 서로를 비방하는(?) 이야기를 하자, ‘이런 것이 형제애’라고 포장을 하려했다. 그러자, ‘포장하지마. 우리를 그냥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라고 말해, 커다란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김구라는 사뭇 진지한 어조로 방송에 임했다, 특히 <뜨거운 형제들>에 대해 ‘저희는 감동 일절 없습니다. 오로지 순도 100% 웃음을 추구한다’라는 사뭇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뜨거운 형제들>은 이제 막 호응을 얻고, 그 호응이 어렵사리 시청률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가장 막강한 라이벌인 유재석이 동시간대에 <런닝맨>으로 투입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쟁을 해야하는 <뜨거운 형제들>의 입장에선 매우 난감하고 곤혼스러운 일이다. 김구라는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유재석을 견제하면서 웃음을 주면서도, <뜨거운 형제들>에 대한 많은 진지한 고민과 홍보를 위해 애썼다고 여겨진다.

그는 <놀러와>방송을 통해,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는 방송3사의 일요예능 전쟁을 실감케 해줬고, <뜨거운 형제들>의 방송 컨셉을 아직 보지 않은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노력했다. 아울러 마지막 멘트를 통해 <뜨거운 형제들>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하기 위해 애썼다. 그의 그런 자세는 <뜨거운 형제들>의 형으로서, 출연자로서 최선을 다했고 적절했다고 여겨진다.

 

우린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 시절, 독설을 날린 것으로 아직도 그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일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여태까지 함께 해왔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여겨진다. 따지고보면 인터넷 방송으로 출발해, 케이블을 거쳐, 공중파에서 이렇게 자신의 입지를 단단하게 잡은 인물은 그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어제 <놀러와>는 오늘의 그가 어떻게 있을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준 출연분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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